'기존 가구 포함' 1000가구 이상 지을 때 부지 30% 녹지조성 의무택지조성 때 녹지 만들었는데 재건축 때 또?···중복부담 논란공원녹지법, 첫 제정 때 택지지구 재건축 도래 감안 못한 듯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공원녹지법)이 대규모 택지도시 내 재건축사업을 가로막는 '원흉'으로 떠올랐다. 법 제정 당시 택지도시가 재건축될 것을 상정하지 않고 법을 만든 탓에 재건축할 때 과도한 녹지공급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돼서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1기 신도시(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와 서울 노원‧도봉‧목동 등 노후 택지지구 내 단지들이 난관에 부딪혔다. 도시계획 수립 단계에서 주민들에게 통지되는 '예상 분담금'이 생각보다 많이 나온 탓이다.
1기 신도시 주민연합회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하면 별 부담 없이 자산가치가 커지는 줄 알았는데 '억대'의 분담금이 예상되면서 당황하는 주민이 많다"고 했다.
1기 신도시나 도봉‧노원‧목동 등 노후 택지지구의 분담금이 많게 책정된 데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이들 노후 택지지구는 조성당시부터 주택의 대량 공급을 위해 높은 용적률로 개발됐다. 이 때문에 재건축을 해도 용적률이 늘어나는 데 한계가 있다. 서민층을 위해 소형평형 단지를 많이 지은 것도 영향을 끼쳤다. 부지면적이나 용적률에 비해 가구 수가 지나치게 많은 것.
하지만 기존 용적률이나 가구 수 등은 단지마다 가진 특징이기 때문에 문제로 삼긴 어렵다. 그뿐만 아니라 100만㎡ 이상 노후 택지지구 내 단지에 최대 500%의 용적률 혜택을 주는 '노후도시특별법'이 연내 통과되면 오히려 '특혜'를 받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공원녹지법'이 문제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공원녹지법에 따라 발생하는 부지 손실로 인해 사업성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 공원녹지법은 14조 규정에 따라 1000가구 이상 주택을 지을 때 부지의 30% 이상(단지면적이 100만㎡가 넘으면 40%)을 공원이나 녹지로 공급하도록 하고 있다.
택지지구 내 재건축 단지만 놓고 보면 현행 공원녹지법은 '이중 납부' 논란도 있을 수 있다. 택지지구는 단지를 조성할 때 인근에 조성하는 녹지와 자족용지 등 비주거용지를 조성하는 비용도 '조성원가'에 반영해 부담한다. 원주민(조합원)들은 이미 녹지조성 비용을 지불한 셈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공원녹지법 제정 당시 택지지구를 재건축하는 상황을 가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분석했다. 허미선 엠와이이앤씨 전무(도시계획기술사)는 "공원녹지법을 처음 제정한 2005년에는 택지지구 재건축 연한이 한참 남은 상황이어서 관련 내용을 미처 살피지 못한 것 같다"면서 "공원녹지법 자체에 대한 관심도 적어서 택지지구 재건축이 도래할 때까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몰랐을 것"이라고 했다.
정비업계에선 '핀포인트 개정'을 통해서라도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이미 녹지 등 비주거 용지의 조성비용을 부담한 택지지구 내 단지를 재건축 할 땐 늘어나는 가구 수에 대해서만 추가로 녹지를 공급하게 하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금기부채납으로 대신하게 해 이미 조성한 녹지를 유지‧보수‧확장할 수 있는 예산으로 전용(專用)하게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일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택지지구에서 지나치게 녹지가 늘어나는 것이 실익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서울 B구청 관계자는 "재건축이나 재개발 등으로 인해 활용성이 낮은 소규모 공원이 많이 생겨난 탓에 이를 관리하는 예산이 만만찮게 들어간다. 현재 인력과 예산으론 현황 유지도 벅찬 상황"이라면서 "주민들이 공원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해당 공간이 우범화되고 시설파손 등 악순환을 불러오기도 한다"고 했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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