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오디오 브렌드 'B&W' 5000억에 인수삼성, 하만 이후 9년 만에 '빅딜' 깜짝 발표 레인보우로보틱스 등 신사업 육성 행보 주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파리올림픽 출장을 마치고 7일 오후 김포공항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반도체 부진에 따른 '위기론' 속 미래 사업 확보와 기업 가치 회복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한 것으로 보고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7일 삼성전자는 자회사 하만 인터내셔널을 통해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사들이기로 하고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인수금액은 총 3억5000만달러(약 5000억원)에 이른다.
하만이 인수하는 오디오 브랜드는 ▲바워스앤윌킨스 ▲데논 ▲마란츠 ▲폴크 ▲데피니티브 테크놀로지 등이다.
그 중 바워스앤웰킨스는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디자인, 고급스러운 소재, 고품질 사운드에 오디오 전문가와 애호가 사이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대표 제품인 '노틸러스'엔 1993년 출시 이후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스피커'라는 찬사가 쏟아지기도 했는데, 한 대당 가격은 1억5000만원에 달한다.
동시에 하만은 CD 플레이어를 최초 발명한 115년 전통의 '데논'과 프리미엄 앰프·리시버로 잘 알려진 '마란츠'도 확보했다.
이번 거래를 통해 하만은 컨슈머 오디오 시장에서의 1위 자리를 공고히 하는 한편, 카오디오 사업까지 전 영역에 걸쳐 경쟁력을 강화해 성장기반을 다진다는 복안이다. 이 회사는 JBL, 하만카돈, AKG, 인피니티, 마크레빈슨과 같은 고급 브랜드를 기반으로 포터블 오디오 시장에서 1위(점유율 약 60%)를 지키고 있다.
이처럼 하만이 대형 M&A의 선봉에 선 배경은 이들의 가능성을 인정한 삼성전자의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는 삼성에 합류한 뒤 줄곧 성장세를 유지했다. 실제 2017년 600억원에 불과하던 영업이익은 2021년 6000억원과 2022년 8800억원 등 지속 증가했고, 2023년 이후엔 1조원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1조3000억원의 영업익을 올리며 버팀목 역할을 했다. 이에 삼성전자도 하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만이 주도하는 전장 사업은 이재용 회장이 집중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 회장은 지난달 중국 출장 일정 중 샤오미 전기차 공장을 찾는 한편, BYD 경영진과도 회동하며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해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하만의 M&A는 삼성전자가 9년 만에 추진하는 '빅딜'이라는 점에서 시선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지식 그래프 전문 '옥스퍼드 시멘틱 테크놀로지스'와 산부인과 초음파 진단 리포팅 기술을 갖춘 프랑스 스타트업 등을 인수하긴 했지만, 이번처럼 수천억원을 들이는 대규모 거래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하겠다는 이재용 회장의 의지를 시장과 재차 공유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삼성의 상징과 같은 반도체 사업이 힘을 쓰지 못한 탓에 그간 회사 안팎에서 위기론이 끊이지 않았는데, 모처럼 대형 M&A로 우려를 불식시킨 모양새여서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 들어 신사업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기반을 다진 게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레인보우로보틱스에 약 2675억원을 투자하며 20.29%를 취득했다. 2023년 처음으로 지분 14.7%를 확보했을 당시 따라붙은 콜옵션을 행사한 것인데, 지분율 35%의 최대주주에 오른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AI·소프트웨어, 배터리 등 그룹 역량을 결집해 지능형 첨단 휴머노이드 개발을 가속화한다.
삼성전자 측은 3월 정기 주주총회 당시 "글로벌 기술 경쟁 치열한 환경 속 새로운 역량 확보는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M&A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올해 유의미한 M&A로 가시적 성과를 낼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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