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일본 오가며 글로벌 기업 CEO와 교류 반도체·전장 등 아우르는 전방위 협력 논의 "새로운 비전 제시한 이재용···신사업 탄력"
14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지난달부터 글로벌 현장 경영을 재개하며 보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해외 일정을 소화한 것은 작년 10월 이후 6개월여 만인데, '휴식기'를 뒤로 하고 왕성한 행보를 이어가며 연일 시선을 모으고 있다.
먼저 2월 22일 중국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 회장은 '고위급 발전포럼(CDF)'에 참석하는 등 일주일간 현지에 머무르며 글로벌 네트워크를 공고히 했다.
CDF는 매년 중국이 세계 주요 인사를 초청해 투자 방안을 공유하는 행사인데, 올해는 애플·화이자·벤츠·BMW·아람코·히타치 등 글로벌 기업 CEO 80여 명이 자리를 채웠다. 이 자리에서 이재용 회장은 현지 정부 고위 관계자, 글로벌 기업 CEO와 소통하는 한편, 중국 시장의 현주소를 진단하며 사업 기회를 모색했다.
특히 이재용 회장은 이 기간 베이징에 위치한 샤오미 전기차 공장에서 레이쥔 회장과 면담을 갖고 선전의 BYD 본사에서도 경영진과 회동해 주목받기도 했다. 이 회장의 이례적 행보는 '전장' 사업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읽힌다. 삼성 주요 계열사가 반도체부터 차량용 디스플레이, 오디오, 디지털 콕핏 등 자동차 솔루션에 주력하는 만큼 두 기업의 전기차 모델에 이들 제품을 탑재하는 시나리오를 검토했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와 함께 이재용 회장은 지난달 2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글로벌 CEO 면담에 참석해 현지 정부의 산업 육성 정책을 듣고 긴밀한 공조를 약속했다.
이재용 회장의 글로벌 행보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중국에서 돌아온 지 불과 일주일여 만에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귀국길 취재진과 마주한 이 회장은 성과에 대한 질의에 답변 없이 미소로 화답했는데, 외부에선 중국에서처럼 현지 사업 현황을 진단하고 주요 기업과 비즈니스 미팅을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안팎에선 이재용 회장이 올해 해외 출장지로 중국과 일본을 택한 데 의미를 부여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자국으로의 투자를 강요하는 미국의 압박에 연연하지 않고 총수로서 균형을 잡으며 실리를 챙겼다는 인식에서다.
삼성 입장에서 중국은 반도체·가전·배터리·디스플레이 등 사실상 모든 사업과 직결된 전략시장이다. 이에 삼성은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를 앞세워 현지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반도체 사업과 관련해서도 시안 공장을 낸드플래시 생산 거점으로 운영하며 내부 거래처 대응과 제품 공급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기술과 영업 모든 측면에서 키를 쥔 전초 기지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일본 요코하마에 반도체 패키지 연구개발 거점을 마련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반도체 고성능화를 위한 패키징 기술을 다루고 인공지능(AI)과 5세대 이동통신(5G) 트렌드에도 대응한다. 아울러 이재용 회장은 앞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도요다 아키오 일본 도요타그룹 회장 등과 각각 만나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여러 사업의 협력 가능성을 논의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이재용 회장의 광폭 행보로 전장 사업 기반이 더욱 강화됐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미국 전장·오디오 회사 하만을 인수한 이래 전장의 다양한 영역에 신경을 쏟았는데, 이번에 샤오미·BYD 등을 직접 찾으면서 우군을 확보한 셈이어서다. 반도체 부진과 미래가치 부재에 따른 '위기론'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가운데 총수가 신사업의 청사진을 제시하며 시장에 재도약 의지를 내비쳤다는 해석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회장의 이번 글로벌 행보는 '패권 전쟁'이란 불확실성 속에 '실리'를 중심으로 움직였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면서 "이를 기점으로 삼성의 미래 사업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