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인구구조 비슷한 일본과 '경제공동체' 구축해야 양국 GDP 총 7조달러···시장 키워 '룰 세터'로 도약
재계에 따르면 최태원 회장은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함께한 경제5단체 간담회에서 "가장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 경제연대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단순한 협조가 아닌 유럽연합(EU)과 같은 경제공동체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2조달러 수준인 한국의 GDP(국내총생산)를 일본과 합치면 6조~7조달러로 키울 수 있다"면서 "여기서 1%의 성장은 과거 우리가 생각하는 2~3%의 성장보다 크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최 회장의 제언은 우리나라가 성장 동력을 회복하려면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철학에서 출발했다.
처음으로 꺼내든 얘기는 아니다. 최 회장은 지난달 국회 '미래산업포럼' 발족식 기조연설에서 공급망 분절, 트럼프 관세 등 글로벌 질서 변화에 주목하며 이 같이 언급한 바 있다. 한국이 단기간에 성장을 일궈내려면 비슷한 파트너와 시장을 키워야 하는데, '룰 테이커'(Rule taker)이면서도 저출생·저성장의 동병상련을 겪는 일본이 대상으로 적합하다고 그는 설명했다.
여기서 '룰 테이커'는 다른 나라·기관이 만든 규칙을 따르는 입장을 뜻한다. 보통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기술 표준이나 무역 질서 등을 만드는 쪽이라면, 한국과 일본은 이를 수용하는 편에 속한다.
그러나 국가 간 연대, 즉 '경제 블록'을 만들어 소비시장과 생산기반을 키우면 그 위치를 뒤바꿀 수 있다. 다른 나라가 해당 블록의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이 되기 때문에 블록 내 국가는 자연스럽게 '룰 세팅' 권한을 갖게 된다. 블록 단위로 협상에 임한다면 FTA, WTO 체제 등에서 훨씬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에 우리나라도 일본과 경제 블록화를 추진함으로써 국제무대에서의 협상·영향력을 높여야 한다는 게 최 회장의 지론이다. 그러면서 그는 LNG 공동구매와 탄소포집활용 등 분야에서 협력이 가능할 것이란 청사진도 내놨다.
사실 한국과 일본은 여러모로 비슷한 특징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가 대표적이다. 산업연구원(김주영·임은정 연구원)이 작년 5월 펴낸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OECD 회원국(2021년 기준) 중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두 번째, 일본은 다섯 번째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본은 우리나라가 인구통계 작성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한 인구 구조 변화를 겪고 있다. 한국과는 10~20년의 시차를 두고 초고령사회, 인구 감소 등 국면을 지나가는 모양새다. 아울러 우리와 주력 분야가 다른 것도 시너지를 기대할 만한 대목으로 꼽힌다.
이승륜 대한상의 아주팀장은 "일본의 주력 수출 상품이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이라면 우리는 반도체나 스마트폰 등 완제품에 강점을 지닌다"면서 "문화·산업구조가 상당히 비슷해 함께 추진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다방면으로 아이디어를 모으고 시나리오를 수립하는 단계"라면서 "향후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올 것"이라고 귀띔했다.
외부의 반응도 상당히 긍정적이다. 재계에선 최 회장의 발언에 대해 단순한 협력을 넘어 동북아 경제 공동체의 가능성까지 열 수 있는 실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제안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물론 한일 관계가 전통적으로 매끄럽지 않다는 것은 넘어서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과거사, 외교 갈등 등 비경제적 요소에 따라 국내 여론이 요동치고 양국의 파트너십이 틀어질 수 있어서다.
재계 관계자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일본과의 경제 연대는 우리나라에 생존 전략이 될 수 있다"면서도 "이를 현실화하려면 상호 신뢰 구축과 중장기 전략 로드맵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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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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