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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KCGI자산운용, 수익 앞에 져버린 '장기투자'

증권 증권일반 토종 행동주의 명과암

KCGI자산운용, 수익 앞에 져버린 '장기투자'

등록 2024.04.01 10:38

류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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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행동주의 펀드 1세대인 KCGI···한진칼 경영분쟁으로 알려져'명분 대신 실리', 3년 6개월만의 '엑시트'로 2000억원 이상 차익현대엘리·고려아연 등 상대로 주주 행동 중···향후 행보에 관심 모여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주주가치 제고의 필요성이 민·관에서 강하게 제기되고 국내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가 거세지는 가운데 KCGI자산운용의 다음 행보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원조 토종 행동주의 펀드'라는 명성에 걸맞게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주주 권리를 제고할 수 있을지, 단기 주가 부양을 통한 수익 실현에 그치지 않을지 등이 관심사다. KCGI는 현재 현대엘리베이터, 고려아연, DB하이텍 등을 대상으로 주주 행동을 펼치고 있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CGI자산운용은 지난달 28일 열린 현대엘리베이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 재선임안(조재천 사내이사, 김호진 기타비상무이사, 정영기 사외이사)에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책 강화를 요구했으나 안건 모두 원안대로 통과됐다.

KCGI의 주주 행동에 대한 기대와 평가가 엇갈리는 이유는 지난해 7월 KCGI자산운용을 인수한 강성부 펀드(KCGI)의 행보에 있다. 국내 1세대 행동주의 사모펀드로 불리는 강성부 펀드는 2018년 11월 한진칼 지분 9%을 인수해 2대 주주에 오른 후 한진그룹 오너가의 행태를 문제 삼으며 경영활동에 관한 견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한진그룹은 KCGI의 공세에 못 이겨 4개월만인 이듬해 2월 KCGI의 제안 상당수가 반영된 '비전 2023'을 발표했다. 당시 KCGI는 도덕성 논란이 있었던 오너 일가를 압박하는 모습으로 행동주의 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 감정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2022년 초 호반건설에 한진칼 주식 매각하며 3년 6개월만에 '엑시트'를 택해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실리와 명분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행동주의 펀드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해석이다. 당시 KCGI는 한진칼 매각으로 2000억 이상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KCGI는 지난해 8월부터 현대엘리를 상대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사임 및 이사회 개편 등 거버넌스 개선과 중장기 수익 개선 전략 등을 요구하며 활발한 행동주의 캠페인을 펼쳤다. 현대엘리는 지난해 11월 현 회장의 사임을 비롯한 이사회 운영 개편안과 4개년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는 주주 제안도 보내지 않았다. 주주 제안을 보내지 않은 이유에 대해 KCGI는 '긴급하게 제안할 것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현대엘리가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한 것은 행동주의의 성과이지만 그와 함께 KCGI가 주주들의 표심을 잡을 명분이 약해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대엘리는 지난해부터 2027년까지 4년 동안 당기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현금배당 또는 자기주식 취득·소각할 예정이다. 현대엘리는 지난달 12일 총 1444억원을 들여 보통주 1주당 4000원을 현금배당한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주당 배당금이 500원에 불과했던 것에 비해 8배가 오른 셈이다.

KCGI자산운용의 명재엽 주식운용팀장은 현대엘리 주총에서 "향후 추가적인 자기주식의 편법유용을 방지하기 위해 기보유 자기주식의 즉시소각, 그리고 비영업용 자산의 효율화를 포함한 자본배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해 주주 행동을 이어나갈 것임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KCGI는 또다른 행동주의 대상인 고려아연에 대해서도 올해 주총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지난 2월 '의결권 행사 세부 기준'을 마련했다고 발표하면서 기준을 적용할 첫번째 기업으로 고려아연을 꼽은 것과 사뭇 온도 차이가 느껴지는 지점이다.

당시 KCGI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세부 기준을 통해 주주환원율, ROE, PBR 등이 기준에 미달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주총 안건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행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고려아연은 수십 년간 동업자 관계였던 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하고 있다. KCGI는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일반 주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고려아연이 주장하는 정관 변경안에 대해서는 반대하고 영풍이 주장하는 주당 배당금 1만원(고려아연은 주당 5000원)에 찬성 의사를 밝혔다.

결과적으로 지난달 1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정관 변경안은 부결되고 고려아연의 배당안은 가결됐다. 글래스루이스, 한국ESG기준원, ISS, 서스틴베스트, 한국ESG연구소 등 5개 의결권 자문사가 고려아연의 손을 들었고 실질적으로 캐스팅보트를 쥐었다고 평가됐던 국민연금 역시 고려아연에 표를 던졌다.

뉴스웨이 류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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