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실패 이력도 박제'···제약·바이오, 파이프라인 '고유 ID' 기준에 술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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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이력도 박제'···제약·바이오, 파이프라인 '고유 ID' 기준에 술렁

등록 2026.09.01 16:55

임주희

  기자

금감원, 코스닥 상장 기업 대상 '2026 제약·바이오 공시 설명회'언론보도 가이드라인도 정기공시·증권신고서 기재 의무화 추진

"파이프라인별로 고유 식별 번호(ID)를 부여해 이력을 관리해야 하는데, 어떤 파이프라인부터 ID를 부여해야 하나요? 임상시험계획 승인신청(IND) 때부터 적용해야 하는지, 아니면 승인을 받은 시점부터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한번 ID가 부여되면 이력관리를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중단되거나 매각된 파이프라인의 경우도 언제까지 공시에 기재해 관리해야 하는 건가요"

"파이프라인이 중단된 지 10~20년이 지나도 이력 관리를 해야 하는 것인가요?"

금융감독원이 제약·바이오 공시 개선안의 시장 조기 정착을 위한 설명회를 진행한 가운데 현장에서는 신설된 '연구 개발 이력 관리 총괄표'와 '언론보도 가이드라인'을 두고 혼란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파이프라인별 고유 식별번호(ID) 부여의 경우 3분기 분기보고서부터 적용되지만 그 기준을 두고 실무 현장의 혼선이 커진 상황이다. 게다가 단순 권고 수준으로 여겨졌던 '언론보도 가이드라인'마저 정기공시 및 증권신고서 심사와 연계돼 사실상 강제 규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1일 금융감독원은 서울 여의도 코스닥협회 강당에서 '2026 제약·바이오 공시제도 개선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날 설명회장에는 코스닥 상장사 IR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한 번 부여하면 삭제 불가···ID부여 기준 질문 쇄도

앞서 금감원은 '제약바이오 공시 종합 개선 TF'를 약 3개월간 운영, 증권신고서와 정기수시공시, 언론보도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공시 종합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이날 현장 관계자들의 질문이 쇄도한 영역은 '연구개발 이력관리 총괄표 신설'이다. 시행일 기준 3년 내 개발이력이 있는 각 파이프라인에 고유 식별번호를 부여, 파이프라인 ID별로 품목명, 적응증, 최초 공시시점, 현재상태, 개발단계를 기재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현재상태라는 것은 개발중, 허가심사중, 판매중, 개발중단, 판매중단, 기술이전, 기술반환 등을 포함한다. 개발단계는 후보물질 발굴, 전임상, IND승인, 임상1상, 2상, 3상, 품목허가 신청, 품목허가 획득 등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항목을 신설한 이유는 개발 중단된 또는 판매 중단된 파이프라인도 모두 누적으로 관리해 개발 경과를 지속적으로 추적 가능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파이프라인별로 고유 식별번호를 부여하고, 기존에 부여된 식별번호는 삭제나 임의 변경, 재사용이 금지된다. 또한 동일 품목의 단순한 적응증 확장이나 추가 임상은 동일 파이프라인으로 관리하되, 전혀 다른 질환으로 개발되는 경우는 별도 파이프라인 ID를 부여해 구분관리하도록 한다.

또한 기존에 공시한 개발 계획 대비 1년 이상 지연된 경우 해당 사실과 주요 원인을 기재해야 하며, 경쟁제품 및 시장 규모 공시도 보완해야 한다.

실무진 사이에선 한 번 ID를 부여하면 삭제할 수 없다는 점과 향후 파이프라인 중단 이력이 고스란히 남아 기업 신인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게다가 금감원은 최근 3년(2023년 3분기 이후) 개발·공시 이력이 있는 파이프라인을 기준으로 하되 구체적인 등록 대상은 '기업 자율'에 맡기면서 현장의 혼란은 가중됐다. 전임상 단계 물질까지 포함해야 하는지, 단순 적응증 확장과 질환군 변경 시 ID 분리 기준을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총괄표상 '최초 공시 시점'을 IND(시험계획) 승인일로 볼 것인지 첫 수시공시일로 볼 것인지 등을 두고 세부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금감원 관계자는 "개발이 어느 정도 진행된 파이프라인의 경우 수시공시 대상이 될 것이고 앞으로 공시를 계속 하게 될 것들의 경우 ID 발급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라며 "IND가 공시 시준이 아닌 공시를 최초로 한 시점을 말하는 것이고, 수시공시를 했다면 그 최초 공시를 한 시점을 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간 중단되거나 매각된 파이프라인의 경우 나중에 주석으로 설명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 언론보도 가이드라인 3대 원칙에 실효성까지 더해

파이프라인 ID부여와 함께 실무진의 이목이 쏠린 항목은 '언론보도 가이드라인'이다. 금감원은 공시와 언론보도 간 내용의 불일치와 일부 정보의 공시 전 언론보도 사례가 발생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같은 제도를 도입한다는 입장이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기업은 언론에 배포하는 보도자료에서 ▲공시 우선주의 ▲내용의 정합성 및 객관성 ▲공정공표 원칙을 지켜야 한다. 정보의 비대칭성 해소를 위해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정보들은 공시를 통해 가장 먼저 공개해야 하며 공시내용과 보도자료 사이에 간극이 없도록 보도자료를 작성해야 한다. 여기에 공시 내용과 다른 정보는 제한적이며 주관적인 표현을 지양하고 수치에 근거한 객관적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 또한 모든 투자자에게 동일한 시점에 동일한 양의 정보를 제공해 일부 투자자의 정보소외를 방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비공개 회의에서만 임상 데이터를 공유한 경우 IR자료를 사전에 거래소에 공시하고 미팅 내용을 실시간 중계하거나 녹취록을 공개해야 한다. 기업설명회나 인터뷰 등을 통해 중요 정보가 공개된 경우 관련 자료를 사후라도 일반투자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

금감원은 내부 구속력 확보를 위해 사전승인 절차나 책임 및 제재 등을 고려 중이다. 이날 공개된 사전승인 절차는 '보도자료 작성→법무팀, 법률전문가 검토→공시부서 확인→담당임원 승인→배포'다. 즉시 배포가 필요해 사전 승인이 어려운 경우 사후 검토 및 승인 절차가 필요하다.

당국은 "가이드라인은 가이드라인"이라는 입장이지만 그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다각도의 제도적 연계 장치를 마련 중이다.

먼저 기업 내부적으로 보도자료 사전 법무 검토 및 임원 승인 절차, 위반 시 내부 제재 규정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올해 사업보고서(정기공시)에 의무 기재하도록 서식을 개정할 방침이다.

향후 기업공개(IPO)나 유상증자 등을 위한 증권신고서 제출 시에도 해당 내부 통제 시스템 유무를 점검하며, 미비할 경우 미비 사유와 향후 구축 계획을 구체적으로 소명하게 할 계획이다.

나아가 금융위·한국거래소와 협의를 통해 가이드라인 위반 시 '벌점 부과' 등 실질적인 제재 방안도 언급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언론보도 가이드는 금융위, 한국거래소랑 협의 중으로 신뢰성 있는 방안을 마련하려고 한다"라며 "시행은 오는 하반기, 사업보고서부터 예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속력이 없다고 보지 않았음 좋겠다"며 "심사하는데 있어 승인 절차나 제재 기능을 마련토록 유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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