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채권추심에 대해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빚에 시달리고 있는 자영업자 A씨를 만났다. 그는 지금 아내와 아이와 헤어진 지 1년이 넘었다. 채권추심원은 밤낮 없이 전화로 A씨를 괴롭혔다. 이 때문에 위장이혼까지 했다고 했다.
A씨에게 금융감독원에 불법채권추심으로 신고하라고 권했지만 손사래를 쳤다.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채권추심원은 나에게 금감원에 신고하면 나중에 이자 탕감은 고사하고 오히려 채권회사에 찍혀 사기죄로 고소당하고 감방에 갈 수 있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A씨는 절대 그렇게 되지 않는다며 법률구조공단 등을 통해 개인회생을 알아보라고 말한 기자를 현실을 모르는 철부지로 취급했다.
A씨의 모습에 당황스러웠지만 오히려 그가 당하고 있는 상황이 실제 상황이라는 점에서 너무 놀랐다. 금융당국이 불법채권추심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들을 현재 너무나 자연스럽게 행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최근 국감에서도 이 같은 상황들이 속속 드러났다 국민행복기금이 채권추심을 위탁한 신용정보사(CA) 32곳은 3년 동안 132건의 제재를 받았다. 한 채무자는 채권추심에 시달리다가 국민행복기금을 신청했더니 바로 문제의 채권추심회사가 국민행복기금을 접수하는 웃지 못 할 사례도 있었다.
최근 매입채권추심업 대부업체는 작년 기준으로 473개에 달했다. 이들이 거래한 채무자는 325만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46만명을 보유한 업체는 국민행복기금과 신용회복위원회 협약기관이 아니다. 46만명은 악덕추심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계속해서 불법채권추심업에 대해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개선됐다는 보이는 사례는 거의 없다.
금융당국은 불법채권추심 단속을 강화한 뒤 줄었다고 했지만 해마다 2000여건의 민원 접수는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또 채권추심회사를 고발한 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금융당국은 채권추심을 해보지 않아 모르지 않겠냐”는 A씨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
뉴스웨이 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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