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강한 한국을 만들자-건설저가수주 지양·시장다변화·신수종사업 개발 총력부채 축소·사업구조 개편·수익성 회복 ‘발등의 불’
건설업계는 금융위기 이후 줄곧 먹거리 감소와 실적 악화에 따른 유동성 악화 등 위기를 겪고 있다. 고강도 자구계획에도 구조조정 건설사가 나오는가 하면, 부실 건설사 매각이 줄줄이 수포로 돌아가는 등 회복의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하고 있다.
이 와중에도 해외에서는 시장 다변화와 저가수주 탈피라는 괄목한 만한 성적을 거뒀다. 올해도 건설업계는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 생존을 위한 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건설사 최대 먹거리는 ‘해외’ = 중동 플랜트로 대표되는 해외시장은 장기 침체인 국내 건설·부동산시장을 대신할 단비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저가수주 문제 등으로 홍역을 치르기도 했지만 건설업계로서는 놓칠 수 없는 시장인 것은 분명하다.
실제 지난해 해외시장 성적표는 나쁘지 않았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상위 10개사의 해외수주액은 약 54조4000억원(16일 기준)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6조3000억원)보다 18% 증가했다.
반면 수주 건수는 지난해 112건에서 올해 105건으로 6% 감소했다. 이는 무작정 수주에 나서기보다는 실효성 있는 알짜 사업장 위주로 내실경영에 힘을 기울인 결과로 볼 수 있다.
건설업계의 해외시장 공략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해외건설 최강자 현대건설을 제치고 1위에 오른 삼성물산의 인사를 보더라도 이런 점은 잘 나타난다.
정연주 부회장을 대신해 삼성물산 대표이사로 취임한 최치훈 전 삼성카드 사장은 GE 에너지서비스부문 영업총괄사장을 역임하는 등 세계무대 경험이 풍부하다.
김형(시빌1사업부), 이석(로이힐프로젝트 총괄), 정현우(중동총괄) 등 부사장 승진자 3명 역시 해외사업 부문 출신이다.
◇중동·플랜트 일변도 탈피 = 해외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시장·공정 집중화가 크게 개선했다는 점은 올해 좋은 성적을 기대하게 만든다.
상위 10개 건설사가 최근 10년간 새로 진출한 국가는 총 95개국이다. 이중 지난해 처음 진출한 곳은 20곳으로 전체 21%에 달하며, 최근 3년으로 범위를 넓히면 전체 절반 수준인 44개 국가(46.3%)에 이른다.
중동시장 일변도에서 탈피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60%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던 중동 수주액은 올해 235억달러(25조원)로 아시아 지역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도 ‘해외건설 5대강국 진입기반 마련’을 국정과제로 채택하는 등 범정부 차원에서 다각적인 지원을 추진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외현장 직접 고용인원은 2008년 말 9000명 수준에서 지난해 말 2만8000명으로 늘었다”며 “최근 몇 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해외건설 비중은 약 6% 안팎으로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해외시장 확대를 이뤄내려면 건설 선진화에 집중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태엽 해외건설협회 정보기획실장은 “중동이나 동남아 등에서 단순 도급사업에만 몰려 아프리카, 중남미 등 블루오션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며 “투자개발, 기획제안형 등으로 사업 참여를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정책연구실장은 “내년 실물경기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나 자금·규제·경쟁 등 여건은 악화할 것”이라며 “건설사들은 SOC 신수요 선점과 해외건설 공격적 확대 등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지로 내모는 부채는 발등의 불 = 건설사들은 해외수주로 승승장구하는 것과 달리 내부에서는 부채 문제로 골병을 앓고 있다. 건설사를 사지로 내몰 수 있는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 상장사 중 부채비율이 높은 상위 20곳 중 9개사가 건설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상위 5곳 중 4곳이 건설사로 건설업계 불황의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특히 기업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A등급을 받은 건설사조차 ‘동양 사태’로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수혈이 쉽지 않고, BBB+ 등급은 사실상 자금조달이 중단된 상황이다.
내년 상반기에는 만기회사채가 7000억원 이상 몰려 있어 BBB+ 등급 이하 건설사에 최대 위기가 될 전망이다. 이들은 현금·현금성자산을 비축하며 위기에 대비하지만 위기 극복은 쉽지 않다는 것이 공통된 시각이다.
업계에서는 신용등급 A등급 건설사조차 동양사태로 회사채 자금수혈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했다. 자산매각, 감자 등 자구책 마련 등 건설사들의 사업 개편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주택사업 비중을 대폭 축소하거나 에너지, 호텔업, 레저 등 다양한 변신을 꾀하는 건설사들이 속속 등장한 것은 사업구조 변화의 방증이다.
A건설사 한 관계자는 “국내 주택사업은 점차 한계에 봉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사업을 찾지 않으면 많은 건설사가 생존을 위협받을 것”이라며 “과거 수주 중심에서 탈피해 아이디어형 신수종 기술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지성 기자 kjs@
뉴스웨이 김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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