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04월 13일 일요일

  • 서울 2℃

  • 인천 3℃

  • 백령 6℃

  • 춘천 2℃

  • 강릉 6℃

  • 청주 2℃

  • 수원 2℃

  • 안동 3℃

  • 울릉도 11℃

  • 독도 11℃

  • 대전 11℃

  • 전주 3℃

  • 광주 3℃

  • 목포 5℃

  • 여수 6℃

  • 대구 4℃

  • 울산 4℃

  • 창원 6℃

  • 부산 6℃

  • 제주 7℃

금융 "덜 빌려주고 더 남기자"···은행권 수익공식 재편 본격화

금융 은행

"덜 빌려주고 더 남기자"···은행권 수익공식 재편 본격화

등록 2025.04.11 10:31

박경보

  기자

공유

이례적 기업대출 감소···"단기적 경기요인 아냐"자산성장보다 자본효율성 높이는 전략 확산미국·캐나다도 고위험 회피·수익 다변화 모색

"덜 빌려주고 더 남기자"···은행권 수익공식 재편 본격화 기사의 사진

은행권의 기업대출(3월 기준)이 20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시장 안팎에서는 은행이 단순한 경기둔화 대응을 넘어 자본비율과 수익성 방어를 위한 전략적 리밸런싱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위험 대출은 줄이고 위험가중자산(RWA)은 낮추면서 덜 빌려줘도 수익을 남기는 구조로 전환하는 모양새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예금은행 총 대출은 2469조3000억원으로, 전월보다 7000억원 줄었다. 이 가운데 기업대출은 2조1000억원 감소하며 대출 성장 둔화를 주도했다. 은행의 기업대출이 연말이 아닌 연중에 감소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중소기업대출은 1조4000억원 감소하면서 전월(3조1000억원 증가)과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중소기업대출 감소는 부실채권 상매각, 신용위험 관리 강화, 대출수요 둔화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

기업대출 감소는 단순히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은행 입장에서도 중소기업·개인사업자 대출은 담보가 취약하고 신용등급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리스크 조정의 1순위 대상으로 꼽힌다.

기업대출은 신용등급에 따라 높은 위험가중치를 반영하기 때문에 자본적정성 지표(BIS 비율) 관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바젤Ⅲ 최종안 도입 이후 선제적으로 위험가중자산(RWA)을 축소한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바젤Ⅲ 최종안은 지난 2023년부터 국내에 도입됐다. 이에 따라 신용·시장리스크 측정 기준이 강화되면서 기업대출과 부동산 익스포저에 대한 자본 부담이 확대됐다. 은행이 대출을 늘릴수록 자본을 더 많이 쌓아야 하는 구조적 제약 때문에 고성장보다는 안정성과 효율성 중심의 전략이 부각될 수 밖에 없다.

대출 줄이면서 이익체력 방어···"양보다 효율"


가계대출 증가세도 둔화됐다. 지난 2월 3조2000억원 늘었던 가계대출은 지난달 1조4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주택담보대출은 2조2000억원 증가해 전달보다 증가폭이 축소됐고,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부실채권 상매각 확대로 인해 9000억원 줄었다.

은행권은 대출 총량 둔화와 조달비용 안정 속에서 순이자마진(NIM)을 방어하며 이익 체력을 유지하는 데 집중하는 분위기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은행권은 자체적으로 밸류업 추진을 위해 대출 성장률 목표를 낮게 설정하고 있어 외부적·내부적 대출 고성장 유인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ROE 중심 경영을 통해 자산 효율성을 높이려는 경향도 뚜렷해지고 있다. RWA가 줄면 같은 순이익을 기준으로도 자본이 적게 드는 만큼 ROE(자기자본이익률)는 오히려 높아진다. 이는 배당 여력, 자사주 소각 확대 등 주주환원 확대 전략으로도 이어진다. 대출 감소는 수익성 저하로 이어지지만 자산의 질을 개선해 효율을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이에 대해 권흥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이 과거 자산규모 확대 위주의 성장을 지향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자본효율성과 주주환원 중심의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는 은행 주가와 밸류에이션 개선을 위한 수익모델 조정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은행들도 대출성장에서 자본관리로 전략 전환



국내 은행들이 대출에서 자본관리 중심 전략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해외 은행권도 수익구조를 조정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캐나다 은행권은 고관세 등 외부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대출이 둔화되고, 정책금리 인하로 인한 NIM 축소가 이익 감소로 연결되는 구조적 위기에 놓여있다. 캐나다 은행권은 이에 대응해 대손충당금 확대, 수익처 다변화, 위험노출 관리 등에 집중하는 추세다.

미국도 인구 고령화, 산업 구조 재편, 핀테크 부상 등으로 대출 수요 자체가 줄고 있다. 지난 해 미국 은행의 대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2.7%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22년을 제외하면 2016년부터 대출 성장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미국 은행들은 IB·부동산 구조전환 등 새로운 수익원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하반기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하더라도 은행권은 외형 확장보다는 자산 리밸런싱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도 부채보다 자본 여력을 강조하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고, 시장에서는 은행이 과거처럼 많은 돈을 풀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리가 하향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은행이 대출을 줄이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가 깊다. '얼마나 벌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벌 것인가'에 집중해 새로운 수익공식을 만들어내는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주영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은 "미국 은행들은 대출 둔화를 단기적 경기요인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보고 전통적인 대출 중심 수익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수익원을 적극 모색 중"이라며 "국내은행도 미국 사례를 참고해 전략적 전환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