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빼면 수수료 면제인데···4분기 매출 207억원빗썸 "쿠폰 등록해야만 혜택, 안 한 이용자 꽤 많아"코빗은 全고객 적용했는데···'최저 수수료'에도 활용
2일 빗썸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358억원·영업손실 14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매출은 57.6%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과 영입이익이 각각 1151억원·121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4분기에는 매출 207억원·영업손실 270억원을 기록한 셈이다. 예년 실적을 볼 때 매우 저조한 성적이지만, 업계에서는 예상을 상회했다고 본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중 나흘을 제외하면, 빗썸이 거래 수수료 면제를 선포한 기간이라서다. 가상자산 거래소 수입(매출)은 거의 100%가 수수료고, 빗썸의 전 분기 영업비용은 330억원에 달했다.
빗썸이 지난해 4분기 수수료 면제 기간 벌어들인 수입은 19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실적을 기반으로 일매출을 단순 계산한 결과다. 빗썸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실적 또한 고객 수수료에 기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수료 무료 혜택을 받으려면 쿠폰을 등록해야 하는데, 이를 안 쓴 고객이 꽤 됐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수수료 무료라는 통큰 혜택으로 고객을 끌어모으는 실리를 취하면서도, 피해는 최소화한 꼼수라고 지적한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마케팅 효과로 유입된 고객은 혜택을 봤을 것이고, 이를 알지 못하거나 번거로운 기존 고객이 190억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대부분 냈을 것"이라며 "창립 10주년 기념의 고객 감사 의미가 퇴색된 결과"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별도 절차 없이 모든 이에게 혜택을 주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비슷한 기간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실시한 경쟁사 코빗은 조건 없이 모든 고객에게 수수료 면제 혜택을 줬다.
반면, 빗썸은 수수료 면제 종료 후 도입한 '최저 수수료' 마케팅마저도 동일한 쿠폰 등록 방식을 적용했다. 과거 199만원에 판매하던 수수료율 '0.04%'를 모든 가상자산에 적용한다고 홍보하면서 '별도 쿠폰을 등록한 자'라는 제한을 둔 것이다.
빗썸의 이런 운영 방식 이면엔 위기감이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2019년까지만 해도 빗썸은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한 부동의 1위 플랫폼이었다. 그러나 2020년 두나무의 업비트가 케이뱅크와 연동, 높은 편의성을 무기로 이용자를 끌어오면서 순위가 바뀌었다. 이런 구도는 갈수록 심화해 빗썸의 점유율은 10%대까지 떨어졌다. 최근에는 시장 침체까지 더해지며, 업비트 추격이 더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무작정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건 회사 입장에서 리스크가 큰 결정이고, 쿠폰등록은 일종의 안전장치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다만 정보 격차에 따른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선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스웨이 강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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