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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KG모빌리티, 상표권 분쟁 여파로 브랜드명 'KGM'으로 통일

산업 자동차

KG모빌리티, 상표권 분쟁 여파로 브랜드명 'KGM'으로 통일

등록 2023.11.27 15:12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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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국내 전시장 간판 'KGM'으로 바꿀 예정브랜드 이름 두 번 바뀌며 영업망 혼선 가중업계선 "미래 모빌리티 사업 구체화 여부 관건"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KG모빌리티(옛 쌍용차)의 간판모델인 토레스가 올해 두 번이나 사명 레터링을 바꿔달면서 일선 영업망의 혼선이 커지고 있다. 해외에서도 상표권 분쟁에 휘말리며 글로벌 판매 확대와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어려움을 겪게 된 상황이다. 이는 곽재선 KG그룹 회장이 브랜드 가치가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는 자동차 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사명을 바꾼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KG모빌리티는 회사의 영문 브랜드명을 'KGM'으로 확정했다. 사명을 상표권 사냥꾼이 유럽연합(EU)에 먼저 등록한 탓에 해외에서 KG모빌리티라는 이름을 쓸 수 없게 돼서다. 지식재산권에 따른 파리협정에 따르면 한 나라에서 먼저 등록된 상표명은 다른 나라에서도 같은 소유권이 인정된다.

국내에서도 KG모빌리티라는 이름 대신 'KGM'으로 통일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 따르면 KG모빌리티는 오는 12월 중 전국 290개 전시장의 간판을 쌍용자동차에서 KGM으로 바꾼다. 기존 쌍용차 간판이 유지됐던 전국 55개 서비스센터의 간판도 순차적으로 변경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사명을 변경한 이후 9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토레스, 렉스턴 스포츠 등 KG모빌리티의 주요 차종들은 올해에만 사명 레터링을 두 번이나 바꾸게 됐다. KG모빌리티는 지난 3월 일시적으로 'SsangYong(쌍용)' 레터링을 삭제했다가 'KG Mobility'를 다시 새겨 넣었다.

"이름 길어 불편" 비판에 국내 간판도 'KGM'으로
이달부터 고객인도가 시작된 토레스 EVX의 테일게이트에는 'KGM' 레터링이 붙어 판매되고 있다. KG모빌리티라는 이름이 지나치게 길어 불편하다는 지적을 수용한 결과다. 해외에서 상표권 사냥꾼에 이름을 뺏긴 것까지 고려하면 브랜드와 상표권을 안일하게 생각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KG모빌리티는 앞서 지난해에도 티볼리 특정 트림에 '업비트'라는 펫네임을 붙였다가 두나무로부터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KG모빌리티의 브랜드명이 단기간에 수차례 바뀌면서 일선 영업망의 혼선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한 전시장의 영업 팀장은 "쌍용차보다 KG모빌리티가 더 낫다고 하는 젊은 고객들도 있지만 쌍용차를 꾸준히 이용해왔던 중장년층에선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며 "KG모빌리티도 아직 고객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데 KGM은 더욱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의 사명 변경은 곽재선 KG그룹 회장의 주도로 단행됐다. 옥쇄 파업 등 기존 쌍용차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쇄신하고 KG그룹 소속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결정이다. 업계 안팎에 따르면 사명 변경에 대한 내부 우려가 있었지만 곽 회장의 의지가 더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KG모빌리티의 완성차 제조 사업은 그간 KG그룹이 인수했던 회사들과 다르게 B2C 업종이라는 점이다. 제품을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B2C 업종은 브랜드 가치가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앞서 KG그룹이 인수한 커피 브랜드 할리스의 법인명은 '케이지할리스에프앤비'이지만 간판에 'KG'를 끼워 넣지는 않았다.

곽재선 KG그룹 회장.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곽재선 KG그룹 회장.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특히 완성차 시장은 브랜드 가치와 인지도가 매우 중요한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KG모빌리티의 대표모델인 토레스가 기아 스포티지에 크게 밀리는 이유는 상품성보다 브랜드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평가다.

특히 KG모빌리티는 떨어지는 글로벌 인지도 탓에 국내 완성차 4개사 중 유일하게 수출보다 내수 판매가 더 높다. KG모빌리티의 올해(1~10월) 완성차 판매량(10만2640대) 가운데 수출 물량 비중은 46.8%(4만8032대)에 그친다. 주요 수출국은 영국 등 서유럽과 칠레, 호주 등이며 올해부터 베트남 등 동남아 시장과 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도 판매를 늘려가는 중이다.

하지만 일관성 없는 브랜드 전략과 낮은 인지도는 KG모빌리티의 수출 확대를 더욱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 브랜드의 얼굴인 엠블럼을 바꾸고 고유의 디자인 철학을 구축한 뒤 글로벌 판매를 크게 늘렸던 기아와 대조적이다.

2020년 58만6105대였던 기아의 미국 판매량은 대대적인 리브랜딩 이후인 2021년과 2022년 각각 70만1416대, 69만3549대로 폭증했다. 단순히 회사이름에서 '차'를 떼어내고 엠블럼을 바꾸는 수준을 넘어 상품성과 디자인 중심의 브랜드 가치 개선이 뒷받침된 결과다.

낮은 인지도에 발음은 '케이지'···"시작은 지금부터" 기대감도
KG의 경우 37년간 유지됐던 '쌍용차' 브랜드보다 글로벌 인지도가 낮다. 또한 KG는 동물을 가두는 '케이지'와 발음이 같아 일부 해외 딜러들이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KG그룹이 그대로 쓰기로 한 엠블럼도 1997년 출시된 1세대 체어맨용이라 최신차량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KGM'이라는 이름에서 아무것도 연상되지 않는다는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해외 소비자 입장에서 무엇을 만들고 판매하는 회사인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또한 'M'은 모터스가 아닌 모빌리티를 뜻하지만 정작 추진 중인 미래 모빌리티 사업은 알려진 내용이 없다.

브랜드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가진 데이비드 아커 명예교수는 브랜드의 이름을 정할 때 필요한 몇 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기억하기 쉬운지 ▲어떤 종류의 제품인지 암시하는지 ▲바람직하지 않은 이미지를 연상하지는 않는지 ▲심벌(엠블럼)이나 슬로건을 만들기에 적합한지 ▲법적인 문제는 없는지 등이다. KG모빌리티의 경우 이 같은 기준을 하나도 충족하지 못한 사례다.

다만 일각에선 KG모빌리티를 장기적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현재는 KG모빌리티라는 브랜드가 시장에 완전히 연착륙하기 전이라고 봐야 한다"며 "향후 이름에 어울리는 모빌리티 관련 산업을 얼마나 펼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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