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도체도 관세 부과 예고반도체 보조금 지급도 불확실성↑"대체 불가 반도체 경쟁력 키울 기회"
3일 외신 등에 따르면 오는 4일부터 미국으로 수입되는 캐나다 및 멕시코산 제품에 25%, 중국산에 10%의 보편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이는 앞서 지난 1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따라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데 따른 것이다.
자국우선주의를 외쳐 온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황금시대'를 이끌고자 관세를 무기로 삼은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고 표적이 아시아국가, 즉 한국으로도 옮겨 붙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업종별 관세 부과 가능성도 이미 시사했다. 그중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 자리를 통해 반도체, 의약품, 철강, 원유, 가스 등 품목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석유, 가스는 이달 18일께 구체적인 방안을, 반도체의 경우 수개월 내에 부과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우려를 반영하듯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요동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55분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5만800원, 19만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거래일대비로 보면 각각 3.05%, 4.17%씩 빠졌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의하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액은 1419억 달러를 기록했고 이 가운데 미국 수출 비중은 7.2%였다. 단순 수치상으로 보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지만 최종 고객사인 엔비디아에 공급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수출되는 대만까지 합산하면 비중은 21.7%로 높아진다.
반도체는 1997년 발효된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전 세계 무관세로 수출입 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트럼프 정부에서 관세를 적용하게 되면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저하될 수밖에 없게 된다. 결국 국내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결코 우호적인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관세가 부과되면 제품 가격이 상승, 수출 및 기업 수익이 감소되는 현상으로 이어지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관세는 결국 비용이 전가되는 측면이 있다"며 "이에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주요 고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용 부담이 고객사에까지 번질 수 있어 트럼프 정부에서도 여러 변수들을 고려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보조금도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제조업 부흥을 위해 관세를 무기로 썼다면 바이든 전 행정부는 보조금을 활용했다. 보조금 규모는 바이든 정부에서 확정 짓기는 했으나 실제 지급하는 것은 트럼프 임기 내 이뤄진다. 즉,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를 뒤집을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미국 내 반도체 투자 기업들에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반도체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런 데다 얼마 전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지명자는 재검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러트닉 지명자는 "(반도체법은) 반도체 제조를 다시 미국으로 가져오기 위한 우리의 능력에 대한 훌륭한 착수금"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확정 계약을 이행하겠냐는 질문에는 "말할 수 없다. 내가 읽지 않은 무엇을 이행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앞선 미국 정부로부터 확정받은 보조금 규모는 각각 47억4500만달러, 4억5800만달러지만 보조금 규모가 축소되거나 백지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만약 보조금이 백지화된다면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는 지원금 없이 오롯이 기업에서 투자 부담을 책임져야 하게 될 수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아직은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트럼프가 후보 시절부터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백지화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 비용이 일정 부분 절감되는 효과가 사라지게 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트럼프 행정부로 인한 변수들에 대응해 나가고 위기 상황들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시장을 리드하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대체 불가한 경쟁력을 지니게 되면 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위원은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 한국 아니면 안 된다는 수준의 경쟁력을 계속 유지해나가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투자를 멈추지 않고 이어 나가야 한다"며 "또한 정부에서도 기존에 반도체 기업들이 세워둔 중장기적 전략들이 정권 변화에 큰 영향 없이 이행될 수 있도록 정부 간 협상 역할을 해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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