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부터 10만명 대상 실사용 테스트 예정"국내 넘어 국가 간 지급 수단으로도 잠재력"정보 보안·美 대선 결과에 따른 변수는 남아
한국은행은 6일 과기정통부, 금융위원회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및 예금 토큰 기반 '국민 체감형 디지털 금융서비스 실증'을 위한 업무협약식을 개최했다. 이들 기관은 협약을 통해 관련 기술, 보안성, 표준화 등을 논의하기 위한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CBDC 시스템과 바우처 관리 플랫폼 연계를 지원할 방침이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토큰화(tokenization)로 대표되는 최근의 IT 기술 발전은 화폐제도와 금융시장 패러다임의 변화를 촉발할 수 있다"며 "새로운 금융서비스가 출현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을 마련하는 게 매우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내년 초 10만명을 대상으로 한 CBDC 실거래 테스트 진행한다. 사전에 테스트 참여를 원한 금융 소비자들은 은행에 전자지갑 개설과 예금 토큰 발행을 신청하고, 은행이 발행한 예금 토큰으로 지급·결제를 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가 토큰으로 값을 치르면 이용자의 전자지갑에서 사업주의 지갑으로 토큰이 이전되는 방식이다.
앞서 금융위는 'CBDC 시스템 내 예금 토큰 기반 지급‧이체 서비스' 기관을 자처한 은행 7곳(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부산·IBK기업은행)에 대한 혁신금융서비스 제공을 승인했다. 금융위는 이번 테스트에 한해 예금 토큰 발행·유통을 은행이 수행할 수 있는 업무로 허용하고, 예금 토큰에도 예금자 보호가 적용될 수 있도록 했다. 혁신금융서비스 제공처로 승인을 받은 은행들은 다양한 곳에서 CBDC 결제를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은 세븐일레븐과 교보문고, 신한은행은 자사 배달 앱인 땡겨요, NH농협은행은 계열사 하나로마트에서 CBDC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CBDC는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지만 일반 화폐와 같이 중앙은행이 보증을 한다. 따라서 시장에선 CBDC가 가상자산이 아닌 통용 화폐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CBDC는 국가 간 거래 시 수수료도 획기적으로 낮추고 거의 즉각적인 국제 송금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 한은은 국제결제은행(BIS), 5대 기축통화국(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스위스) 및 멕시코, 국제금융협회(IIF)와 함께 국가 간 지급결제 개선을 위한 '아고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창용 총재 역시 CBDC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지난 5월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열린 ADB 연차총회에서 "한국은 비기축통화국으로서 아고라프로젝트를 통해 국경간 통화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는 CBDC를 가지는 것에 대한 장점이 크다"라며 " CBDC를 도매로 제공하고 은행들은 토큰화 예금을 발행하는 투트랙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비은행 기관도 플랫폼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남았다. 우선 CBDC 사용으로 정부가 개인의 거래 내역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일명 '빅브라더'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한은은 CBDC 시스템 보안을 높이는 암호화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통신망을 이용하는 CBDC의 특성상 해킹 범죄 등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일각의 우려다.
또한 CBDC 도입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 후보자가 당선될 경우 CBDC 활용도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아고라 프로젝트에서 미국이 빠지면 전 세계 무역 통화의 44%인 달러가 제외되는 셈이라서다. 미국 공화당은 지난 7월 정책강령(정강)에 중앙은행 CDBC 발행을 반대한다고 공표했으며, 트럼프 후보는 지난 2일 "CBDC는 개인의 자유로운 금융 거래와 경제 활동을 정부가 감시하고 통제하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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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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