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감사의견 '거절' 12곳···10곳은 이미 경고 조치 이력범양건영·이오플로우, 자본잠식·영업손실에 첫 감사 '거절'기관은 공시 전날 매도···개인·외국인만 순매수 피해 '집중'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2024년 감사보고서를 통해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4곳, 코스닥시장 8곳 등 총 12곳으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은 의견거절 공시 직후 일제히 한국거래소로 부터 거래정지 조치를 받았다. 이 중 10곳은 이미 반기보고서에서 의견거절을 받았거나, 다량의 횡령·배임 및 불성실공시 등의 사유로 경고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이 가운데 이오플로우와 범양건영은 이번이 첫 '의견거절' 사례다. 두 기업은 재무상태가 이미 위험 수위에 도달한 상황이었으며 경고 신호는 나왔다. 또한 의견거절 이전에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이력도 존재했다.
범양건영은 2023년 자본총계가 6213억원이었으나, 2024년에는 1885억원으로 대폭 줄었다. 자본금이 2747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자본금 대비 자본총계 비율은 68.17%에 불과해 자본잠식에 가까운 수치다. 영업손실도 전년 대비 네 배 가까이 줄어든 382억원에 달했다. 범양건영은 지난 13일 불성실공시법인으로 공시번복 사유로 지정 예고를 받으며 시장에 한 차례 경고를 받았다.
이오플로우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2024년 영업손실이 612억원으로 전년 대비 손실폭이 2배 가까이 커졌다. 더불어 자본금 대비 자본총계 비율은 55% 수준으로 자본잠식 직전 상태에 이르렀다. 해당 기업 역시 1월 10일자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이력이 있다.
문제는 공시 전날 이뤄진 투자자들의 매매 패턴이다. 기관 투자자들은 공시 직전 보유 물량을 빠르게 정리한 반면 개인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공시 당일 매수에 나선 모습이 포착됐다. 범양건영은 지난 20일 외국인 투자자들이 약 2만9000주를 순매수했고, 이오플로우는 21일 개인투자자들이 약 8000주를 순매수했다. 거래 규모는 각각 약 5800만원, 1200만원에 달한다.
반면 기관 투자자는 양 종목 모두 공시 전날 순매도에 나서며 시장에서 발을 뺐다. 결국 공시 직후 즉시 거래정지가 이뤄지면서 개인과 외국인은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정보 접근성과 타이밍에서 이미 격차가 크다", "정작 리스크를 감지한 기관은 나가고, 개인만 남는 구조"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감사의견이 '거절'로 기재된 경우, 투자자 보호와 시장 질서 유지를 위해 공시 즉시 거래를 정지한다"며 "이후 기업이 이의신청과 개선계획서를 제출하면 1년간 개선 기간이 부여되며 거래정지가 해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시가 되는 즉시 거래가 정지되는 만큼 투자자들이 평소 감사보고서 제출 시기와 기업 재무 상태를 주의 깊게 살피며 투자에 유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백초희 기자
choy@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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