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글로벌 전문가 영입으로 역량 재정비신임 DA사업부장도 영업·기술 겸비한 인물 등용치열해진 시장 대응한 경쟁력 제고 차원 풀이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 인재들을 연달아 영입하는 등 DX부문 인사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얼마전 글로벌 리테일(소매) 전략 총괄에 소피아 황-주디에쉬를 앉혔다. 황 신임 부사장은 허드슨베이 사장, 울타뷰티 전략 담당 부사장, 토미 힐피거 북미 대표 등을 지낸 인물로 유통 전문가로 꼽힌다.
황 신임 부사장은 자신의 링크드인에 삼성전자 합류 소식을 알리며 "전 세계적으로 가장 큰 회사 중 하나에 일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제 뿌리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회사에서 일할 수 있다는 사실에 꿈만 같아 스스로를 꼬집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통 전문가인 황 부사장을 맞이하게 된 삼성전자는 추후 그를 통해 DX부문의 글로벌 시장 리테일 전략 및 영업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일에는 펩시의 최고 디자인 책임자(Chief Design Officer)인 마우로 포르치니를 삼성전자 DX부문 최고 디자인 책임자(사장)로 영입했다.
마우로 포르치니 사장은 이탈리아 출생으로 필립스에서 제품 디자이너로 시작해 3M과 펩시에서 최고 디자인 책임자(CDO)를 역임하는 등 글로벌 디자인 업계에서 독보적인 명성을 쌓아왔다. 무엇보다 삼성전자가 디자인 총괄 사장 자리에 외국인을 영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역시 자신의 링크드인에서 "삼성전자 최고 디자인 책임자 사장으로 새롭게 임명되었다는 사실을 공유하게 되어 매우 영광"이라며 "삼성에서 그간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1500명 이상의 뛰어난 디자이너, 선견지명이 있는 비즈니스 리더, 뛰어난 R&D팀과 협력해 여정을 이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마우로 포르치니 사장의 합류를 계기로 모바일, TV, 생활가전 등 전 사업 영역에 걸친 디자인 역량을 한층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내부 인사에도 변화가 있었다. 삼성전자는 생활가전(DA) 사업부장 자리를 3년 만에 새롭게 임명했다. DA사업부는 지난 2022년 이재승 전 사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한 뒤 고(故)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겸직해왔던 자리다. 그러나 이번엔 갑작스러운 한 부회장의 별세로 DX부문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에게 겸직을 맡기는 대신 DA사업부장을 새로운 인물로 등용한 것이다. 보다 DA사업부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이번에 DA사업부를 맡게 된 인물은 영업 및 마케팅 전문가로 꼽히는 김철기 부사장이다. 김 부사장은 삼성자동차로 입사해 부품기술 및 품질업무 등을 담당했다.
또한 스마트폰, 가전, TV 전제품의 영업업무를 경험, 기술과 영업전문성을 두루 겸비한 리더로 평가된다. 그는 작년 말부터 MX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을 맡아 글로벌영업을 리딩해왔다. 통상 DA사업부장 자리에 개발팀장 출신들이 차지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인사는 이례적이라는 평을 받는다. 이에 따라 그에게 주어진 역할도 DA사업부의 기술 개선 뿐만 아니라 영업과 마케팅 측면의 변화도 이끌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이처럼 인적 혁신에 나선데는 그만큼 스마트폰, 가전 등 DX부문을 둘러싼 영업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인공지능(AI) 스마트폰을 최초로 내놓으며 변화를 시도했지만 애플은 물론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맹추격에 위협을 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 기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2022년 21.7%에서 2023년 19.7%, 20204년 18.6%로 2년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DA사업부 역시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와의 2개 사업부의 합산에도 지난해 영업이익 규모가 1조7000억원으로, 경쟁사인 LG전자의 H&A사업본부 영업이익(2조446억원)보다 적다.
이에 삼성전자도 DX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인재들을 등용하고 내부적인 인사 혁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는 풀이다.
이같은 움직임은 이 회장의 주문에 뒤따른 것으로도 보여진다. 이 회장은 최근 삼성 임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세미나에서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고 지적하며 사즉생의 각오를 다졌던 바 있다. 또한 "가전 제품의 품질 경쟁력도 저조하다" 등 사업 부문들에 대한 따끔한 질책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생존을 위해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한 것이다.
더불어 그는 "경영진보다 더 훌륭한 특급인재를 국적과 성별을 불문하고 양성하고 모셔 와야 한다"며 인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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