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의료 투자 규모는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감소해왔다. 고금리 여파로 투자금 회수(엑시트) 수단인 기업공개(IPO) 문턱이 높아지고 글로벌 경제위기가 지속되면서 벤처캐피탈(VC) 투자가 대폭 감소한 탓이다.
VC의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 금액은 2021년 1조6770억원에서 2022년 1조1058억원, 지난해 8844억원으로 줄었다. 바이오 기업 IPO는 2020년 17개에서 지난해 9개로 감소했다. 이 여파로 상장사, 비상장사 할 것 없이 임상 중단 사례가 잇따랐고, 인건비 등 비용 절감에 나선 기업들도 급격히 늘었다.
올 2분기 바이오·의료 신규 투자액은 2645억원이다. 직전 분기 1563억원 대비 약 70% 증가한 수치다. 전년 동기(2145억원)와 비교해서는 23%나 늘었다. 감염병 유행, 금리인하 가능성 등의 영향으로 투자 훈풍이 불고 있는 모습이지만 일부 기업들은 사업에 필수적인 장비까지 내다 팔정도로 상황이 악화했다. 자금 조달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면서 투자를 받지 못하는 기업들이 도태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많은 기업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현 상황을 부정적으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옥석이 가려지면서 추후 바이오기업들의 신뢰도 구축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거란 시각이다.
실제 기술력이 있거나 임상이 순항하고 있는 경우 투자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 또 벤처들에 대한 투자 감소와 기업 가치 하락은 기존 대·중견기업들과의 투자, 기술이전, 인수·합병(M&A) 등의 협력 기회가 확대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바이오시장이 주목을 받았던 2018~2021년 모든 기업에 고른 투자가 이뤄졌던 건 우리나라 역사상 단 한 번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그때와 같은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면 안일한 생각일 수 있다.
바이오 분야는 적시에 충분한 자금이 조달되지 않으면 높은 임상시험 비용과 실패 리스크로 후기 단계 개발 진행이 어려워진다. 투자환경이 나아지고 있다지만 바이오산업이 가야할 길은 멀다. R&D는 기본이다. 기술력이 있다고 해도 창업주의 커뮤니케이션 역량, 기업 신뢰도, 외부환경 등에 따라 투자 유치가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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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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