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이통 여덟번째 도전자 스테이지엑스, 후보 자격 최종 박탈"주파수 고가 낙찰이 독 돼"···자본금 다 못 내고, 서약서도 위반최소 자기자본 기준 도입 움직임···제4이통 외 접근도 모색해야
그런데도 의욕적으로 시장에 뛰어든 스테이지엑스 도전마저 앞선 일곱번의 시도처럼 '재정적인 장벽'을 넘어서지 못한 채 무너지고 말았다.
자본금 1억짜리 회사가 4300억 베팅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통 도전은 시작(주파수 경매)부터 삐걱댔다는 목소리가 크다. 업계가 추산한 적정가격보다 3배가량 높은 수준으로 주파수를 입찰받으면서 '승자의 저주'를 자처했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시장에 내놓은 28GHz 주파수는 2018년 이동통신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6223억원(회사당 2000억원대)을 들여 할당받았으나, 4년여 만에 반납한 대역이다. 그만큼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28GHz 주파수는 흔히 5G에 쓰이는 3.5GHz보다 대역폭이 넓어 속도가 빠르지만, 전파 도달 거리가 짧고 장애물을 피하는 회절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장비를 더욱 촘촘하게 많이 구축해야 한다.
특히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현재로서는 딱히 없다. 기존 통신사들마저 투자금 2000억원씩을 포기할 정도로 사업하기 어렵다. 정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주파수 할당대가의 최저 경쟁 가격으로 기존보다 65%나 낮춘 742억원을 불렀다. 많은 지원책도 제시했다. 망 구축 의무 수량을 기존 1만5000대에서 6000대로 줄였고, 최대 4000억 원 규모의 정책 금융과 세액공제도 지원하기로 했다. 시장 진입 문턱을 낮추고자 전국 단위 할당 신청뿐만 아니라 권역 단위 할당 신청도 동시에 가능하도록 했다.
많은 중소기업이 컨소시엄을 짜 제4이통에 도전했다. 세종텔레콤과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마이모바일(미래모바일)·스테이지엑스(스테이지파이브)가 주파수 경매에 참가했다. 그런데 경매가 과열되며 세종텔레콤이 중도 포기했고, 스테이지엑스와 마이모바일은 50라운드까지 진행된 오름입찰 경매에서 2000억원이 넘도록 경쟁했다.
후속 경매는 더 많은 금액을 써낸 쪽이 주파수 할당 대상 법인으로 선정되는 밀봉입찰 방식으로 진행됐다. 결과는 4301억원을 써낸 스테이지엑스의 승리로 돌아갔다. 마이모바일은 2000억원 후반대를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업계에서는 주파수 할당 대가가 1500억원을 넘어가면 사업성 검토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던 터라, 스테이지엑스의 성공적인 데뷔에 회의적인 시선이 주를 이뤘다.
당시 스테이지엑스는 "30년 만에 올까 말까 한, 제4통신사 지위를 얻을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해 과감하게 베팅했다"고 설명했다. 뒤늦게 밝혀진 사실이지만, 스테이지엑스의 법인등기부등본상 자본금은 1억원에 불과했다.
"동의 없는 묻지마 베팅에 컨소시엄도 외면"
더 큰 문제는 스테이지엑스가 4300억원이 넘는 금액을 써내는 과정에서 일부 주주의 동의를 받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밀봉입찰은 짧은 시간에 상대의 작전을 간파하고, 무엇보다 적어 낼 금액과 관련해 컨소시엄에 포함된 주주를 설득하는 게 관건이다. 무턱대고 비싼 가격에 주파수를 얻었다가는 수익을 못내 파산에 이를 수 있어서다.
투자금 확보 계획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일단 낙찰부터 받자'는 식으로 높은 입찰가를 던진 게 독이 됐다는 평가다. 한 주주사 관계자는 "스테이지엑스가 베팅 금액을 올리는 과정에서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에는 야놀자, 더존비즈온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했고, 연세의료원(세브란스병원), KAIST,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폭스콘인터내셔널홀딩스, 신한투자증권 등은 재무적·전략적 투자자로 함께했다.
불협화음의 결과는 법인 설립 자본금 단계부터 나타났다. 스테이지엑스는 주파수 할당을 위해 법인 설립 후인 5월 7일까지 2050억원의 자본금을 납부해야 했다. 그러나 첫해 납입해야 하는 주파수 할당 대가의 10%인 430억1000만원을 제외한 추가 금액은 없었다. 특히 컨소시엄의 5% 이상 지분을 갖는 주주 6곳 중 약속한 투자금을 납입한 기업은 스테이지파이브를 제외하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에 이에 대한 해명을 요청했고, 회사는 "주파수 할당 절차를 완료한 후인 3분기에 투자자로부터 자금 투자를 받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스테이지엑스가 제출한 주파수할당신청서와 구성주주 및 구성주주별 주식소유비율 측면에서도 상이한 부분이 발견되자, 정부는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는 판단에 지난달 14일 주파수 할당대상법인 선정 취소 처분을 통보하기에 이르렀다.
그 후는 속전속결이었다. 같은달 27일 의견청취를 위한 청문(법무법인 비트 송도영 대표변호사 주재)이 진행됐고, 스테이지엑스는 이달 17일부터 18일까지 행정절차법이 정한 청문조서 열람‧확인 및 정정 절차를 거쳤다.
청문주재자는 스테이지엑스가 주파수 할당대상법인으로서 전파법 등 관련 규정에서 정하는 필요사항을 불이행했으며 서약서도 위반, 선정 취소는 적정하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과기정통부는 주파수 할당대상법인 선정을 최종 취소하기로 확정, 스테이지엑스가 납부한 주파수 할당대가 430억1000만원도 모두 반환했다.
"정부의 무리한 해석, 소송 검토"···제4이통 회의론도
스테이지엑스는 정부의 발표 즉시 입장문을 내 "제4이통사업자 적격법인 취소 통보를 받게 된 점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고착화된 통신시장 개혁' 의지를 믿고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고자 도전했는데, 결국엔 제도와 절차를 무리하게 해석해 여덟번째 제4이동통신사 출범도 실패로 이끌었다는 이유다.
스테이지엑스는 "기간통신사업자 허가제가 등록제로 변경된 후 처음 시도된 이번 제4이통사업자 선정은 이전과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었다"면서 "지난 22년간 7차례 실패의 주요 원인이던 재정적 능력이 발목잡는 일 없이 고착화된 국내 이동통신시장에 변화와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도 과기정통부가 현행 제도와 절차를 무리하게 해석해 아쉬운 결정을 한 것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라고 부연했다.
스테이지엑스는 이런 정부의 결정에 대해 주주들과 논의한 후 가처분 신청,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스테이지엑스는 "이제까지의 노력이 허사가 되지 않도록, 국내 이동통신시장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기 위한 진정성 있는 행보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통 도전 무산 배경은 통신사업자가 되기 위한 자본금 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최소 자기자본 기준이 도입돼야 한다고 분석한다.
과기정통부는 현행 등록제를 유지하면서 통신사업자에도 최소 규모의 자기자본금을 갖추고 사업을 시작하도록 하는 해외 일부 사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5G 특화망 사업자의 경우에서처럼 사업자의 재정적 능력을 점수화하는 정량적 평가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제도적 미비점이 있는지 살펴보고 주파수할당 제도 개선방안 및 향후 통신정책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경제·경영·법률·기술 분야 학계 전문가와 유관기관 전문가들로 연구반을 구성·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자본력이 있는 업체들의 진입 의지가 크지 않은 만큼, 다른 방식의 접근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스테이지엑스가 참가한 여덟번째 도전 때 정부가 대규모 지원책을 제시했으나, 시장 자체가 레드오션이라는 인식이 커 대기업들은 선뜻 참가 의사를 내비지치 않았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도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통 불발이 확정된 날 "(통신비 정책은) 국민 편의를 위한 게 가장 우선"이라고 운을 뗀 뒤 "(제4이통 외) 다른 형태로 만족시킬 수 없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제4이통이 꼭 있어야 하는지, 어떤 역할이 필요한지, 필요성은 인정되는데 상황이 긴박한지 등 고려 요소가 꽤 있다"며 "제가 생각한 바는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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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임재덕 기자
Limjd87@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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