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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흑자' 건설사 줄도산···관건은 현금흐름

부동산 건설사

'흑자' 건설사 줄도산···관건은 현금흐름

등록 2025.04.09 11:17

권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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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현금흐름 메마른 중견사부터 도산 도미노이자비용·미수금 급증···'겉은 흑자, 속은 적자'

'흑자' 건설사 줄도산···관건은 현금흐름 기사의 사진

건설업계에서 '흑자 도산'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됐다. 회계상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원가 관리 실패와 미분양, 자금 회전 불능으로 실질적으로 굴릴 수 있는 현금이 바닥나 도산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이처럼 '외형만 멀쩡한 부실'에 대한 지적이 이어진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 초 신동아건설을 시작으로 석 달여간 대저건설, 삼부토건, 안강건설, 벽산엔지니어링, 삼정기업, 이화공영 등 시공능력(도급순) 200위 이내 중견건설사 7곳이 기업 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시평 96위 이자 충북 도내에서 2년 연속 시공실적 1위에 오른 대흥건설도 법정관리를 준비 중이다.

이들 업체 중 상당수는 지난해 연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지만, 영업현금흐름이 모두 적자 상태에 놓이면서 자금순환이 위축됐고 미처분이익잉여금이 적자전환하는 등 유동성 고갈로 차입금 부담이 커졌다는 공통점이 확인된다.

최근 법정관리를 선언한 A사 관계자는 "외형상 실적이 개선되는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이렇다 할 현금성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었고, 추가 차입 불발로 나가야 할 돈조차 제때 막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토로했다.

지난 몇 년간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기업들의 상황을 종합하면 ▲책임준공 계약과 연대보증 ▲미수금과 매출채권 증가 ▲미분양 및 차입금 상환 압박 ▲금융자금 조달 불발 ▲본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전환 실패 현장 증가 등으로 요약된다.

이는 결국 재무제표상으로 영업현금흐름에 반영될 수밖에 없었고, 업계와 시장 안팎에서 흑자 도산의 척도로 이를 주목하게 된 것이다.

본지 집계 결과, 국내 시공능력순위 40위 이내 건설사 중 37.5%(15곳)가 지난해 연간 영업현금흐름이 적자 상태에 놓여 있다. 특히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코오롱글로벌, 대방건설, KCC건설, 신세계건설 등 소비자들의 눈과 귀에 익숙한 브랜드 대형사들의 영업현금흐름 적자가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를 넘어섰다.

서울 시내 아파트 시공 현장. 기사 특정 사실과 무관함. 사진=권한일 기자서울 시내 아파트 시공 현장. 기사 특정 사실과 무관함. 사진=권한일 기자

지속적인 공사비 상승과 분양률 저하로 '공사를 해도 남는 게 없다'는 볼멘소리가 대형사들 사이에서도 터져 나온다. 실제로 시공 원가율(매출 대비 원가 비중)이 100%를 넘어, 적자 운영되는 대형사가 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선 주요 현장에 간판을 내건 상위 원청사들의 현금흐름 악화는 해소할 여지가 많다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그룹사 지원을 등에 업고 있거나 자체 현금성 자산 보유고 및 높은 신용 등급에 따른 금융 차입 등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입지가 떨어지는 변두리 등 사업성이 불충분한 현장을 위주로 도급·시공하는 중견·중소 건설사 또는 하청 업체는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건설사 이자비용은 지난 2021년 1조7000억원에서 2023년 4조1000억원으로 저점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고, 최근 2년간 중소건설사 미수금은 4배 이상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대기업 미수금은 2배 미만으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여기에 건설사 자금 회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분양 물량마저 올해 두 달간(1~2월) 전년 대비 68% 급감했다. 미분양 아파트는 7만 가구로 불었고 준공 시점까지 집주인을 구하지 못한 '악성 미분양'은 2만3700호로 매달 역대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다.

자금시장 관계자는 "과거에는 프로젝트만 있으면 자금을 쉽게 지원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분양률 예측·재무 건전성·입지 등을 종합 평가한다"며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신규 계약은 물론 기존 계약 연장도 끊기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금흐름이 어그러지고 매출채권 부실화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수주 절벽에 따른 잉여 인력 문제도 심각하다"며 "앞으로 6~7개월간 분양률이 얼마나 회복하고 자금흐름을 살릴 수 있느냐가 업계 생존의 기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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