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렌터카 업황 '저점'···"성장판 열려있다" 전기차·자율주행 기반 카셰어링 구조적 성장 기대SK네트웍스 이자비용 부담↓···사업 체질개선 '속도'
IB업계 등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16일 오후 SK렌터카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어피니티를 선정했다. 매매 예정금액은 8500억원 내외이며, 앞으로 본계약을 위한 실사 등이 진행될 예정이다.
어피니티는 예비 입찰 단계에서부터 SK렌터카의 시장가치 평가와 구성원 고용 승계 계획 등을 구체적으로 제안하며 강한 인수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대 들어 미래 유망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와 협력을 이어온 SK네트웍스는 핵심 자회사인 SK렌터카를 정리하고 인공지능(AI) 중심의 투자회사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어피니티, 오비맥주·로엔엔터로 6조원 차익···락앤락은 쪽박
SK렌터카의 새로운 주인이 되는 어피니티는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큰 손으로 꼽히는 외국계 사모펀드다. 지난 2002년 UBS캐피털 아시아퍼시픽의 독립으로 출범한 어피니티는 아시아 지역에서 막강한 세를 유지해왔다. 한국계 매니저들이 중심인 어피니티는 국내에서 오비맥주와 로엔엔터테인먼트(현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사들여 6조원 가량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어피니티는 지난 2009년 사모펀드 KKR과 함께 벨기에 주류 제조업체인 AB인베브로부터 한국의 오비맥주를 약 2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어피니티는 유통구조 혁신 등을 통해 오비맥주의 시장점유율과 매출을 크게 끌어올렸고, 오비맥주의 몸값은 4년 6개월 만에 6조1000억원으로 치솟았다. 오비맥주 매각 당시 5년 후 재인수(바이백)할 수 있는 권리를 매각조건에 담았던 AB인베브는 몸값이 치솟자 바이백 권리를 미리 앞당겨 행사했다.
또한 어피니티는 지난 2013년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 및 매각으로 1조2000억원의 차익을 내기도 했다. 어피니티는 SK플래닛으로부터 로엔엔터테인먼트를 2659억원에 인수했다가 2016년 카카오그룹에 1조5063억원을 받고 매각했다.
다만 어피니티는 버거킹과 락앤락 등에선 엑시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피니티는 지난 2016년 VIG파트너스로부터 한국과 일본 버거킹을 2100억원에 인수했다. 어피니티는 2022년부터 버거킹 재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7년 어피니티가 6300억원에 사들인 국내 밀폐용기 제조사 락앤락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 7년간 경영난이 계속되면서 어피니티는 막대한 투자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환율과 원가 부담 증가, 중국 시장 둔화 등 악재의 영향으로 2017년 516억원이었던 락앤락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211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사실상 어피니티의 엑시트가 어려워졌단 얘기다.
신차 수요 줄고 금리 인하 기대··· 자율주행 로보택시도 호재
버거킹과 락앤락 투자로 체면을 구긴 어피니티가 SK렌터카에 눈길을 돌린 이유로는 카셰어링 시장의 성장성이 첫 손에 꼽힌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등록된 렌터카 대수는 2013년 36만대에서 2022년 106만대로 급증했다. 이는 연평균 13%씩 증가한 수치로, 전체 자동차 시장(3%) 대비 훨씬 높다.
렌터카 시장이 커지면서 성장 속도는 다소 둔화됐지만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2022년 7.7%)은 유지되고 있다. 특히 카셰어링 시장은 향후 구조적 성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신차 시장의 성장이 제한된 상황에서 자율주행 기반의 로보택시가 상용화를 앞두고 있어서다.
이창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국내 신차등록대수는 개별소비세 인하 인센티브가 있던 2021년을 제외하고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반면 카셰어링 이용자 수는 2013년 19만명에서 2022년 약 1300만 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며 "택시기사 수 감소로 택시 승차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자율주행 기술이 도입되면 차량 공유업체들의 몫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현재 렌터카업체들은 차량을 빌려주고 매달 받는 렌탈료와 계약 종료 시 반납된 차량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고 있다. 특히 고금리 기조가 완화되면 SK렌터카를 비롯한 국내 대형 렌터카업체들은 수익성을 크게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리 인하 국면에서는 SK렌터카 등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높은 신용등급을 적용 받아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에 렌탈 자산을 대량으로 구입할 수 있다.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차량 호출 시장이 정체된 현재는 렌터카 업황의 '저점'으로 해석할 수 있는 셈이다.
SK네트웍스도 핵심 자회사인 SK렌터카의 처분으로 사업 체질 및 재무구조 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렌터카업계는 과거 점유율 확대 중심의 성장 전략에서 벗어났지만 여전히 대규모 자본이 필요해 고금리 상황에선 부담이 컸다. SK네트웍스가 SK렌터카를 처분하면 영업이익은 감소하지만 부채비율이 200% 미만으로 하락해 이자비용 부담이 크게 완화될 전망이다.
특히 SK네트웍스는 SK렌터카 매각 이후 AI 중심의 사업형 투자회사로 거듭날 예정이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3월 AI 디바이스 기업 휴메인 지분 2.6%를 2200만달러에, 10월 데이터 관리기업 엔코아 지분 88%를 951억원에, 올해 1월 AI솔루션 스타트업 업스테이지 지분 일부를 250억원에 인수했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SK네트웍스는 지난 2018년부터 간접(펀드)투자 12건, 직접투자 8건 등 총 20건에 대해 2130억원을 투자했다"며 "현재까지의 수익률은 15% 정도로 나쁘지 않은 수준이며 정보통신, 트레이딩, 워커힐 등 전 부문의 고른 실적 개선도 진행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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