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자살보험금 미지급 논란 ‘일파만파’

금감원, ING생명 등 생보사 보험금 미지급 적발

일각선 ‘재해’냐 ‘일반’이냐 해석 놓고 대립 팽팽

금융당국 “계약자와 보험사 중재 방안 검토 중”

생명보험사들이 자살 재해사망보험금을 약관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자살에 따른 보험금지급 논란이 일고 있다.

약관에는 자살 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 준다고 명시해놓고 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잘못된 약관에도 보험금을 지급하는 게 맞지만, 자살 조장 등 사회적 분위기를 심각하게 해칠 우려가 있어 계약자와 보험사를 중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NG생명, 한화생명 등 자살보험금 미지급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생명보험업계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건을 조사한 결과, ING생명 뿐만 아니라 한화생명, 교보생명, 신한생명 등 거의 모든 생보사가 똑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자살보험금 미지급은 ING만의 문제가 아니라 1~2개를 뺀 모든 생보사가 관련돼 있다”며 “이는 생보업계가 과거에 잘못된 약관을 복사해 쓴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8월 ING생명을 검사한 결과, 재해사망특약 2년 후 자살한 90여건에 대한 200억원의 보험금(2003~2010년)을 미지급한 사실을 적발했다.

생명보험의 경우 자살면책 기간 2년을 넘긴 고객이 자살하면 일반사망으로 보고 보험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2010년 4월 표준약관 개정 이전 ING생명을 포함해 대부분의 보험사는 자살 시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 준다고 명시한 뒤 일반사망금을 지급해왔다.

물론 ING생명 측에서는 단순 표기를 잘못해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금감원, “재해사망금 지급 정확한 유권해석 못 내려”
문제는 재해로 인한 사망보험금이 평균 일반사망보다 보험금이 2배 이상 많다는 점이다.

자살 시 재해사망금을 지급하게 되면 경제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입자의 자살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고 사망일자를 받아 놓은 환자의 경우도 이를 악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삼성생명 등 생보사들은 이 문제를 제기한 고객에 대해서는 개별 보상을 해주고 있다.

금감원은 현재 재해사망금 지급에 대한 정확한 유권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자살로 인한 사망은 일반사망으로 보고 있어 약관에 일부 잘못이 있다고 해서 재해사망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나영 기자 l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