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편입 후 외형 급성장···SDV 개발 전초기지 美 실리콘밸리 인재 대거 영입···송창현 대표 영향력↑더디게 가는 자율주행 개발···"과도한 우려" 시각도
20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포티투닷은 다음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국제가전제품박람회) 2024에 참가한다. 송창현 포티투닷 대표 겸 현대차 SDV본부장은 이번 CES에서 그룹 차원의 SDV 전략 추진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포티투닷은 지난 2022년 현대차그룹이 4280억원을 들여 인수한 모빌리티 전문 스타트업이다. 2019년 네이버 CTO 출신의 송창현 대표가 설립한 포티투닷은 현대차그룹 편입 이후 빠른 속도로 외형을 불려왔다.
업계에 따르면 포티투닷은 내년 상반기 제2 판교테크노밸리로 본사를 확장 이전하고, 미국 실리콘밸리 등 해외법인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판교에 들어서는 통합사옥에는 자율주행차와 SDV 개발을 위한 다양한 공간이 마련될 것으로 알려졌다.
확장 이전된 본사에는 다양한 곳에서 영입한 인재들로 채워질 전망이다. 최근 포티투닷은 아마존, 테슬라 등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던 R&D(연구개발) 인력들을 대거 데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본사는 약 1500명 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포티투닷의 직원 수는 인수 직전과 비교해 2배 이상 급증했고, 채용공고 홈페이지에는 100개 이상의 직책이 열려있다. 테슬라와 아마존 뿐만 아니라 삼성, LG, 네이버, SKT, 쿠팡,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크루즈 등 다양한 글로벌기업에서 포티투닷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1조539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포티투닷에 대규모 자금을 수혈했다. 포티투닷은 자율주행·SDV·로보틱스·에너지 등 현대차그룹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핵심 계열사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포티투닷은 자율주행 전문기업으로 시작했지만 최근 '모빌리티 전문기업'으로 간판을 바꿨다. 자율주행 기술에만 얽매이지 않고 현대차그룹이 공들이는 SDV를 중심으로 다양한 모빌리티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현대차그룹의 SDV본부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송창현 대표는 그룹 내 최고 인재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송 대표의 역량을 발판으로 SDV 전환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복안이다. SDV는 지속적인 차량 업데이트와 이동 데이터에 기반한 서비스가 특징인 미래 모빌리티다.
송 대표는 최근 열린 HMG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인 포티투닷을 중심으로 SDV와 인프라와 결합된 모빌리티 생태계 확장에 힘쓰고 있다"며 "소프트웨어와 AI, 이동 디바이스가 융합된 SDV는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스마트폰과 동일한 사용경험을 자동차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개발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송 대표는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이미 스마트폰 경험이 그대로 차에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며 "이는 주행‧안전‧편의 등 자동차 개발 패러다임을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전환해야한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모빌리티 시장의 미래를 내다본 현대차그룹은 포티투닷을 앞세워 구체적인 미래 사업 비전을 갖추게 됐다. 글로벌 경쟁사들의 단기 브레이크 구간에 오히려 엑셀을 밟고 미래차 선점 기회를 창출했다는 평가다.
다만 기존 자율주행 부문에서는 속도가 다소 더딘 편이다. 현재 포티투닷은 서울시에서 자율주행차를 호출하고 탑승할 수 있는 TAP!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2022년 2월 서울 상암동을 시작으로 청계천, 청와대, 여의도 국회, 용인 모빌리티뮤지엄까지 서비스를 확대했지만 노선이 정해져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용자가 원하는 곳으로 자유롭게 갈 수 있는 자율주행 로보택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지난 2021년 포티투닷은 자체 기술로 개발한 로보택시 운행거리를 대당 1만km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당시 기아 니로 기반의 자율주행차 4대로 로보택시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지만 사업화 단계로 진전되진 못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 원장은 "자율주행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 더디게 개발되고 있으나 그렇다고 안할 수는 없는 분야"라며 "다만 기술개발 지연은 부품업계에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율주행은 점진적인 혁신이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개발하기 어렵다"며 "집중적인 투자와 공급망 안정화, 부품 생태계 조성 등에 더욱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자율주행 로보택시 조기 상용화를 위해 인프라 구축 등 행정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포티투닷 관계자는 "15만km 이상의 자율주행 누적 마일리지를 보유 중이며, 2019년 대비 30배 이상의 데이터를 쌓아놓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의 자윻주행 기술개발은 모셔널 등이 주로 담당하고, 포티투닷은 SDV를 구현하기 위한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라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