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국회서 '제1차 금융노동포럼' 개최"고객 성과와 비례하는 평가, 경영진 책임 강화""은행판 중대재해법 신설 등 엄중 처벌도 필요"
"은행이 계속해서 고위험상품을 판매할 경우 금융노동자에 얽힌 문제, 즉 금융투자상품을 취급하는 실무자에 대한 인사관리 제도의 구조적 위험성을 해결하는 것이 결국 금융소비자에 대한 불완전판매를 줄이는 길이다." (김상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단기 성과 조장하는 KPI 개선 반드시 이뤄져야
홍콩H지수 ELS 대규모 손실 사태가 점입가경을 달리는 가운데 노동계와 학계에서는 불완전판매를 부추기는 금융사 판매 시스템 개선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키코, DLF 등 반복되는 대규모 파생상품 판매 사고는 단순히 개인의 일탈이나 내부통제 미흡을 넘어 금융사 차원의 엉터리 시스템 때문이라는 것이다.
24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주최한 '2024년 1회 금융노동포럼'에서는 단기 성과주의를 조장하는 금융 판매 시스템에 대한 토론이 이뤄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조혜경 금융경제연구소 소장이 좌장을, 성수용 한국금융연수원 교수와 최원철 금융노조 대외협력본부 부위원장이 발제를 맡았다. 토론에는 강경훈 동국대 교수, 김기원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본부장, 김상배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참여했다.
참석자들은 ELS 사태 방지를 위해선 금융 종사자들을 옭아매는 KPI 제도에 대한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성수용 금융감독원 선임 교수 겸 한국금융연수원 파견 교수는 "단기 성과주의가 부른 부적정한 KPI, 내부 승인을 우회한 판매한도 확대 등 행태가 만연하다"며 "ELS 조사 결과 금감원이 이미 지적했듯 과도한 영업 목표로 직원들의 불완전판매를 유도한 금융사의 책임은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성 교수는 "금융사들은 H지수가 이미 반토막이 난 시점에서 판매 한도를 늘리고, 비예금상품위원회도 형식적으로 운영했다"며 "심지어 ELS 상품설명서에 '검증된 상품'이라는 표현을 쓰는 등 금소법을 위반했다"고 덧붙였다.
KPI를 중심 단기실적 위주 영업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가입 건수가 아닌 '고객수익' 기준으로 평가를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원철 금융산업노종조합 부위원장은 "올해부터 KPI에 소위 돈 안 되는 대출상품 판매는 뺀 은행이 많다"며 "이는 KPI가 얼마나 단기 성과를 지향하는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선 실질적으로 고객이 가져간 수익에 비례해 평가받을 수 있도록 하고, 금융사 차원에서도 새로운 비이자수익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은행권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은행판 중대재해처벌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불완전판매에 대한 규제가 너무 약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교수는 "은행 입장에서 정부가 규제하지 않는 판매 행위를 스스로 제한할 유인이 없는 문제는 부실 판매에 대한 중징계를 통해 만들어야 한다"며 "엄중한 처벌을 내리기에 앞서 투자자 책임과 판매 은행의 책임을 정확히 가르고 불완전판매가 드러나면 은행 존립에 위협이 될 정도의 엄벌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사무금융노조 증권업종 본부장 역시 과도하고 무리한 영업을 강요하는 금융사 시스템과 경영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DLF 불완전판매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함영주 회장의 법률비용은 100억원 단위가 넘는다"며 "누구보다 소비자 보호에 앞장서야 할 경영자들이 KPI를 통해 금융 종사자들을 압박하고, 불합리한 시스템으로 불완전판매를 조장하는 모양새"라고 지적했다. 이어 "금융사 회장들이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시비에 휘말렸을 때 법률 비용을 본인이 부담하게 해야 더 책임감 있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ELS 등 고난도·고위험 상품 전면 금지에 대해선 '이견' 팽팽
다만 ELS 사태로 불거진 원금 비(非)보장형 상품 판매 금지와 관련한 의견은 찬반으로 갈라졌다.
판매 금지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ELS, ELF, 키코 등 '옵션 매도' 상품은 대규모 손실 사태가 터질 수밖에 없는 상품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일반 소비자에게 권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1987년부터 외국계 은행 외환딜러, 삼성증권 초대 선물 팀장 등을 역임한 김성영 이용우 의원실 보좌관은 "옵션 매도 상품은 고객 입장에서 사고가 터질 수밖에 없는 상품"이라며 "지금 판매되고 있는 커버드콜 상품도 언젠가는 큰 사고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키코 사태 때 검찰이 SC제일은행 압수수색을 하던 중 발견한 녹취록에는 '선물환 거래보다 키코 거래를 하면 4배 이상 수수료를 받을 수 있으니 고객이 절대 이를 알게 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며 "과연 고위험 파생상품 판매 수수료로 금융사들이 얼마만큼의 수익을 가져가는 지 고객에게 다 알린다면 가입하겠다는 사람이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즉 이같은 상품 판매 과정 자체가 금융사들의 배만 불리는 사기 행각이라는 주장이다.
반대 측은 판매를 금지하는 것은 소비자 선택권이나 금융 선진화를 저해하는 길이기 때문에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교수는 "단순히 판매를 금지하는 것에는 반대 입장이다"라며 "은행이 자체적으로 내부통제도 갖추는 게 핵심이지, 무조건 판매하면 안 된다는 것은 금융 선진화 관점에서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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