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완-차파트너스, 자사주 전량 소각 압박무대응 금호석화 3년간 '절반' 소각 맞대응소액주주 및 국민연금 설득할 명분도 확보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보유한 자사주 절반인 262만4417주를 3개년에 걸쳐 소각하고, 500억원 규모를 추가 이익소각 한다. 이 중 1291억원 규모의 87만5000주는 이달 20일 소각할 예정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석유화학 시황 침체에도 금호석유화학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며 "앞으로도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자사주 소각과 관련 금호석유화학이 내세운 명분은 표면적인 이유는 주주가치 제고다.
하지만 이면에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회장의 조카이자 금호석유의 최대 개인주주인 박철완 전 상무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소액주주의 표심이 중요해지자 설득에 나선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주주총회 시즌마다 번번이 뜻을 이루지는 못했던 박철완 전 상무가 이번에는 행동주의펀드인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을 잡고 전략적으로 압박에 나서자 이전과는 다른 기류가 감지된 영향이다.
그동안 박 전 상무의 주주제안은 주주들로부터 큰 공감대를 얻지 못했으나, '자사주 전량 소각'을 내세운 이번 제안에 대해서는 "박 전 상무를 응원하고 지지한다"며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위임한다는 반응이 많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 자사주 소각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커진 데에다 그동안 지지부진한 주가 흐름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금호석유화학은 "박 전 상무 측의 주주제안에 대해 입장 표명은 없다"며 무대응으로 일관해 왔다. 특히 "단기간 주주 정책을 제시하기보다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회사의 지속 성장을 이끌어갈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전부는 아니더라도 자사주를 절반 소각하는 안을 내놓았다는 것은 박 전 상무 측의 제안을 일부 수용해 소액주주의 표심을 잡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양측의 의결권 격차는 4.9%P로 크지 않은 만큼 국민연금공단과 소액주주, 외인의 표심이 핵심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재 금호석화 지분 구성은 박찬구 회장과 특수관계인(박준경·주형)이 15.7%, 박철완 전 상무 측이 10.8%다. 이번 차파트너스와 손을 잡으면서 박 전 상무와 그 특별관계자 보유지분율은 기존 10.16%에서 0.72%P 증가했다.
특히 이번 자사주 소각은 지분율 9.27%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으로 하여금 금호석유화학의 손을 들어줄 명분을 제시하는 효과도 있다.
앞서 국민연금은 2021년과 2022년 두 차례에 걸친 경영권 분쟁 당시에도 국민연금이 박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완승을 거둔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만약 국민연금이 자사주 소각 주주제안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할 경우 정부의 방향과 엇박자를 내는 모양새가 된다.
실제로 금호석유화학의 큰 그림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는 듯하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호석유화학의 자사주 소각은 밸류업 그 자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만 차파트너스와 소액주주들이 여전히 자사주 전량 소각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점은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차파트너스는 이날 바로 입장문을 통해 "과거에 비해 전향적이지만, 차파트너스의 주주제안 캠페인에 대응하기 위한 궁여지책에 불과하다"며 "총수 일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나머지 자사주가 제3자에게 처분 또는 매각될 수 있다는 시장과 주주들 우려는 여전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정기주주총회에서의 자사주의 전량 소각을 위한 금호석유 주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당부드린다"며 "금호석화의 추가적인 변화를 위한 적극적인 주주행동주의 활동을 이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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