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기준금리 두고 또 설왕설래···인하 압박 거세
시장에서는 또다시 ‘동결’을 점쳐지고 있지만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후 ‘갈등’의 끝을 달리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5월 ‘기준금리’ 결정일을 앞두고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김 총재가 3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와 아세안+3 총재회담 참석차 인도 뉴델리에서 ADB 기자단과 만나서 밝힌 발언 때문이다.
이날 김 총재는 4월 기준금리 ‘동결’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올해 1~3월 정책조합에 대해 강하게 언급한 것은 이제 정부가 나설 차례(now it's your turn)라고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에서 요구해온 ‘인하’에 정면 반박하고 불만을 쏟아낸 셈이다.
김 총재는 당시 “빚 안지는 것이 좋은 것이다. 올해 균형 재정한다고 한 것은 좋은 것이다. 그래서 내가 두 번 연속 내렸지 않았느냐”며 “1~3월 이야기 한 것은 새 정부가 들어서니깐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부의 경기부양책에 대해 ‘기준금리’에 목을 메지 말고 다른 방안을 찾을 수 있지 않느냐는 불만으로 해석됐다.
김 총재의 발언 이후 한은 해명자료를 내고 “기준금리와 별개의 발언을 해석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기정사실로 받아들인 분위기다.
문제는 이런 발언들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기준금리 ‘동결’이 아닌 정부와 한은의 ‘갈등’ 그리고 한은의 내부 ‘갈등’이 시작되고 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9일 공개된 4월 금통위 의사록을 살펴보면 이같은 분위기를 알 수 있다. 당시 기준금리 동결의 표수는 4대3이었다. 김총재가 6년 만에 캐스팅보트를 행사했을 만큼 의견이 극명하게 갈린 것이다.
이는 정부의 경기부양책을 돕는다는 의미가 아닌 금통위원들이 바라보는 경제전망이 김 총재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 총재는 줄 곳 “하반기부터 경제전망이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전망을 반대로 보는 금통위원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갈등’에 더욱 불을 지폈다. ECB는 기준금리를 사상최저 수준인 0.5%로 0.25% 포인트 인하했다. 작년 7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ECB는 7월말까지 계획했던 1개월 만기 무제한 단기유동성 공급정책 MRO 지원을 1년 연장하고 1일 대출금리를 1.50%에서 1.0%로 인하했다. 1일물 예금금리는 0%로 유지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추가 기준금리 인하도 시사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총재는 6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행사에서 “앞으로 유로존 경제에 관해 들어오는 모든 자료를 검토할 이며 필요하다면 다시 행동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추가 인하 의사를 나타냈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양적완화 조짐을 보이면서 한은이 ‘선택’의 기로에 섰다. 기준금리 ‘동결’에 따른 여파를 감내할 것인지. 정부의 기조에 따라 ‘인하’를 통해 갈등을 해결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다.
이번 9일 열리는 금통위에는 또다른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바로 또다른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임승태 위원이다. 한은에서 추천한 문우식 위원이 ‘동결’에 표를 던질 경우 남은 임 위원의 향방으로 관심이 몰리고 있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
뉴스웨이 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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