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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심사부터 사기 예방까지··· AI 도입하는 보험업계

금융 보험 금융권 디지털 전환

심사부터 사기 예방까지··· AI 도입하는 보험업계

등록 2024.10.23 15:29

김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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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언더라이팅으로 유병자 가입 문턱 낮춰···효율성도↑리스크 탐지해 보험사기 막고, 보이는 TM으로 편의성 증대머신러닝 AI에 생성형 AI 도입···헬스케어 등 범위 확대 예상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보험업계가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인수심사 등을 간편화하며 업무 처리에 드는 시간을 줄이고 있다. 보험업계는 업무 효율성 향상뿐만 아니라 보험사기를 예방하거나, 병력이 있는 가입자들의 가입 문턱을 낮추는 데 AI를 활용 중이다.

최근에는 금융위원회가 망 분리 규제 완화를 단계적으로 진행한다는 내용의 '금융분야 망 분리 개선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머신러닝 기반 AI를 넘어 생성형 AI를 활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마련할 수 있는 물꼬가 트였다.

언더라이팅·보험사기 예방 등 활용 범위 확대


삼성생명은 지난해 프랑스 재보험사인 스코르(SCOR)사의 빅데이터 프로그램을 도입해 가상 보험가입심사(언더라이팅)을 시작했다. 가상 언더라이팅은 빅데이터 분석으로 예상 손해율을 산출해 질병별로 인수기준 수립과 적정성을 검증하는 절차다. 이를 통해 유병자 등 보험 가입에 어려움을 겪던 이들의 가입 심사 문턱을 낮췄다.

한화생명은 AI를 통한 사전 언더라이팅 시스템을 도입했다. 사전 언더라이팅은 보험 계약 청약서 발행 전, 고객이 작성한 알릴의무사항을 통해 보험사가 가입 신청자의 위험도를 평가하고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한화생명은 알릴의무사항 작성 시 한화생명과 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이력을 불러와 자동입력할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또 한화생명은 보험업계 최초로 AI를 활용해 상품개발 데이터를 산출하고 있다. AI OCR은 AI로 광학식 OCR(광학문자판독장치)를 한 단계 발전시킨 형태다. 기존 OCR은 진료비 영수증과 같이 정형화된 문서를 판독하데 그쳤다면, AI OCR은 진료비 영수증·세부내역서·처방전 등 보험 청구서류 이미지 파일을 인식하고 여기서 확보한 데이터를 실제 위험률 개발에 활용한다.

교보생명도 2020년 '사고보험금 AI 자동심사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스템 고도화를 진행해 왔다. 이 시스템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보험금 청구 건을 위험에 따라 평가한 뒤 자동심사 적합 유무를 결정해 보험금 지급 속도를 단축했다.

교보생명은 AI와 머신러닝 기술을 접목한 보험사기예측시스템 'K-FDS'를 개발해 운영 중이다. K-FDS는 보험사기 의심 사례가 자주 발생하는 질병과 상해 유형을 자동으로 분류한다. 이를 통해 조사자의 직관과 경험에만 의존했던 기존 방식 대비 대응 능력을 크게 향상시켰다. 신한라이프와 동양생명 등도 보험금 리스크를 탐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활용 중이다.

삼성화재는 디지털 역량 고도화로 장기보험 심사 승인율을 9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AI를 활용한 장기보험 상병심사 시스템 '장기U' 활용을 통해서다. 이 시스템은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보험 가입자의 고지 내용과 보험금 청구 이력을 통해 보험사가 인수할 수 있는 최적의 담보를 신속하게 찾아준다. 올해 상반기 특허도 획득했다.

현대해상은 지난 2022년 업계 처음으로 가상 언더라이팅을 도입했다. 최근에는 신용정보원에서 제공하는 보험사고 데이터를 활용, 보험 계약 전 고지해야 할 질환들을 자동으로 선별해 입력해 주는 '바로고지' 시스템을 도입했다. 현대해상은 향후 AI 기술을 활용해 바로고지 시스템의 고도화와 언더라이팅 자동화 등을 꾀하겠다는 방침이다.

DB손해보험은 지난 2020년 질병자동심사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빅데이터 기반 보장분석과 AI기반 사전 인수심사 절차를 접목했다. 올해 초에는 'AI비서(사전 언더라이팅) 시스템' 특허를 따냈다. 이 시스템은 AI를 통해 고객별 보장분석·맞춤설계·사전심사를 동시에 수행한다. 지난해 6월 AI비서 도입 후 월 6000명의 설계사가 10만명 이상의 고객과 계약을 체결할 정도로 활용도도 높다.

메리츠화재가 텔레마케팅(TM) 채널에서 선보인 '음성봇'과 '보이는 TM 보험 가입 서비스(메리패스)' 등도 실무 현장에 안착했다. 지난해 메리츠화재 TM채널 장기인보험 신계약 가입 중 65% 이상이 디지털 서비스를 통해 이뤄졌다. 올해 1분기에는 그 비중이 약 70%로 확대됐다.보험 계약에 필요한 전 과정을 모바일을 통해 진행하는 '메리패스'를 통해 가입한 비율은 지난해 3월 7.6%에서 올해 3월 51.2%로 1년 만에 7배가량 늘었다.

망 분리 규제 완화되면···생성형 AI 활용 더 늘어난다


보험업계는 그동안 업무 효율화 분야에 주로 AI를 활용했지만, 생성형 AI를 통해 활용영역을 더욱 넓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업무 생산성 향상 ▲리스크 및 시장 분석모델 고도화 ▲소비자 경험 제고 등을 꾀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생성형 AI는 문서 작성, 이미지 생성 등 사람이 직접 하던 작업을 대신해 업무 정확도와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에게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고 고객 응대 시에도 단순한 답변이 아니라 대화 형식으로 답변의 질을 높여 소비자 경험을 개선할 수 있다.

손재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의 경우 업무 프로세스 자동화 및 간편심사 등을 중심으로 머신러닝 기반 AI가 사용되고 있다"면서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그 활용 범위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아직 활용 수준은 초기 단계"라고 분석했다.

다만 생성형 AI 활용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망 분리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 망 분리 규제는 금융사의 내부 시스템(내부망)과 인터넷(외부망)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도록 한 규제다. 해킹으로부터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취지였으나, 외부망과 분리된 내부망으로는 타사 생성형 AI 등을 활용할 수 없어 금융권 신기술 개발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지속해서 제기됐다.

이에 금융위는 샌드박스를 통해 규제 특례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금융권 내부 시스템과 외부 AI 모델의 연결을 허용해 생성형 AI 활용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지금까지 보험업계의 생성형 AI 활용은 기존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망 분리 규제 완화로 다양한 정보 연결이 가능해져 보험사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더욱 다채로워질 전망이다. 예를 들어 AI나 빅데이터를 활용한 헬스케어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현재 국내 보험사가 제공하는 헬스케어 서비스는 걸음 수에 따라 포인트를 제공하거나, 고객이 동의하면 건강 상태를 분석해 주는 수준이다. 그러나 생성형 AI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 지금보다 더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손 연구위원은 "AI 활용으로 야기되는 새로운 위험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AI 모델 및 성능에 대한 정확한 정보 확보가 중요하며 보험사는 이를 분석할 수 있는 위험평가 역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며 "AI 활용으로 인해 발생 가능한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비하려는 노력도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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