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막철거로 공사 진행속도 붙어지역민 찬반 갈등 해소 최우선 과제
한국전력과 밀양시가 지난 11일 반대 주민과 시민단체들의 성지인 ‘움막’의 철거를 전격 단행했기 때문이다.
한전의 이번 조치로 밀양송전탑 건설이 탄력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그동안 반대해온 주민들과의 갈등 치유라는 숙제를 남기게 됐다.
◇공사돌입 7년···연내 완공 청사진 = 밀양송전탑 사업은 총 5200억원을 투입, 신고리원전 발전력 수송 및 영남지역의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목적으로 하는 국책사업이다.
하지만 지난 2007년 11월 사업승인을 받고 2008년 8월 첫 삽을 뜬 이 사업은 줄곧 찬반 입장 극명하게 갈린 우리나라의 대표적 갈등 사업으로 꼽힌다.
당초 2010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했지만 착공 이후 공사중지 11회, 공사지연일수 약 1300여일에 달한 정도다.
사업 초반 해당 지역과 주민들 사이의 찬반 갈등이 시간이 지날수록 지자체, 정치권, 일부 외부단체 등의 개입으로 치유되기는커녕 증폭되면서 이념 갈등으로 옮아가는 부작용까지 초래했다.
정부와 한전은 수차례 사업설명회, 밀양주민과의 대화 등에 나서지만 반대 입장과의 간극을 좁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한전은 주민을 설득하는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조환익 한전 사장이 취임 이후 말양지역 갈등해소를 위한 밀양특별대책본부 운영, 6차례 국회토론회, 8회 밀양현장 방문, 8개마을 합의 도출 및 전향적인 특별지원안 제시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정치권과 시민단체도 공청회, 제도개선추진위원회, 중재 보상협의회 운영 등을 추진하며 중재에 나서며 측면 지원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밀양송전탑 경과지 30개 마을 중 98%인 28개 마을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성과를 올렸다.
하지만 안정적 전력공급의 대의명분을 달성하기 위해 한전은 마지막 반대 진영의 성지 여겨지는 ‘움막’을 행정대집행 절차를 거쳐 철거하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미착수 5개소 공사를 시작으로 공사재개 8개월만에 69개 전개소에서 공사를 진행하게 됐다. 밀양송전탑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사실상 올해안 밀양송전탑 사업의 완공 위한 전기를 마련한 한전은 주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최대한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한전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공사 재개 이해 주민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공사를 진행한 만큼 주민들과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국책사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큰 마찰없이 순조롭게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주민 대화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 착공 이후 약 7년여만에 밀양송전탑 사업의 올해안 완공이 가시화되고는 있지만 찬반 대립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49개 인권단체들은 성명에서 “송전탑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받아들여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더 큰 비극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한전이 성급하게 움막철거를 집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현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송전전력이 점점 줄어들면서 송전탑의 실제 필요성도 떨어지고 있는데 너무 조급하게 밀어붙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국책사업인 밀양송전탑을 장기간 끌면 안 돼 철거를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상황인 것은 이해되는 면이 있다”면서도 “한전과 정부가 주민 대화에 소극적인 문제는 인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국책사업을 정치 이념투쟁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 실장은 “정홍원 총리가 내려가서 개별피해가구별 보상을 얘기하는 등 정부도 노력했다”면서 “반대하는 주민들과 외부세력들이 정치권으로 이 문제를 끌고 가려는 것은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정부와 한전에게 밀양송전탑으로 갈린 국민적 갈등을 하루 속히 치유해 후유증을 최소화해야 하는 과제가 떨어졌다.
이현석 대표는 “갈등 치유는 상당히 힘들겠지만 대승적으로 한전에서 밀양송전탑 사업에 반대해 자살한 유가족에게 사과하는 등 액션을 먼저 취해야 한다”면서 “전향적으로 재발방지 노력을 명확히 제시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박주희 실장은 “갈등 치유가 중요한 문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현재로서 정치적으로 풀 수는 없다”면서 “정부에서 갈등을 추스르기 위한 행동과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상은 기자 c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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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조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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