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서 K9 자주포 잭팟···獨 PzH2000와 '어깨 나란히'장사정포 대응해 개발한 '천무'···美 하이마스의 위력 '두 배'레드백, 후발주자로 개발 나섰지만 호주 육군 입맛에 '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말 폴란드 군비청과 K9 자주포 등을 추가 수출하는 약3조4758억원(약 26억달러) 규모의 2차 실행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지난 2022년 7월엔 K9 672문, 다련장로켓 천무 288대를 수출하기 위한 기본계약을 체결했고, 같은 해 8월 K9 212문, 11월에는 천무 218대를 1차로 계약했다.
폴란드에서 수주 잭팟을 터뜨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루마니아에서도 K9 자주포 54문과 K10 탄약운반장갑차 36대 등 총 1조4000억원 규모의 계약 체결을 추진 중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선진국 중점 글로벌 수주를 확보하며 수출 시장 다변화를 꾀하겠다는 구상이다.
K9, '라이벌' PzH2000 대비 동력성능 우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생산하는 K9 자주포는 현재 우리 군의 주력 화포로, 지난 1998년 국방과학연구소가 주관해 우리 기술로 개발한 국산 자주포다. 라이벌인 독일의 PzH2000 자주포와 비교했을 때 톤당 마력, 등판 능력, 최고속도 면 등에서 우세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PzH2000이 K9보다 차체가 크고 무겁기 때문에 포탄 적재량도 60발(K9은 48발)로 더 많고 수직장애물 통과 능력이나 참호통과 능력, 3발 급속사격 능력도 K9를 앞선다. 서로 장단점이 있지만 K9은 PzH2000과 함께 세계 최고의 자주포로 손꼽히고 있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1970년대까지 우리 손으로 제대로 만들어 낸 국산 총포류는 전무했다. 정부는 1971년 번개사업을 통해 자체 무기 개발에 들어갔고, 박격포를 스스로 개발해내는 데 성공했다.
국산 박격포를 만들어내긴 했지만 군 당국은 북한과 비교해 양적으로 열세인 화포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당시 북한은 아군에 비해 수적으로 5000문이나 더 많았고, 그중 50%가 자주화 및 차량 탑재용이라 기동화가 용이했다.
이에 국방과학연구소 화포체계실은 1989년 1월부터 자주포체계팀을 편성하고 신형 155㎜ 자주곡사포(신자포)에 대한 개념 형성 연구에 돌입했다. 10여년간의 개발 끝에 탄생한 K9 자주포는 당초 육군이 쓰기 위해 개발됐지만 같은해 6월 연평해전이 발발하며 인근 해역 긴장이 고조되자 군 당국은 K9을 해병대용으로 전환배치했다. 연평도에서 북한 해주까지 거리는 32km로, K9 자주포의 최대사거리 40km내에 포함된다.
K9 자주포, 2010년 연평도 포격전서 첫 실전···정밀 타격능력 입증
2010년 11월 23일 벌어진 연평도 포격전에서는 K9이 처음으로 실전에 나서 정밀한 사격 능력을 입증했다. 당시 북한군이 개머리 진지에서 연평도를 향해 방사포 170여발을 쏘자 우리군 해병대는 K9으로 80여발을 사격하며 대응했다.
자유아시아방송 등에 따르면 연평도 포격전 당시 북한군인 10여명이 사망하고 30여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K9는 자주포 1대 만으로도 고각을 달리해 순차적으로 발사한 3발의 탄이 동시에 한곳으로 떨어지게 하는 TOT(타임 온 타겟) 사격이 가능할 정도로 정밀한 사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게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설명이다.
또한 다연장로켓 '천무'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핵심 무기체계로 꼽힌다. 천무는 기존 군에서 운용되던 다른 지상 화력무기체계보다 월등한 사거리와 정밀도를 갖고 있다. 특히 표적의 성질과 형태에 따라 230mm급 유도탄과 130mm 로켓포탄 등 다양한 탄종의 운용이 가능하다.
다연장로켓 '천무', 폴란드와 5조원 규모 1차 실행계약 체결
천무는 북한의 장사정포에 대응하기 위해 2009년 개발에 착수해 2013년 개발이 완료된 무기체계다. 사거리 80km 유도탄을 사용할 경우 발사대 한 대에서 12발을 쏠 수 있고, 원형공산오차(유도탄 절반 이상이 낙하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포 예상 반경)가 15m에 불과해 다량의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미국 하이마스의 경우 발사대 한 대에서 6발을 쏠 수 있기 때문에 산술적으로도 두 배의 위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천무는 발사대와 탄약운반차로 구성된다. 동일 차량을 사용해 정비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차륜형으로 기동성도 확보했다. 생존성을 보장하기 위해 적의 화생방 및 소총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방호력도 갖추고 있다.
특히 폴란드형 천무(제식명칭 WR-300 호마르-K)는 지난 2022년 10월 기본계약을 체결한 이후 같은 해 11월 5조원 규모의 1차 실행계약이 체결됐다. 1차 실행계약에 따라 총 218대의 천무와 유도탄 등을 납품할 예정으로 현지 국영방산 업체인 PGZ그룹의 JELCZ(옐츠)사가 발사대 차량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천무 모듈과 유도탄을 납품해 현지에서 조립생산된다.
폴란드형 천무에는 사거리 80km의 유도탄과 사거리 290km의 장사거리 유도탄이 탑재될 예정이다. 폴란드형 천무는 현지 국영방산기업이 생산한 차량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생산한 발사대를 조립하고, 현지 사격통제시스템 하에 체계를 통합시키는 무기체계다.
폴란드형 천무는 초도 납품물량이 육군 제18기계화사단에 배치될 예정이다. 18기계화사단은 북쪽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 독립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와 인접해 있다. 친 러시아 국가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댄 포들라스키에주와 우크라이나와 접하고 있는 에슈차디 산맥을 아우르는 폴란드 동부전선을 담당하는 부대다.
알렉산데르 마르티슈니스 주한 폴란드 무관은 지난해 7월 20일 열린 폴란드 천무발사대 모듈 출하식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최신 기술은 폴란드 육군에 새로운 역량을 제공하고 전투력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며 "현재 유럽의 안보상황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독일 라인메탈 링스 꺾고 수주 따낸 레드백···수출용 해외공급 첫 사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말 독일 라인메탈을 꺾고 호주 국방부와 호주 국방부와 약 3조2000억원 규모의 레드백 납품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국내 방산업체가 수출용으로 개발한 무기체계를 해외에 공급하는 첫 사례다.
지난해 7월 호주 정부는 군 현대화 사업의 일환인 'LAND 400 Phase3'의 우선협상대상 기종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레드백을 선정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계약에 따라 레드백 129대를 2028년까지 순차 공급할 예정이다. 레드백은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시에 K9자주포 생산을 위해 건설 중인 H-ACE 공장에서 함께 생산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자체 개발한 레드백은 독일 라인메탈의 링스, 미국 제너럴다이내믹스의 에이젝스, 영국 BAE시스템즈의 CV90와 치열한 경쟁 끝에 승기를 거머쥐었다. 지난 2019년 9월 라인메탈과 함께 최종 경쟁후보에 오른 레드백은 개발 착수 5년 만인 지난해 7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국내에서 전력화 되지 않은 무기체계를 업체 주도로 연구개발에 성공하고 선진시장에 공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평가다.
글로벌 업체들은 호주가 요구하는 수준의 장갑차를 이미 보유하고 있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경쟁에서 불리했다. 당시 도면조차 없던 상황에서 과감한 투자를 통해 사업에 뛰어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종 후보 결정 한 달을 앞두고 시제품 제작을 완료했고, 이후 테스트 과정에서 호주 정부와의 약속을 빠짐없이 지키면서 최종 계약으로 이어졌다.
미국과 최고 수준의 안보협력 관계를 맺은 호주는 무기체계 역시 글로벌 최고 수준의 성능을 요구한다. 레드백이 호주 육군이 요구하는 성능을 충족한 만큼 이미 많은 국가들의 관심과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레드백에는 호주군 요구에 맞춰 ▲첨단 전투기에 적용되는 360도 외부를 감시하는 장비와 대전차 미사일을 탐지·요격하는 체계 ▲강도는 높이고 무게는 줄인 고무 궤도 ▲대전차 지뢰에도 견디는 특수 방호 기능 등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특히 방위사업청은 수출용 무기체계 군 시범운용 제도를 도입하고, 육군 11사단 기갑수색대대는 지난해 레드백을 시범운용해 호주 측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대한민국의 잘 갖춰진 방산 부품생태계와 최고 수준의 생산능력, 첨단 기술을 결합해 방위산업을 대한민국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이끌겠다는 방침이다. 방위산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우방국의 국가 안보와 에너지 안보, 해양 안보를 위한 역할도 찾아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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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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