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글로벌 합종연횡 속도···'각자도생→적과의 동침''31조원' 미국 투자 승부수···민간 외교관·韓 원팀 구심점
올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경영 철학은 신년사에 담겨 있다. '위기'라는 단어를 14번이나 언급했을 정도로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이순신 리더십'으로 정면돌파 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2019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동하며 수입하는 모든 자동차에 25% 관세를 매기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폭탄 발언 이후 6년간 정 회장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는지 연초부터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31조원 대규모 미국 투자 결단과 융합의 리더십이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진 탄핵 정국으로 컨트롤타워 공백이 장기화된 상황에서 정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옆에 당당히 서서 '민간 외교관' 역할을 자처했다.
중책을 맡은 정 회장은 관세 대응을 위한 '원팀' 구성에 앞장서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위기 속 '각자도생' 기조에서 벗어나 '적과의 동침'도 마다하지 않는다.
전날(21일) 발표한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 간 철강·배터리 동맹은 찾아보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례다. 국내 철강업계 1·2위를 다투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의기투합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글로벌 정세에 맞선 최적의 생존 전략 모델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 '쇳물부터 자동차까지'로 대표되는 현대자동차의 수직계열화가 완성됐다. 하지만 순혈주의를 깬 정의선 회장 체제 하에서는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는 융합주의가 생존의 핵심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규모 투자금을 쏟아부은 핵심 시장 생산 거점에 경쟁사를 끌어들일 정도로 글로벌 탑티어를 향한 정의선 회장의 의지가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지난해에도 미국 1위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깜짝 동맹을 맺으며 글로벌 자동차업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 주요 자동차시장에서 전기차와 수소차 등 미래차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정 회장의 '결단'이다. 이는 관세 전쟁 시대에 '신의 한 수'라는 재평가를 받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를 향한 연합군 전략은 이종산업도 가리지 않는다. 기존 완성차 시장을 넘어 '바퀴 달린 스마트폰'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시대를 대비하는 만큼 이종업계와의 합종연횡 여부에 승패가 달렸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테크동맹'은 한층 더 무르익었다. 중국의 공세를 떨쳐내고 주도권을 확실히 잡겠다는 의지인 동시에 미래 시장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동맹'인 셈이다.
지난 2020년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 간 '배터리 회동' 이후 양사 협력 관계는 강화되고 있다. 이전 모빌리티 반도체 등 전장, AI(인공지능)에 이어 최근에는 로봇 배터리, 스마트 팩토리 등까지 전방위로 아우른다.
양사가 본격적인 의기투합에 나설 경우 스마트 팩토리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시너지를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현대차가 모빌리티 미래를 현실화하는 핵심 거점인 미국 투자를 본격화면서 국내 투톱 그룹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재계 관계자는 "과감한 투자와 전략적 투자, 정 회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위기 돌파 전략이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다"며 "정부 부재 상태에서 정 회장의 과감한 결단은 위기 탈출에 나선 국내 산업계의 강력한 구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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