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안정‧경기 회복 뒷받침 고민 담겨내년 성장률 2.2%→2.1% 하향 조정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통화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2월부터 7차례 연속이다.
한은의 결정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경기 둔화, 가계부채 증가 등의 요인과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정책과 국제 유가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고물가‧고금리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내수 경기 회복세가 더딘데다 기업의 투자 역시 살아나지 않고 있어 추가 금리 인상은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가계대출 증가폭이 증가하는 등 금융불균형 우려가 높아지면서 인하 논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은이 무리하게 금리를 인상할 경우 소비‧투자를 위축시켜 경기 둔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수 있어서다.
최근 국제 유가가 안정된 점도 동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3.8% 상승하면서 한은의 기존 예상 경로를 웃돌았지만 한은은 "'유가가 추가로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최근 미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 점도 금통위의 부담을 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금리 인하를 논하기에는 이른 시점이기도 하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노력에도 가계대출 증가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기준금리가 인하되면 가계대출 수요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어 쉽게 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은 1086조6000억원으로 지난 9월 대비 6조8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4월 이후 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차가 더 벌어지는 것도 위험부담이 크다. 현재 금리차는 2%포인트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원‧달러 환율을 자극할 수도 있다.
은행과 증권가에서는 인하논의를 내년 하반기로 점치는 분위기다. 최근 메리츠증권과 신영증권은 각각 내년도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예상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현 글로벌 경기 연착륙과 인플레이션 전망 경로 등을 감안하면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가 실현되기는 어렵다"며 "미 연준의 실제 금리 인하 가능 시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 전망도 발표했다. 올해 성장률과 내년 성장률은 각각 1.4%, 2.1%로 전망했다. 2025년 성장률은 2.3%로 내다봤다. 지난 8월 전망치와 비교하면 내년 성장률을 2.2%에서 1%포인트 낮춰 잡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와 내년 각각 3.6%, 2.6%, 2025년엔 2.1%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8월 전망치 보다 올해와 내년 각각 0.1%포인트, 0.2% 포인트 높아졌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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