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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인구감소·고령화 대비하려면 천편일률적 도시계획 바꿔야

오피니언 기자수첩

인구감소·고령화 대비하려면 천편일률적 도시계획 바꿔야

등록 2024.09.13 14:37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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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주거확장'에만 포커스를 뒀던 도시와 토지에 대한 이용계획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도보권 안에서 의료‧교육 등 복지를 누릴 수 있는 'N분도시'나 서로 다른 여러 가지 기능을 한 건물‧공간으로 집약하는 '복합화' 등을 적극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생활 SOC(사회간접자본)에 다한 개편도 요구된다.

우리나라보다 고령화와 인구감소를 먼저 겪은 선진국에선 이미 다양한 극복방안을 시도‧시행하고 있다. 도시개조에선 일본과 프랑스를, 인구소멸 위기의 지방에선 독일의 사례가 참고할 만하다.

프랑스 파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15분 도시' 정책을 진행해 큰 성과를 거뒀다. 도보나 자전거로 15분 거리 내에 모든 생활이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이 반경 내에 일자리‧쇼핑‧교육‧의료‧엔터테인먼트 등을 모두 누릴 수 있도록 개편했다. 자전거도로를 1000km 하면서 자전거 이용을 권장한 반면 자동차는 도심 내 규정속도를 30km/h로 낮추고 SUV에는 3배 이상의 주차료를 물렸다.

일본은 도시 내 공간을 입지별로 특성화하는 '입지 적정화계획'을 도입해 성과를 냈다. 도시 내에 의료와 복지‧상업 등의 도시기능을 갖춘 '도시기능유도구역'을 곳곳에 뒀다. 일종의 도심기능의 분산이다. 그리고 이 거점들을 중심으로 거주지가 둘러싸도록 '거주유도구역'을 만들었다. 그리고 도시기능유도구역과 거주유도구역 사이에는 대중교통기능을 강화해 이동편의성을 높였다.

독일은 동‧서독 통일 후 인구 유출 문제가 심각했던 동독지역에서 실험적인 시도가 이뤄졌다. '성장'이 아닌 '축소'에 목표를 둔 공간계획을 세운 것. 라이프치히가 대표사례로 꼽히는데 이 도시는 도심부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빈집이나 노후주택을 과감히 철거하거나 재정비했다. 철거한 곳엔 공원을 만들거나 공공에서 소유주와 협약을 맺고 일정기간 주차장이나 공공시설 등을 운영하는 대신 토지세 등을 감면해주는 정책을 폈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주거지역을 정비할 때 똑같이 주거지역으로 만드는 형태를 이어가고 있다. 저층빌라나 주택이나 노후 아파트를 허물고 가구 수를 더 늘려 새 아파트를 만드는 식이다. 인구감소 추세의 나라에서 무작정 집을 늘리는 것이 맞는 일인가 돌이켜 봐야할 일이다.

문제는 사업성이다. 주택, 특히 아파트는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고 비싸게 팔리는 자산이다. 재개발‧재건축을 할 때 아파트 일반분양을 많이 해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보니 모든 조합에서 '용적률'에 목을 맨다. 아파트 외엔 상가 등 소규모의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것이 전부다.

저성장‧인구감소의 시대엔 아파트나 상가 외에 또 다른 시설을 짓고 팔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주거 외에 상업‧업무‧문화‧사회복지 등 다양한 시설을 만들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그래야 단순 주거지에서 '플러스알파'를 가진 복합화가 가능해진다. 복합화를 해야 활력이 생기고 도시가 살아난다. 필요하다면 공공에서 예산을 편성해 이러한 시설을 매입해주는 것도 방법이다.

임대주택 위주의 기부채납 제도도 손을 봐야 한다. 공공임대주택을 늘려서 서민 주거를 안정시키겠다는 의도는 충분히 알겠지만 이래선 도시기능을 살릴 수 없다. 오히려 인구 구성의 변화와 미래전략을 등을 고려해 실버주택이나 기업기숙사, 공유주택 등으로 다양화하는 것이 특성화와 다양화 등에서 유리하다.

시대가 변하는데도 고성장기, 베이비부머세대의 사고와 행정‧법률을 유지해서는 현실의 부조화로 인해 도시의 쇠퇴만 앞당길 뿐이다. 말로만 혁신을 외칠 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부터 '혁신'적으로 개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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