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5년 반도체 관련 기업인 주성엔지니어링을 창업해 현재 25.5%(695억 원)의 지분을 갖고 있는 황 후보자는 중기청장에 취임할 경우 현행법에 따라 60일 이내에 주식 매각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하지만 백지신탁을 하게될 경우 경영권 방어가 어렵다고 판단한 황 후보자는 법적 검토 끝에 회사 대신 청장 직을 포기한 것.
황 후보자의 사퇴를 둘러싸고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철통보안’ 속 ‘밀봉인사’ 방식을 고집하다 보니 검증이 소홀해졌다는 비판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시작된 박근혜 정부의 인사 실패는 벌써 아홉 번째에 이르고 있다.
스타트를 끊은 것은 지난 1월 12일 최대석 인수위 외교국방통일 분과위원의 급작스런 사퇴. 당시 최 위원은 오전에 국정원 업무보고까지 받으며 누구보다도 의욕적으로 일하던 인수위원 중 한 명이었지만 돌연 사표를 제출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그로부터 2주 뒤인 29일에는 초대 국무총리로 내정됐던 김용준 후보자가 부동산 투기와 아들 병역 등 자신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 공세를 버티지 못하고 물러났다. 당시 인수위원장을 맡고 있던 김 후보자는 낙마 여파로 나머지 한 달 여 임기를 ‘식물위원장’으로 보냈다.
비슷한 시기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치렀던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는 역대 가장 많은 의혹이 드러난 공직후보자 중 한 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여권에서도 버림받고 야권의 집중포화를 맞던 이 후보자는 결국 2월13일 자진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삼고초려’를 마다하지 않으며 ‘모셔’왔던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던 중 돌연 사퇴했다. 미래부 기능을 둘러싸고 벌어진 정국 파행을 조용히 바라보던 김 후보자는 “조국에 헌신하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했지만 그 꿈은 산산조각 났다”는 말을 남기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박 대통령의 인사가 검증 소홀로 인한 연이은 낙마 사태를 빚으면서 인사시스템 자체를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도 ‘인사 사고’가 벌어질 적마다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부실한 검증과 낙마도 문제지만 이 같은 사태에 대해 청와대 스스로가 시원스런 해명이나 입장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점 역시 비판이 대상이다. 한 여권 고위 관계자는 “소통의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귀를 닫은 결과”라며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향후 5년 동안 지속적으로 발목을 잡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희 기자 allnewguy@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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