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률, 美빅테크 어닝쇼크'···연준, 인하로 급선회시카고상품거래소 트레이더 '97.5%' 9월 빅컷 예상한은, 부동산 등 '금융안정' 부문 고려해 결정할 듯
미국이 이르면 9월 '빅컷'(기준금리 0.5%P 인하)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전망과 내수 촉진을 위해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안팎의 압박에도, 한국은행은 '신중론'을 유지하는 모양새다. 급격한 가계부채 증가와 서울 부동산 가격 상승세를 봤을 때 금리인하가 집값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한은 금통위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우려하는 대화 내용이 담겼다. 금통위원들은 통화정책의 1차 목표인 '물가 안정'은 고무적으로 평가했지만, 금리 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촉발해선 안 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이에 미국이 금리를 인하해도 한은은 국내 금융시장 안정 여부에 무게를 두고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자국 내 고용 지표가 악화하고 빅테크 기업의 어닝쇼크 등 경기 침체 우려가 계속되자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지난 7월 미국의 실업률은 4.3%로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동시에 미국 경제 호황의 중심인 인텔,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의 실적 악화가 현실화되며 나스닥 지수가 8월 초 연일 급락했다.
이 가운데 일본 중앙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두 번 인상하면서 미국에 투자된 2조달러에 달하는 일본의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본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엔저(低) 상황에서 금리가 낮은 엔화로 고금리 자산에 투자한 자금을 말한다.
이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달 31일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둔화하거나 고용시장 상황이 현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금리인하가 9월 회의 때 테이블 위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얼마 전까지 시장은 미국의 금리인하가 연말까지 미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에서, 미국이 '빅컷'까지 고려할 수 있다는 방향으로 전망을 선회했다.
실제 골드만삭스와 시티그룹 등 투자은행은 9월 18일로 예정된 연준 회의에서 미국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하향 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시간으로 5일 오후 11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트레이더들 역시 연준이 9월 정책회의에서 현재 5.25% ~ 5.50%인 기준금리를 50bp(1bp = 0.01%) 내릴 가능성은 97.5%라고 내다봤다. 이는 직전 예상치인 73.5%보다 더 늘어난 수준이다. 일주일 전 50bp를 인하를 기대한 시장 참여자들이 11%에 그쳤던 데 비하면 급격한 분위기 전환이다.
이에 한국 시장도 예상보다 이른 금리인하가 점쳐지고 있다. 금리를 섣불리 내리지 못하는 배경에는 역대 최대로 벌어진 한미 금리 역전 차도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이 큰 폭으로 금리를 인하할 경우 우리나라는 금리 역전 차 우려에서 다소 자유로워지는 셈이다.
동시에 정부와 국회에서 내수 진작을 위한 금리인하를 주장하고 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SNS를 통해 "기준 그림 인하 결정에 중요한 요인인 근원물가 상승률이 2% 초반으로 내려왔고, 유럽중앙은행과 캐나다, 중국, 영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선제적인 금리인하에 나서고 있는 만큼 우리도 타이밍을 놓쳐선 안 된다"며 "내수 부진의 원인으로 고금리 장기화가 손꼽히고 있는 만큼 이제는 통화정책 방향을 선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은은 7월 금통위 이후 기준금리 조정에 대한 별다른 메시지를 전하지 않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7월 금통위 당시 "(금리인하를 위해)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성됐다"면서도 "외환시장,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움직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험 요인이 많다"고 언급했다. 이날 금통위 회의에서도 금통위원들은 금리인하가 부동산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8월 한은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는 오는 22일이다. 이후 금통위 일정은 10월과 11월 두 차례 남았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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