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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진정한 디지털 뱅킹은 예대마진 아닌 새로운 모델 있어야

전문가 칼럼 이혜민 이혜민의 금융이 핀다

진정한 디지털 뱅킹은 예대마진 아닌 새로운 모델 있어야

등록 2024.04.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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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디지털 뱅킹은 예대마진 아닌 새로운 모델 있어야 기사의 사진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 핀다는 태생부터 디지털 뱅킹을 꿈꿔왔다. 이른바 '미래 은행'이라 불리는 디지털 뱅크는 오프라인 지점 중심의 뱅킹 서비스를 온라인 채널로 옮겨온 것도 아니고, 어떤 특정한 은행을 지칭하는 것도 아니다. 진정한 디지털 뱅크의 의미는 기존 은행의 가장 핵심적이자 근본인 예대마진을 기본으로 한 수익 모델을 영위한 것이 아니라, 서비스형 뱅킹인 '바스(BaaS)'를 기본으로 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BaaS는 금융 라이선스를 가진 은행이 핀테크, 스타트업 등 제3자에게 라이선스 없이 은행 관련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제공하는 온디맨드 서비스다. 비금융 플랫폼이 금융사와 제휴해 금융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뱅킹 솔루션'을 통해 고객은 금융사를 찾아가지 않고도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금융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테크 역량이 부족한 금융사에 필요한 기능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수취하는 사업 모델인 '테크 솔루션' 역시 BaaS의 일종인데, 이를 통해 금융사는 시스템을 직접 구축하지 않더라도 최신 솔루션을 빠르고 비용효율적으로 이식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한국의 은행 비즈니스 모델은 오랫동안 이자수익 의존도가 매우 높은 데다가,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 이러한 미래 은행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하다. 정부와 은행 모두 오랜 시간 동안 비이자수익과 해외 사업에 대한 확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상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한국과 미국의 4대 금융그룹의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비중을 살펴보면, 한국은 이자이익이 40조6000억원이고 비이자이익이 10조5000억조원으로 총 영업이익의 약 80%가 이자이익인 반면, 미국은 이자이익 336조6000억조원이고 비이자이익이 218조1000억원으로 총영업이익 554조8000억조원 대비 60%가 이자이익으로 구성돼 있다.

국내 4대 금융의 비이자이익은 10조5000억조원으로 2022년 보다 48%로 크게 늘었는데, 실제 수수료 이익의 증가로 인한 것이 아니라 채권 매매나 평가 이익 등 유가증권 관련 매매평가익의 변동이 원인이다. 지난 2022년 급격하게 상승했던 금리 효과가 소멸된 영향 등으로 유가증권 이익 및 파생상품·외환 관련 실적 등이 개선된 결과다. 그리고 이 규모는 미국 4대 금융의 비이자이익 1643억달러(약 218조1000억원)의 5%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디지털 뱅크는 인터넷 전문은행과도 개념이 다르다. 디지털 뱅크는 고객의 필요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핀테크, 빅테크 등 여러 기술 및 서비스 플랫폼과 생태계를 형성하며 부가가치를 제공하는 은행이다. 기존 은행이 전통적 수익모델인 예대마진에 의존하고 있다면, 디지털 뱅크는 다른 비금융영역에 대한 비즈니스모델을 갖추고 있는 점이 가장 큰 차이다. 그런 의미로 볼 때 인터넷 전문은행 3사가 영업을 시작한지 6년 만에 총자산 100조원을 돌파했지만, 기존 은행과 동일하게 이자수익에만 2조원이 넘게 치중해 이익을 내고 있는 것은 아쉬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비이자수익에서는 3사의 지난해말 수수료 부문 순손실이 505억원에 달한다.

그렇다면, 진정한 디지털 뱅크는 어떤 모습일까? 국제 은행 규제 기구인 바젤 위원회는 디지털과 빅블러에 직면한 미래 은행 모습을 5가지 시나리오로 제시했다. 첫번째는 디지털화로 개선된 은행(Better bank), 두번째는 새로운 은행이 지배하는 형태(New bank), 세번째는 은행과 핀테크가 상호분업을 하는 경우(distributed bank), 네번째는 은행이 뒤로 사라지는 경우(relegated bank), 다섯 번째는 은행의 소멸(disintermediated bank) 시나리오다. 두번째, 세번째, 네번째의 경우 챌린저 뱅크, 니오 뱅크, 바스(BaaS) 뱅크 등으로 불린다.

국내에서는 많은 은행들이 디지털화로 개선된 은행에 중점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 특히 개인금융에 있어서는 더이상 고객들이 지점을 찾아가지 않는 현상이 지속되고 은행들도 IT 투자를 지속하면서 5년 넘게 1000개 이상의 지점이 폐쇄되었다. 그러나 진정한 미래 은행으로 나아가려면 비용을 줄이고 디지털 채널을 키워 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들의 브랜드가 아니라 사용자들이 쓰고 있는 서비스의 브랜드를 차용해서 그 안에서 뱅킹서비스를 제공하는 고민도 가능해야 한다. 특히 미국의 경우 이 과정에서 금융기관이 직접 BaaS를 제공하고 Unit과 같은 업체들은 금융기관에 필요 솔루션을 제공하는 임베디드 금융(Embedded financing)이 성숙한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일례로 Evlove bank & Trust, Blue Ridge bank, Thread bank의 경우 BaaS 파트너만 각각 56개, 43개, 26개나 있다.

또한 새로운 플레이어의 등장도 필요하다. 기존 금융권에서 조직, 네트워크, 사업 구조를 모두 변경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영국의 스탈링 뱅크, 미국의 차임, SoFi, 독일의 N26 등과 같이 완전히 새로운 핀테크 사업자의 등장을 통한 건강한 경쟁도 필요하다. 기업 가치의 하락이 있었지만 수익성을 크게 제고하면서 미국에서는 Chime, Cash App, Mercury 등 각 분야에서 확실한 승자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 뱅크는 기회와 위협 모두가 될 수 있다. 금융은 그 무엇보다 안정성이 중요한 산업인 만큼 리스크를 따져보지 않을 수 없지만, 그렇다고 사용자들의 필요성까지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보다 적극적으로 사람들의 일상생활로 침투할 것인가, 뒤쳐질 것인가. 그건 선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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