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들여 울산공장에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생산효율↑전기차 판매 둔화에 경쟁자 투자 속도 조절···현대차만 유지전문가 긍정 평가···"관건은 저가 전기차 출시와 생산혁신"
현대차는 13일 오전 울산공장에서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을 열고 본격적인 설비 공사에 착수했다.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은 1996년 아산공장 이후 29년 만에 들어서는 현대차의 국내 신공장이다.
현대차가 울산공장에 전기차 공장을 짓기로 한 이유는 글로벌 전동화 전환을 선도하고 국내 전동화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은 혁신적인 제조 플랫폼과 최적의 근무 환경을 갖춰 전동화 시대의 현대차 모빌리티 생산 허브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차는 이번 전기차 신공장 건설에 무려 2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울산공장 내 54만8000㎡(약 16만6000평) 부지에 들어서는 신공장은 연간 20만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진다.
약 2년간의 공사 기간을 거쳐 2025년 완공될 현대차 전기차 전용 공장은 2026년 1분기부터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한다. 신공장에서 생산되는 첫 번째 모델은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의 초대형 SUV 전기차 모델(GV90)로 정해졌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현대차의 이번 증설은 의미가 깊다는 평가다. 올해 예상되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870만대로 전년 대비 37% 증가한 수준이다. 2022년 성장률이 113%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요가 크게 위축된 모습이다. 여전히 높은 가격과 불편한 충전, 저가 모델의 부재, 내년 미국 대선 이슈 등이 전기차 판매의 발목을 잡았다.
이에 GM은 내년 1분기까지 전기차 40만대 생산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고, 디트로이트 전기차 공장 가동 시기도 2025년으로 연기했다. 포드는 120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관련 투자를 연기했고, 테슬라도 멕시코 기가팩토리 건설 계획을 미뤘다. 폭스바겐은 지난 10월 독일공장의 ID. 3과 쿠프라 본의 생산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주요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잇따라 전기차 전략을 수정한 가운데 현대차만 전기차 투자 계획을 유지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일시적으로 둔화했을 뿐, 전동화 전환이라는 방향성은 달라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세계 각국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전기차의 가격만 내려간다면 다시 고성장이 기대된다는 평가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고성장세가 일시적으로 꺾였을 뿐 줄어든 게 아니다"라며 "중국에선 여전히 잘 팔리고 있고, 미국은 고가의 대형 픽업트럭과 대형 SUV를 선호하는 시장이라는 특수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전기차 수요가 줄더라도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이라는 과제는 무시할 수 없다"며 "전동화 전환에 적극 투자하는 현대차는 가야 할 길을 제대로 가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오히려 전동화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부품업계를 우려해야 한다는 게 이 원장의 설명이다.
또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 겸 한국전기차협회장은 "울산은 국내 자동차 산업이 태동한 곳이고, 이곳에 다시 전기차 전용 공장이 생긴다는 건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며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부품이 적기 때문에 전동화 전환을 위한 노사의 상생 그림이 시작된다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내연기관차와 혼류 생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생산 효율성을 큰 폭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내연기관차에 맞춰졌던 생산시스템에서 벗어나 전기차에 적합한 혁신적인 생산 체제를 갖추게 됐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울산 전기차 전용 공장에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실증 개발한 제조 혁신 플랫폼을 적용할 방침이다. 또한 부품 물류 자동화 등 스마트 물류 시스템과 생산 차종 다양화 및 세계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 생산 시스템, 제품 생산성 및 품질 향상을 위한 조립 설비 자동화 등도 도입한다.
관건은 전용 공장에서 얼마나 저렴한 전기차를 생산해 낼 수 있느냐다. 김용현 한국폴리텍대학 부산캠퍼스 전기자동차과 교수는 "현대차그룹은 수소전기차부터 하이브리드에 이르기까지 폭 넓은 친환경 차 라인업 구축하는 기술경영을 이어왔다"며 "신공장에서 생산하게 될 제네시스 GV90은 높아진 인지도와 브랜드력을 바탕으로 경쟁우위를 가져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다만 전기차의 경쟁력은 결국 가격에 달려있다"며 "고가의 플래그십으로 수익성을 방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려면 LFP 배터리를 장착한 저가형 전기차들이 출시돼야 하고, 원가를 줄일 수 있는 생산혁신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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