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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무너진 'K팝 성지'···경기도-CJ의 동상이몽이었나

유통·바이오 유통일반 NW리포트

무너진 'K팝 성지'···경기도-CJ의 동상이몽이었나

등록 2024.07.19 11:48

수정 2024.07.19 12:24

신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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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밸리' 사업이 무산됐다. 세계 최초 K-팝 전문 아레나 공연장 등을 비롯, K-콘텐츠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아레나 조감도. 사진=CJ라이브시티 제공'K-컬처밸리' 사업이 무산됐다. 세계 최초 K-팝 전문 아레나 공연장 등을 비롯, K-콘텐츠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아레나 조감도. 사진=CJ라이브시티 제공

경기 북부 최대 개발 사업으로 꼽혔던 'K-컬처밸리 조성'이 무산됐다. 총 사업비 2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던 사업이 전면 백지화되며 파문도 커지고 있다.

최근 경기도는 사업시행자 CJ라이브시티에 일방적으로 사업 협약 해제를 통보하고 '공영 개발' 방식으로 사업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CJ그룹은 허망하단 입장이다. 사실상 해당 사업을 위해 설립된 CJ라이브시티는 한순간 존폐 기로에 놓였다. 사업 시작 후 투입한 8000억원에 가까운 자금도 날리게 될 판이다.

경기도와 CJ그룹간 진실 공방도 격화 중이다. 경기도는 CJ라이브시티가 완공 기한을 맞추지 못했고 배상금 감면 등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CJ 측은 불가항력적인 외부 환경 변화가 감안되지 않았고, 최근 국토교통부 조정위원회에서 나온 사업 중재안도 경기도가 무시했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민심도 끓어올랐다. 경기도 측은 기자회견과 주민간담회를 연거푸 개최하는 한편, 경기도지사의 공식 입장까지 내놨지만 여전히 경기 북부 최대 개발 사업을 일방적으로 저버렸다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사라진 꿈···'K-콘텐츠 성지'



K-컬쳐밸리는 CJ그룹 숙원 사업으로 꼽혔다. 전세계 한류팬을 유치하는 'K-콘텐츠 성지'로 만들겠단 야심찬 포부를 갖고 시작한 프로젝트다. 총 6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최초 K팝 공연 전문 아레나'를 비롯, 영화·드라마 등 K-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10만평(32만6400㎡) 규모 문화 복합 단지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총 사업비만 2조원에 달한다.

CJ그룹은 이 사업을 위해 설립한 CJ라이브시티가 2016년 경기도 K-컬처밸리 공모 사업에 선정되며 시동을 걸었다. CJ ENM을 필두로 K-콘텐츠 육성에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CJ그룹은 사업의 최적임자라는 평가도 많았다. 기대감도 컸다. 개장 이후 약 10년간 30조원 규모의 경제적 파급 효과와 약 20만개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되며 경기도와 고양시민을 넘어 전 국민적 기대를 모았다.

다만 사업은 순탄치 못했다. 경기도와 의견 차이로 총 4차례 인허가가 지연되며 사업 개시 후 약 5년이 지난 2021년이 돼서야 착공에 나섰다. 당초 2020년 완공 예정이었으나 그 사이 3차례 사업계획 변경으로 경기도와 CJ 측은 올 6월 완공하기로 합의했다.

이후로도 악재는 지속됐다. 이번엔 외부 환경에 발목을 잡혔다. 코로나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고 금리도 크게 올랐다. 2023년에는 한국전력공사 측이 돌연 '대규모 전력 공급 불가 통보'를 내렸다. 경기 남부 반도체 클러스터가 패스트트랙으로 최우선 추진되는 탓이다. 이로 인해 K-컬처밸리 공연장에 사용할 전력 수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됐다. 2029년에야 전력 공급이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단지 내 수변 공원으로 조성될 일산 한류천 수질 개선 공공 사업 마저 지연되며 잇달아 암초를 만났다.

전력 공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CJ라이브시티는 앞선 청사진을 뒤엎고 공사 계획을 새로 짜야 할 처지에 놓였다. CJ라이브시티는 결국 지난해 4월 공사 중단을 결정했다. 현재 공정률은 17% 정도다.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CJ라이브시티는 국토부 민관합동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조정위원회에 사업 조정을 신청했다. 이에 국토부 조정위는 지난해 12월 경기도와 CJ 양측에 완공 기한 재설정과 배상금 감면을 권고했다. 또 글로벌 1위 스포츠·엔터테인먼트사인 AEG와 아레나 운영 합작법인을 세우기로 하고 올해 2월 별도로 2000억원 규모 기업어음(CP)을 발행하는 등 사업 정상화에 다각도로 매달렸다.

그럼에도 경기도는 완강했다. 기존 완공 기한인 6월 30일 다음 날인 7월 1일에 K-컬처밸리 협약 해제를 통보하고 사업을 전면 백지화했다. 또 앞으로는 민간이 아닌 공공주도의 '공영 개발' 방식으로 사업을 재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김현곤 경기도 경제부지사는 "CJ라이브시티 측이 자금난 등을 이유로 기한을 맞추지 못했는데, 사업 기간 종료가 임박한 시점에서 지체 보상금 감면 등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 이는 특혜·배임 문제가 있어 수용할 수 없다"며 "더 이상 합의가 어렵다고 판단해 협약 해제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무너진 'K팝 성지'···경기도-CJ의 동상이몽이었나 기사의 사진

흔들림 없이 사업 추진 의지 보여온 CJ라이브시티



경기도는 공식적으로 사업협약 해제의 원인이 CJ라이브시티의 사업 추진 의사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CJ라이브시티의 사업 의지는 2015년 등록된 법인 형태에서부터 엿볼 수 있다. 민관합동 공모사업은 통상 PFV 및 SPC가 주체가 되지만, CJ라이브시티는 사업협약 직후 CJ그룹의 신규 계열사 법인으로 설립됐다. '문화보국의 사명을 이어받은 숙원사업'이라는 조명을 받으며, 장기적이고 책임감 있는 사업 추진 기반을 마련해왔다.

또한 차별화된 사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국내 최초로 AEG의 투자를 유치했다. AEG는 美 크립토닷컴 아레나, 英 O2아레나 등의 운영사로, 아레나 및 컨벤션 센터 등 주요 복합문화시설의 개발, 임대, 시설 운영 등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가진 글로벌 전문 기업이다. AEG는 2019년 최초 MOU 체결 후 CJ와의 공고한 신뢰·협력을 바탕으로 흔들림 없이 한국 시장 진출을 준비해왔다. 지난해 4월 아레나 공사가 중단된 이후에도 아레나 건축 설계 및 시설, 활용 계획 등 실질적인 운영 기획을 진행해왔고, 최근까지도 CJ라이브시티와 아레나 JV(합작법인) 설립 및 고양시 내 한국 사무소 개설도 준비 중이었다. CJ라이브시티의 사업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CJ라이브시티와 AEG의 시너지에 기대감이 커진 국내외 수많은 파트너사들도 투자·협력 관계 구축에 참여해왔다. 아레나 시공사인 한화 건설부문은 책임준공 확약서를, 5개 대형 금융기관은 투자 의향서를, 세계적인 K-팝 댄스 크루 등도 사업 참여 협력의향서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다. 국토부 조정위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도 적극적인 투자 의향 및 계획을 사전에 밝힌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역시 CJ라이브시티의 사업 추진이 가속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손을 잡은 것으로 보여진다.

대외에 알려진 CJ의 자금 조달 현황도 사실과 다르다. CJ라이브시티에 따르면 전체 투자비 약 2조원 중 약 40%에 달하는 7800억원의 비용을 투자했다. 이미 토지 매수비 및 내년도 토지 대부료까지 모두 완납한 상황이었다. 지난 2월에는 사업 정상화를 위해 2000억원 CP를 발행했고, ENM 신용평가등급 역시 A1으로 우량해 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었다. 앞서 투자 의향을 밝힌 총 5개의 대형 금융투자기관 역시 국토부 조정위를 통한 사업여건 개선을 전제로 PF 실행을 앞두고 있었다.

아레나가 조성되는 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땅이 전력 공급 불가로 개발이 안되는 상황에서, 경기도가 주장하는 8년간 3%의 공정률 역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CJ라이브시티에 따르면, 아레나를 앵커시설로 하는 현재의 사업계획이 경기도의 승인을 받은 이후로 사업은 계획에 맞춰 정상적으로 추진돼 오고 있었다. 계획된 공기는 총 36개월로, 2021년 10월 착공 후 한전의 전력공급 불가 통보가 불가항력적 대외 변수로 문제가 되어 중단되기 전까지 약 17%의 공정률로 공사는 1년 반 동안 순탄하게 진행됐다.

무엇보다 CJ라이브시티와 같은 10만평 부지를 개발하는 복합개발사업은 공사 시작 전 전체 부지에 대한 사업기획 및 전력공급, 수질개선 등 인프라 여건에 따른 기본설계, 사업계획에 따른 순차적인 부지별 인허가 후에 착공으로 연결된다. 착공 이전의 모든 절차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하게 착공 이후 단계에서의 가시화된 공사 진척률 3%라는 숫자만으로 사업 의지를 가늠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중론이다.

'K-컬처밸리' 사업이 무산됐다. 세계 최초 K-팝 전문 아레나 공연장 등을 비롯, K-콘텐츠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아레나 조감도. 사진=CJ라이브시티 제공'K-컬처밸리' 사업이 무산됐다. 세계 최초 K-팝 전문 아레나 공연장 등을 비롯, K-콘텐츠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아레나 조감도. 사진=CJ라이브시티 제공

경기도의 부당한 사업협약 해제 통보···CJ에 미칠 영향



사업이 해제된 절차 역시 부당하고 부적절하게 진행됐다는 의견이 나온다. 경기도는 사업협약 해제 결정에 이르게 된 경과를 설명하며 "CJ라이브시티가 갑자기 입장을 변경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CJ라이브시티는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CJ라이브시티는 지난 4월부터 시작된 사업 계획 변경의 일환인 사업기간 연장 협의에 성실하게 임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경기도는 전력 공급 지연 등으로 인한 사업계획 재조정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조정위가 양측에 권고한 사업 여건 개선을 위한 협의는 외면한 채 "조정안 검토 및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 과정에서 경기도는 사업 만료를 2주일 앞두고 돌연 사업기간 연장의 전제조건을 내걸었다. ▲전력 공급이 불가한 상황에서도 상한 없는 지체상금 부과 下 아레나 공사의 재개 ▲사업 정상화와는 무관한 수백억원 대의 협약이행보증금 2배 증액 등이 골자였다. 협약이행보증금은 양 당사자 중 한쪽의 귀책으로 계약이 이행되지 않을 시에 부과하는 위약금이다. 경기도는 이러한 조건을 담은 합의서 공문을 발송하며 CJ라이브시티의 수용을 요구했는데, 이는 결국 전력공급 지연으로 개발이 불가한 상황에도 불구, 상한 없이 지속 누적되는 지체상금을 부과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라는 해석이다.

CJ라이브시티는 민간의 의무만 담긴 경기도의 불합리한 사업기간 연장 합의 요구에 섣불리 동의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여진다. 이에 경기도 측에 ①상호간 추가 논의를 위한 협의기간 연장을 거듭 건의 ②사업 정상화의 본질적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안 수용 여부에 관한 의견 청취를 요청했으나, 경기도는 '사업기간 경과'가 아닌 '사업 지연·사업 추진 실적 저조'를 사유로 내세우며 사업 기간 만료일 경과에 앞서 6월 28일 일방적으로 사업 협약 해제를 통보했다고 확인된다.

CJ그룹이 입은 손해는 막심하다. CJ라이브시티는 사업에 이미 8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쏟아부었다. 토지 매입 비용 약 1940억원을 포함해 지난 8년간 법인 운영비, 인건비, 투자 유치에 들어간 금융비용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토지 매각 대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지금껏 투자한 자금 모두를 허공에 날릴 판이다. CJ라이브시티도 존폐기로에 놓였다. 애초에 K-컬처밸리 사업을 위해 설립한 기업이다. 자체 상환 여력이 없어 청산할 가능성이 높다. CJ그룹 전체에 미칠 여파도 상당할 전망이다. 금전적 손실은 물론 CJ그룹과 이재현 회장이 강조해온 '문화보국' 철학에도 상처를 입었다는 점에서 타격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CJ그룹 관계자는 "최근 경기도 통보 직전까지도 어떻게든 사업을 계속해나가려는 고민만 해온 탓에 사후 어떤 식으로 마무리할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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