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대출 옥죄기대출시장 혼란만 가중실수요자들 외면하나
#2. "집주인이 전세금을 올려달라고 하는데, 전세 대출 증액될까", "실거주 유예가 3년 연기돼 임대 놓을 생각 했는데, 전세자금 대출이 막히면 잔금 어디서 구해야 하나", "지방으로 발령 났는데 서울 1주택자는 전세대출 못 받나", "이미 계약금을 냈는데, 전세 대출 안 나올까"
최근 부동산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같은 은행 대출 관련 글이 도배될 정도다.
정부가 전방위 대출 옥죄기에 나서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나 전세 등 대출을 둘러싸고 시장이 큰 혼란을 빚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은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강화 명분으로 가계대출 폭증 및 '부동산시장 안정'을 내세웠지만, 수도권 집값 잡겠다고 나섰다가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만 박탈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더욱이 이같은 대출 옥죄기가 확대될 경우 강남 3구 등 인기 지역에선 현금 부자들이 주도하는 장세로 이어져 집값 양극화만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서울 등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의 주범을 수요자들의 대출 급증으로 판단했다. 이에 금융당국 등 정부는 대출 규모를 줄여 집값 안정화를 꾀하겠다는 것으로, 규제 강화를 연일 강조하고 있다. 그러자 시중은행들도 연일 대출 금리를 올리고, 대출 한도 및 대상을 축소하는 등 새로운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실제로 지난 9월 12일 기준으로 주요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중 1주택자가 주택담보대출과 전세 대출을 모두 받을 수 있는 곳은 하나은행이 유일하다. 기본적으로 무주택자가 첫 주택을 마련하는 경우에는 주담대 대출이 가능하고, 갭투자(전세 낀 주택 구입)로 활용된다고 지적받은 전세 대출은 막고 있다.
대출금리도 급등세다. 업계에 따르면 당국은 이달부터 스트레스 DSR 금리 2단계를 시행,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선 1.2%포인트(p), 지방에서는 0.75%P의 스트레스 금리를 차등 적용했다. 여기에 일부 주요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의 만기를 최장 50년에서 30년으로 줄이면서 대출 한도가 더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연봉 1억원인 부부가 이달 30년 만기(원리금 균등 상환)로 수도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면 대출 한도는 최대 5억6800만원으로 관련 제도 시행 전인 지난달 6억9400만원보다 약 1억2600만원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이 순차적으로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이나 유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거나 중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를 강화할수록 서민 등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주택 구입을 위해선 목돈이 필요한데 자금 여력이 적은 실수요자는 대출 의존도가 커지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연구위원은 "스트레스 DSR는 대출을 안 해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한도를 줄인다는 얘기로 대출자의 재정적 건전성을 보겠다는 취지"라며 "가계대출을 관리하겠다는 맥락에서는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대출을 한도까지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 수요자들로서는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대로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등 선호 지역에선 '현금 부자' 위주로 거래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대출 규제와 무관하게 자금 여력이 있는 현금 부자들은 이참에 내 집 마련에 나서는 등 강남 큰손들의 거래는 꾸준히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다.
실제로 이달 강남권 등 인기 지역에선 아파트 신고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강남구 아파트의 매매 계약 신고가 비중은 6월 16%에서 7월 25%로 급등했고, 8월에는 전월 대비 10%포인트 상승했다. 또 서초구는 지난달뿐만 아니라 7월에도 신고가 비중이 34%를 차지했다. 강남·서초·용산 등의 신고가 비중은 서울 아파트 매매시장 신고가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최근 강남구 압구정현대 2차 160㎡가 지난 8월31일 71억8000만원에 거래돼 직전 신고가보다 6억8000만원 상승한 가격에 팔렸다. 서초구에서는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84㎡가 60억원에 신고가를 경신한 것을 시작으로 반포자이 160㎡가 57억원, 래미안퍼스티지 117㎡가 53억7000만원, 아크로리버파크 84㎡가 51억원 등에 각각 팔려 신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송파구에서는 장미아파트 182㎡가 지난 7일 41억5000만원에 거래돼 40억원을 돌파했다.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향후 양극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금 당장은 수도권 집값을 잡을 수 있겠지만 대출 의존도가 적은 지역일수록 대출 규제 강화의 여파가 적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내에서도 지역 간 집값 오름세 차이는 크다. 서초구는 올해 들어 지난 2일까지 6.02% 상승했다. 강남구와 송파구도 같은 기간 4.34%, 5.85% 올랐다. 선호도가 높은 성동구와 마포구도 7.68%, 5.01% 올랐고, 용산구와 광진구도 4.81%, 4.3% 오르며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이에 비해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은 상승 폭이 덜하다. 강남권보다 뒤늦게 오름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노원구는 올해 들어 0.75%, 강북구는 0.74% 상승했다. 도봉구는 0.12% 하락했다.
주간 단위로 쪼개봐도 9월 1주 서울 서초구의 아파트값은 전 주 대비 0.41% 상승했고, 강남구와 송파구도 0.30%, 0.31% 올랐다. 이에 비해 노원구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한 주새 0.16% 상승했다. 도봉구와 강북구도 0.12%, 0.17% 올라 상대적으로 상승 폭이 크진 않았다.
매일 바뀌는 대출 조건에 주택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9일까지 집계된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4389건으로 7월(8789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아직 계약 신고일이 약 한 달 남았지만 업계에서는 거래량이 7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권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가계대출 부실을 막기 위해 대출을 어느 정도 규제해야 한다"면서도 "대출이 필요한 수요자에게는 대출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핀셋 규제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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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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