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우리은행장 새 인물···농협도 교체 유력정국 불안 속 내년 금융수익 '암울' 전망이 주효
KB금융은 지난달 27일 대표이사추천위원회를 열고 이환주 KB라이프생명 대표이사를 차기 KB국민은행장으로 단독 추천했다. 당초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의 연임이 유력할 것으로 여겼던 업계 전망을 180도 뒤집는 결과였다.
이 후보자는 KB금융지주에서 재무총괄(CFO) 부사장을 역임한 그룹 내 '재무통'으로 불린다. 특히 초대 KB라이프생명 대표로 푸르덴셜생명보험과 KB생명보험의 통합을 잡음 없이 이뤄냈다. 이 과정에서 KB손해보험에서 인큐베이팅했던 요양사업을 성공적으로 KB라이프생명에 이식하고, 단기간에 흑자를 실현하는 성과도 거뒀다.
KB금융은 이 후보자에 대해 "그룹 내 주요 핵심직무에 대한 폭넓은 경험을 바탕으로 영업 중심 경영철학을 균형있게 실현할 수 있는 현장감과 경영관리 역량을 갖췄다"며 "글로벌 사업 추진력 강화, 근본적인 내부통제 혁신 및 기업문화 쇄신, 명확한 의사소통 프로세스 정립 등 조직의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이끌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의 소유자로 고객 중심적 사고와 과감한 실행력 등도 겸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이은 내부통제 부실과 부당대출 사태에 홍역을 치른 우리금융도 새로운 수장을 선임했다. 우리금융은 지난달 29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정진완 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추천했다. 정 후보는 1968년생으로 은행장 가운데 가장 젊다. 우리금융 자추위가 "최근 불거진 내부통제 이슈 등을 감안해 '조직 쇄신', '세대 교체'에 주안점을 두고 은행장 선임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힌 만큼, 정 후보자는 취임 후 조직 쇄신을 위한 세대교체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부터 수 차례 발행한 금융사고, 불투명한 인사 선임 등으로 지적을 받았던 농협금융도 새로운 인물을 발탁할 가능성이 높다.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올해 말 임기가 만료되는데, 농협은행의 경우 연임 사례가 극히 적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금감원으로부터 기형적 지배구조와 인사에 대한 지적이 이어진 만큼, 농협은행장은 바뀔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신한금융은 기존 정상혁 현 행장의 임기를 연장하면서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신한금융 자회사최고경영진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경위)는 지난 5일 신한은행장 후보로 정상혁 현 행장을 추천했다. 자경위는 "견조한 자산성장과 비이자 이익 증가, 글로벌 성장 등 우수한 경영 성과를 실현했고 안정적 건전성 관리와 미래 성장을 위한 시도로 혁신도 주도했다"고 추천 이유를 들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은행을 이끌었던 이승열 하나은행장도 연임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하나금융은 12월 중순 계열사대표이사추천위원회를 열고 이를 결정할 방침이다.
5대 은행장 가운데 절반 이상의 수장이 교체되는 가장 큰 이유는 내년 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실적 전망이 암울해서다. KB금융지주는 대추위 당시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NIM 축소,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 등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KB국민은행의 핵심사업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경영 전문성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실제 올해 3분기 기준 은행들의 NIM(순이자마진)은 예대금리차가 줄면서 감소했다. 전분기 대비 3분기 4대 은행 NIM을 살펴보면 △KB국민은행 1.84%→1.71% △신한은행 1.60%→1.56% △하나은행 1.46%→1.41% △우리은행 1.47%→1.40% 등 모두 하락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도 △KB국민은행 1.84%→1.71% △신한은행 1.63%→1.56% △하나은행 1.57%→1.41% △우리은행 1.55%→1.40%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도 금융권 수익성 하락을 전망하고 있다. LS증권 전배승 연구원은 "은행업종은 내년에도 밸류업 모멘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추가적인 금리인하와 비우호적 정책기조 하에서 수익성 둔화우려 또한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은행업종 주가와 강한 동행성을 갖는 경기선행지수는 최근 하락 전환되는 양상을 볼 때 향후 경기둔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규 선임된 은행장들은 지난해부터 연이어 터진 내부통제 이슈를 마무리하기 위한 제도 안착에 힘쓰는 동시에, 수익 다변화를 위한 해외진출, 비이자이익 확대 등 실적 높이기에도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최근 불거진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불안, 그로 인한 고환율 추세 지속, 트럼프 대통령 재당선으로 등 인한 대내외 악재 해결을 위한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crystal@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