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회장 퇴임 후 8개월만에 현직 복귀관(官) 경험없지만 업계 이해도·맏형 리더십 강점'상생금융' 당면 과제···중재자 역할 기대감↑
은행연합회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회추위)는 16일 오전 서울 모처 호텔에서 세 번째 회의를 열고 5명의 회장 후보군 가운데 만장일치로 조 전 회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이사회는 "조용병 후보자는 금융산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탁월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은행산업이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고 대내외 불확실성에 직면한 은행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조 내정자는 이사회 의결 절차를 거쳐 23개 정회원사가 참여하는 회원 총회에서 과반표를 얻으면 회장 선임이 확정된다. 새 회장의 임기는 12월 1일부터 3년이다.
은행장 거쳐 지주 회장까지···업계 이해도 높은 '큰 형님'
이날 회추위 이후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조 전 회장이 과반의 표를 얻어 추천받았고, 이후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추대받았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소비자 보호, 상생 문제도 많이 신경 썼지만, 사회적으로잘 평가받지 못하는 게 오늘의 현실"이라며 "마음이 상당히 무거운데 큰 짐을 후임자에게 남겨 죄송하고, 새로 오시는 분이 경력도 많고 리더십도 있어 이 상황을 잘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회장이 은행연합회장 후보에 오른 데에는 후배 행장의 적극적인 추천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은행권에 대한 비판이 날로 거세지는 가운데 업계 이해도가 높은 조 전 회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후배들의 '러브콜'이 있었던 셈이다. 특히 신한맨 사이에서 '엉클 조'로 불릴 만큼 소탈한 성격으로 조직 안팎에서 신망이 두터운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조 전 회장은 순수 민간 출신 후보다. 1957년생인 조 전 회장은 대전고 출신으로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2002년 본점 인사부장을 거쳐 2004년 기획부장, 2007년 뉴욕지점장, 2009년 전무로 승진했다. 2015년에 신한은행장에 선임된 후 2017년 3월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올랐다. 지난 6년간 신한금융그룹을 이끌며 신한금융을 리딩금융그룹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회장 재임 시절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신한금융의 외연을 확장하고 디지털 전환 혁신은 물론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꾀하며 조직 안팎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지난해 신한금융지주 회장 후보에서 용퇴를 결정한 이유로 "세대교체를 위한 조직의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판단했다. 가장 가슴이 아픈 부분은 (사모펀드 때문에) 우리 고객들이 피해를 많이 봤는데, 총괄적으로 책임을 지고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맏형 리더십'을 보여주기도 했다.
은행 업계 관계자는 "당초 당국과의 소통에서 유리한 관 출신의 후보를 원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업계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은행권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회장이 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안다"면서 "민간 출신이지만 은행장과 지주 회장을 거치면서 당국과의 소통에 있어서도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자장사'‧'종노릇' 험악한 분위기 속 '가교' 역할 기대
조 전 회장은 관(官)의 경험이 없는 순수 민간 출신이다. 역새 14명의 은행연합회장 가운데 다섯 번째다. 그간 은행연합회장 자리에는 당국과 소통이 유리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관 출신의 회장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번 회장 선임 과정에서도 관 출신의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인물이 은행연합회장으로 와야 한다는 업계 내부 목소리가 높았다. '횡재세 도입' '상생금융 압박'이 날로 심해지는 상황에서 당국과의 소통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해서다.
이와는 반대로 민간 출신 회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업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당국과의 긴밀한 조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은행권을 '공공의 적'으로 몰아가는 분위기 속에서 업계의 입장을 분명히 대변할 만한 인물이 필요한 시기라는데 의견이 모아진 셈이다.
조 전 회장이 취임한 후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과제는 당국과 업계의 입장을 조율하고 원만히 풀어내는 일이다. 연일 압박 받고 있는 '상생금융' 현실화 방안이 첫 숙제가 될 전망이다.
이어 은행권의 신사업 활로를 찾을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은행권의 숙원사업인 투자일입임업 제도 개선과 금산분리 등이 더디게 추진되고 있는 만큼 당국과의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요구와 은행권의 입장을 적절히 조율할 수 있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은행권 현안이 산적해 있는 만큼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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