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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갑(甲甲) 관계’였던 두 회사의 관계가 인천에서 만큼은 ‘갑을(甲乙) 관계’로 바뀌었다. 같은 공간에서 경쟁사가 갑을 관계로 사업을 영위하게 된 것은 국내 유통업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롯데의 인천터미널 인수 작업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15일 롯데의 인천터미널 인수를 조건부 승인하면서 사실상 마무리됐다. 공정위는 롯데백화점이 2017년 11월 이후 인천점·부평점·중동점 중 2개 점포를 매각하는 조건으로 인천터미널 인수를 승인했다.
롯데는 인천터미널 부지매각 잔금인 6135억원을 이미 인천시 금고 계좌에 입금했고 터미널 소유권 등기이전 작업도 마쳤다. 따라서 신세계백화점 인천점을 포함한 인천터미널 전 부지는 이제 100% 롯데의 소유가 됐다. 신세계는 이제 인천터미널 임대료를 인천시가 아닌 라이벌 롯데에게 내야 한다.
물론 거래상 지위 남용을 막기 위한 차단 조항은 있다. 공정위는 신세계의 백화점 임대 기간(본관은 2017년, 테마관 증축동은 2031년)이 끝날 때까지 롯데가 신세계백화점의 독립적 운영에 협조해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다.
즉 임대 계약 종료 시점까지 롯데는 신세계 측에 강제 퇴거, 수수료율 무단 조정, 납품 방해 등의 영업 방해 행위를 할 수 없다. 만약 롯데가 신세계의 영업을 방해할 경우 공정위는 롯데에 시정명령 강제이행 벌금을 징수할 수 있다.
롯데 측은 시장의 상황에 따라 움직이되 신세계의 영업이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인천터미널 부지 종합 개발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롯데 관계자는 “인수 완료 이후에도 신세계와 납품사의 영업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는 확약서를 공정위에 제출했다”며 “경쟁사와 납품사, 지역 소비자에게 부당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세계는 “손발이 모두 잘려 나간 상태에서 백화점을 어떻게 운영할 수 있느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2031년까지 임대 기간이 남아 있는 공간은 별도 출입구도 없는 본관 부속 건물”이라며 “시장 상황에 따라 시정조치가 취소될 수도 있고 백화점 운영에 협조하겠다는 롯데의 의지도 믿기 어렵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신세계가 터미널 매매계약 무효 본안 소송과 등기이전 말소 소송 등 여러 법적 행동을 통해 롯데의 터미널 입성을 끝까지 막아보겠다고 나서고 있어 두 유통 기업의 불편한 동거는 앞으로도 가시밭길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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