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V·B형간염' 예방용→ '치료용'으로 시장 확대 mRNA기반 흑색종 치료 백신 임상 3상 앞둬韓애스톤 'pDNA' 방식 여성암 백신 개발 중
이러한 시장 규모는 최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고분자 치료제의 성장에 기인한다. 대한암학회가 발간한 '암연구동향 보고서 2023'에 의하면 화학적 합성기반의 저분자 치료제의 2018년~2027년 연평균 성장률은 2.2%로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단백질 기반의 바이오의약품인 고분자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5년 510억 달러(약 66조552억원)에서 2027년 1600억 달러(약 207조2320억원)로 연평균 9.8%씩 성장이 예상된다.
암 관련 고분자 치료제로는 크게 면역항암제, 표적항체치료제, 암 백신으로 구성된다. 대한암학회가 발간한 보고서를 기반으로 전 세계 신약개발 기업들이 주목한 유망 바이오 기술을 분석해본다. <편집자주>
백신은 주로 질병의 예방 목적으로 이용돼 왔다.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등을 약하게 만든 다음, 이를 인체에 인위적으로 주입해 면역체계를 훈련시켜 추후 감염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원리다.
백신은 인플루엔자 등과 같은 호흡기 감염질환은 물론 암 질환을 예방하는 데에도 쓰인다. 자궁경부암을 일으킬 수 있는 HPV(인간유두종바이러스), 간암의 원인인 HBV(B형간염 바이러스) 예방 백신이 대표적이다. HPV백신에는 MSD의 가다실 시리즈, GSK의 서바릭스 등이 있으며 HBV백신에는 다이나백스의 헵리사브-B 등이 있다.
최근에는 암의 예방적 측면이 아닌, 암을 치료하는 면역치료의 일환으로 암 백신에 대한 연구가 다수 이루어지고 있다.
치료용 암 백신은 암이 있는 환자에게 특정 항원을 투여, 면역시스템을 활성화시켜 암 특이적 항원에 대항해 T세포를 자극하는 방식으로 효과를 나타낸다. 주로 DNA 돌연변이나 암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에 의해 생성된 종양을 주 타깃으로 한다.
현재 전체 암 백신 시장에서 치료용 백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예방용 백신의 약 1/10 수준이지만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암 백신 시장 규모는 2020년 33억4500만 달러(약 4조3820억원)에서 오는 2027년 73억300만 달러(약 9조5615억원)으로 성장이 예상되며, 이 중 치료용 백신 비중은 같은 기간 약 10.3%에서 12.3%로 확대될 전망이다.
2020~2027년 연평균성장률의 경우 치료용 백신이 14.6%로 예방용 백신(11.5%)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암 백신 시장은 2020년 2937만 달러(약 384억7470만원) 수준이나 2027년에는 6864만 달러(약 899억원)에 도달해 12.9%의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 규모는 예방용 백신의 규모가 절대적으로 크지만, 치료용 예방 백신이 같은 기간 연평균 16.0% 성장하며 비중이 늘어날 전망이다.
치료용 항암 백신은 방사선, 화학요법 등 기존 치료법보다 독성이 낮아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암 환자에게 더 많은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고, 예방용 백신에 비해 다양한 적응증에 쓰일 수 있다. 아직까지 시장을 장악한 주된 제품도 없어 블루오션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상용화된 치료용 암 백신은 캐나다 발리안트 파마슈티컬스의 전립선암 백신 '프로벤지'가 유일하다. 프로벤지는 지난 2010년 4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으나 시장 안착엔 실패했다.
최근 치료용 암 백신이 차세대 기술 기반의 미래 유망 분야로 각광받으면서 수지상세포, 유전자재조합, 바이러스 벡터, DNA, 펩타이드, mRNA 등 다양한 기술을 활용한 백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신약벤처기업 칸델테라퓨틱스가 개발한 췌장암 백신 'CAN-2409'가 바이러스 활용 암 백신 후보물질 중 처음으로 FDA의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받기도 했다. 'CAN-2409'는 아데노바이러스(AV)를 전달체로 활용한다. 이를 통해 단순포진바이러스에서 유래한 유전자(HSV-TK)를 이동시켜 환자의 종양 세포를 선별적으로 감염 시킨 후, 따로 경구 투여한 항바이러스제로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기전이다.
코로나19 백신을 통해 세상에 나오게 된 mRNA(메신저 리보핵산) 기술로도 암 백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암세포는 정상 세포와 달리 비정상적인 단백질을 생성하는데, 암세포 특유의 단백질 정보가 담긴 mRNA를 투여해 면역체계가 비정상 단백질을 공격하도록 하는 것이 mRNA 기반 암 백신의 원리다.
현재 임상 진행 상황이 가장 빠른 물질은 미국 머크(MSD)와 모더나 연합이 공동 개발 중인 mRNA 기반 암백신 'mRNA-4157/V940'로, 임상 임상3상 진입을 앞두고 있다. 해당 임상은 재발 위험성이 높은 절제된 흑색종 환자의 수술 후 치료 사용을 목표로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펩브롤리주맙)와 병용 투여하는 방식이다. 임상은 오는 2029년 종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mRNA 기반 코로나 백신을 상용화한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도 해당 기술 기반의 암 백신 'CARVac'를 개발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해 11월 고형암을 대상으로 'CARVac'과 CAR-T(키메릭 항원 수용체 T세포) 면역치료제 후보물질 'BNT211'을 병용한 임상 1·2상에서 암종양 감소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내 암 치료백신 시장에서 진행 단계가 가장 앞선 곳은 애스톤사이언스다. 회사가 보유한 치료용 암 백신 파이프라인은 총 4개로, pDNA 방식의 AST-301, AST-302, AST-201과 펩타이드 기반 AST-021p를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유방암·위암을 적응증으로 한 'AST-301'이 현재 미국 내 임상 2상 단계에 있고, 난소암을 적응증으로 한 'AST-201' 또한 작년 9월 임상2상 시험계획(IND)을 승인 받았다.
'AST-021p'는 표준 치료법이 없는 재발성 혹은 진행성 고형암을 대상으로 면역원성과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 1상 연구가, 'AST-302'는 유방암 대상 연구자 주도 임상 1상이 진행 중이다.
애스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치료용 암 백신들은 특정 항원에 대한 T세포 면역원성을 증가시키는 기전으로 작용하며, 암세포 사멸 효과는 물론 장기 기억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11월 mRNA기반 치료제 개발사 아보젠바이오사이언스(아보젠)과 후보물질 독점 연구 협력 및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며 기술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해당 계약의 골자는 아보젠이 애스톤사이언스의 항원결정기(epitope) 발굴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도출하는 후보물질을 전 세계에서 독점적으로 개발 및 상업화하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애스톤사이언스는 아보젠으로부터 계약금과 프로그램의 진전에 따른 마일스톤을 지급받으며, 향후 발생하는 순 매출액에 대한 로열티도 받게 된다. 기술수출 규모 및 계약에 대한 세부사항은 양사 합의하에 비공개로 이뤄졌다.
회사 측은 "회사의 암 치료백신 개발 노하우와 임상개발 역량이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이번 협력의 의미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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