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 마트, 그로서리 강화로 승부수 HMR 특화 매장서 매출 35% 차지싱가포르·인니 거점 삼아 글로벌 확장 가속
13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올해 1분기 전체 영업이익이 148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하며 선방했지만, 롯데마트의 영업이익은 281억 원으로 34.8%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조4873억 원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e그로서리 이관(-109억 원)과 인건비 증가, 매장 효율성 저하가 수익성을 갉아먹었다. 그룹 전체 수익을 견인한 건 백화점과 해외 법인이다.
이에 롯데마트는 최근 몇 년간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정리한 데 이어, '요리하다'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그로서리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단순 상품 리뉴얼을 넘어, 오프라인 공간 구조 자체를 식품 중심으로 재편하고 온라인 유통과 연계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대표적인 예가 은평점이다. '그랑그로서리' 콘셉트로 전체 매장의 90%를 식품으로 구성했고, 이 안에 '요리하다 키친' '요리하다 그릴' '요리하다 스시' 등 전용 존을 구성해 체험형 식문화를 구현했다. 그 결과 리뉴얼 전 대비 매출은 10% 이상 상승했다. 도곡점도 17%, 은평점도 7% 매출 신장을 기록하며 식품 특화 포맷 전환의 효과를 입증했다.
올해 1월엔 6년 만의 신규 출점인 수지점에 이어, 천호점을 오픈했다. 천호점은 매장의 80%를 신선식품과 즉석조리식으로 구성해 그로서리 특화 매장의 전형을 구현했다. 1~4월간 천호점의 매출은 기존 28개점 평균 대비 30% 이상 높았고, 방문객 수도 25% 이상 많았다. 상반기 중 구리점 역시 이 포맷을 적용한 매장으로 전환된다.
PB '요리하다'는 단순한 간편식 브랜드를 넘어, 롯데마트 매장 전체의 구조를 설계하는 '공간 중심 브랜드'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서울 송파구 제타플렉스 잠실점에서 선보인 냉동 HMR 특화 매장 '데일리 밀 솔루션'은 이 변화를 상징하는 지점이다. 기존 냉동식품 매대가 단순 상품 진열에 그쳤다면, 데일리 밀 솔루션은 PB '요리하다'를 중심으로 상품 큐레이션과 공간 배치를 전면 재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해당 매장은 요리하다 브랜드 제품군 중심으로 품목 수를 70%가량 확장하며,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냉동 HMR 셀렉션을 구현했다. 떡볶이, 전, 국물요리, 면류 등 테마별로 분류된 진열 구조는 쇼핑의 직관성과 몰입도를 높였고, 패키지 디자인까지 통일감 있게 정리하며 브랜드의 정체성을 공간 전체에 심었다. 그 결과, 매장 전체 냉동식품 매출 중 데일리 밀 솔루션 존의 비중은 35%에 달하며 단일 존 기준으로는 매우 이례적인 실적을 기록했다.
소비자 반응도 뚜렷했다. 단순히 HMR을 '구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별로 구분된 간편식의 '사용 경험'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공간으로 인식되며 체류시간 증가와 재방문율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기존 HMR 코너가 부차적 매대였다면, 데일리 밀 솔루션은 마트 내 주요 소비 동선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품질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강화됐다. 지난 12일 '요리하다 곤드레솥밥' '옛날 꿀호떡' 등 10개 PB 제품이 국제 식품 품평회 '2025 몽드 셀렉션'에서 금상·은상을 수상했다. 맛, 향, 식감, 패키지 등에서 고루 높은 점수를 받아 '가성비 PB'라는 인식을 넘어 브랜드 고급화를 실현했다.
이 같은 전략은 해외로 확대되고 있다. 롯데마트는 오는 15일 싱가포르 최대 유통업체 페어프라이스의 비보시티점에 '요리하다' 숍인숍 매장을 정식 오픈한다. 떡볶이, 김밥, 튀김, 라면 등 한국형 간편식을 전면 배치하는 'K-그로서리 존' 형식으로, 기존 수출 위주의 해외 사업에서 브랜드 입점으로 전환하는 신호탄이다.
인도네시아에선 이미 요리하다 기반의 그로서리 모델이 안착 중이다. 간다리아시티점을 비롯한 소매형 매장에는 '요리하다 키친' '스시' '그릴' 등 브랜드 존이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해 인도네시아 사업 영업이익은 152억 원, 매출은 1조1005억 원으로 3년 연속 성장세다.
문경석 롯데마트·슈퍼 식품PB개발팀장은 "앞으로도 고품질의 신상품을 꾸준히 선보여 국내외 PB 시장을 선도하는 대표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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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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