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소좀축적질환' 신생아 선별검사에 포함6종 한 번에 실시···세계 첫 사례"검사 시기, 진단 후 관리 등 보완해야"
이정호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교수는 19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사노피 미디어 세미나에서 "LSD는 긍정적인 예후를 위해 조기 치료가 필수적이다. 신생아 선별검사에서의 LSD 급여 신설은 매우 고무적인 치료 환경 변화"라고 말했다.
국내 환자수가 400여명에 불과한 LSD는 유전적 원인에 의해 특정 효소에 결핍이 나타나 대사 이상이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세포 내 소기관인 리소좀 안에는 몸에서 더 이상 필요 없는 물질들을 분해하는 효소들이 존재한다. 이 효소에 이상이 발생하거나 효소가 생성되지 않을 경우, 분해돼야 할 물질들이 세포 내에 점진적으로 축적되며 비가역적인 손상이 발생한다.
결핍된 효소의 종류에 따라 약 50여종의 리소좀 축적 질환이 알려져 있으며, 다양한 리소좀 축적 질환을 통틀어 7000명에서 9000명 중 1명 꼴의 발병률을 보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LSD 중에서도 치료 및 관리가 가능한 질환은 있다. 폼페병, 뮤코다당증(1형, 2형), 고셔병, 파브리병 등은 결핍된 효소를 체내에 주입하는 효소대체요법(ERT) 치료제가 개발돼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선 한미약품과 GC녹십자가 차세대 지속형 효소대체요법 치료제를 공동 개발 중이다.
채종희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교수는 "LSD는 소아 시기부터 증상이 점진적으로 진행된다. 치료제가 개발돼 있는 경우 효소대체요법을 빠르게 시작할수록 정상적인 성장을 유지하고 증상의 발생을 예방할 수 있어 신체 손상 전 질환을 조기에 진단해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희귀질환 특성상 상당수의 환자가 정확한 병명을 진단받기까지 오랜 시간에 걸쳐 여러 곳의 병원을 전전하는 '진단 방랑'을 겪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2018년 희귀질환 의료비 지원사업 대상자 170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희귀질환 증상 자각 후 진단까지 1년 미만이 걸린 환자가 64.28%로 가장 많았으나, 10년 이상이 걸린 환자도 6.1%를 차지했다.
또 16.4%의 환자는 최종 병명을 진단받기까지 4개 이상의 병원을 찾아다니며 진단 방랑을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 1월1일부터 신생아 선별검사에 LSD 관련 6종의 효소활성도검사를 포함시키는 등 치료 접근성 개선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신생아 선별검사는 특정 유전질환이 발현하기 전 미리 진단·치료하기 위해 생후 48~72시간된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증상 여부에 관계없이 시행하는 공중보건 프로그램이다. 국내에서는 생후 28일 이내 시행되는 신생아 선별검사 대상 질환들에 대해 급여 지원을 해주고 있으며, LSD 또한 새롭게 급여 항목으로 포함되면서 조기에 리소좀 효소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됐다.
또 리소좀 효소 이상 소견을 받은 환아는 가까운 권역별 희귀질환 전문 기관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치료 여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특히 희귀·중증난치질환 산정 특례로 등록된 질환의 경우, 의료 급여 1종 자격으로 외래 진료비 지원이 가능하다.
이 교수는 "신생아 선별검사에 LSD 관련 6종의 효소활성도검사를 한꺼번에 포함시킨 것은 세계 최초의 사례다. 게다가 모든 일반 신생아를 대상으로 검사를 하다 보니 더 이상 환자들만의 관심사가 아니게 됐다"며 "LSD는 그동안 낮은 질환 인지도로 진단 이후에도 환자들이 치료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는 데 한계가 있었다. 신생아 선별검사가 전면적으로 시행되면서 조기에 질환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접근성이 확보된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신생아 선별검사가 시작되긴 했지만 제도적으로 보완하거나 수정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 우선 자연분만한 산모들의 퇴원 시기를 고려해 검사 기간을 24~72시간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제안한 상태"라며 "또 실제 환자가 아닌데 환자로 나오는 경우도 있어서 해외에서는 태어나자마자 1차 선별검사를 한 다음 생후 2~3주 후 2차 검사를 하는 곳도 있다. 양성자 및 실제 환자로 진단되는 환자 수 등과 같은 통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진단 후 치료, 관리 등 전 과정에 대한 코디네이터 역할이 부족한 상황이다. 해외는 지역별로 양성자, 유소견자가 있으면 지역병원으로 바로 연계돼 치료 지연을 방지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여러 이유로 그게 잘 되지 않는다"며 "새로 진단된 환자들이 빠르게 다음 조치에 들어갈 수 있도록 각 질환과 치료 과정에 대한 대국민적 인식 제고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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