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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근시안적 접근이 만든 가계부채 정책, 결국 은행에 책임 묻기인가

오피니언 기자수첩

근시안적 접근이 만든 가계부채 정책, 결국 은행에 책임 묻기인가

등록 2024.09.03 17:18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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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급증하는 가계대출 증가를 잡겠다며 은행을 옥죄는 금융당국의 모습이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려 허둥거리는 사람처럼 급해 보인다.

가계대출의 수상한 증가세는 이미 올해 봄부터 관찰됐다. 올해 4월, 5월 가계대출은 매달 5조원 넘게 급증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별 이유 없이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7월에서 두 달 연기한 9월로 미뤘다. 이 시기 가계부채 문제를 둘러싸고 '억제해야 한다'면서도, 한쪽에서는 규제를 풀어버리는 아이러니에 '엇박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지난 8월 가계대출은 5대 시중은행에서만 9조원 넘게 폭증했다. '영끌족' 탄생으로 가계부채가 급격히 불어났던 시절을 통틀어 가장 큰 증가 폭이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실패가 자명해지자 은행에 죄를 묻기 시작했다. 부실한 포트폴리오 관리로 가계대출을 목표치보다 과하게 내줬다며, 계속 이런 식이면 내년에는 DSR 목표치를 낮춰 영업에 지장을 주겠다고 엄포를 놨다. 당장 가계대출 잔액을 줄이지 못하면 페널티를 받게 된 은행들은 대출 한도를 줄이고 유주택자 전세대출을 중단하는 특단의 조치를 단행했다. 일부 은행은 주담대 모기지보험 가입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대출 한도를 대폭 줄였다.

가장 큰 피해자는 실수요자인 국민 대부분이다. 당국의 압박에 이기지 못한 은행들이 7월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여러 차례 상향 조정한 탓에 대출 금리는 높아졌는데, 이제는 대출 한도까지 반토막이 난 상황이라서다. 정부가 2단계 DSR 시행을 미룬 후 막차 수요로 많은 대출을 내줬고, 가계대출 감소 의무 핑계로 대출 금리까지 상향했던 은행들도 사실 손해를 본 건 없다.

때를 놓친 정부 정책으로 국민이 보는 피해는 대출절벽뿐만이 아니다. 엇박 정책으로 가계대출이 증가하고 이 돈들이 부동산으로 들어오면서 수도권 집값은 6월 이후 서울 아파트 가격의 주간 상승률이 0.3% 안팎으로 오르고 있다. 연간으로 치면 15% 오르는 셈이다. 그렇지 않아도 비싼 서울 집값은 또 오른다는데, 내수진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 결정은 부동산 시장 자극을 우려해 또 미뤄졌다.

가계부채는 늘고, 내수 진작은 묘연하고, 돈이 마른 국민들은 대출길이 막히고, 부채를 줄이기 위해 정책 대출 공급은 줄어들고···. 악순환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정책 엇박자에 대한 인정은 물론, 가계부채 관리 실패에 대한 책임을 은행에만 돌리고 있다. 이로 인한 억지 대책은 시장 논리에 혼란을 불러온다. 시장경제주의를 지향하는 현 정부의 아이러니다.

엄한 표정으로 급한 속내를 가리고 있지만 정책 실기(失期)로 야기된 가계부채 급증을 근시안적 정책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당국이 그렇게도 혼내던 은행들의 단기 성과주의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급한 불 끄려고 결국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는 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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