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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화학업계, 中 쫓아오는데 ‘규제 족쇄’만

[기자수첩]위기의 화학업계, 中 쫓아오는데 ‘규제 족쇄’만

등록 2014.07.11 09:34

수정 2014.07.11 10:57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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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화학업계, 中 쫓아오는데 ‘규제 족쇄’만 기사의 사진

국내 화학업계가 중국의 맹추격에 설 곳을 잃고 있다. 도망가고 싶지만 우리 기업들의 발목엔 불편한 족쇄가 채워져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안전·환경 규제에 관한 얘기다.

값싼 노동력으로 달려드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리 화학업계의 범용 제품은 경쟁력을 잃은 게 많고 기술력을 요하는 제품들도 그 격차가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SK종합화학은 최근 울산 석유화학단지에 있는 52만톤 규모의 PTA 설비 가동을 중단키로 했는데 이유는 적자 때문이다. 지난해만 235억원을 손실을 봤다. PTA는 페트병과 폴리에스터 원사로 사용되는 석유화학제품으로 경기 회복세에 따라 특히 신흥국에서 큰 수요가 있다.

PTA의 원재료인 PX(파라자일렌) 역시 국내기업들이 앞다퉈 달려들었지만 중국기업들의 대규모 공장증설로 공급이 과잉되며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그동안 각종 석유화학제품 생산에 열을 올리며 증설을 감행한 건 고성장을 구가하는 중국 등의 대규모 수요를 예상해서다. 하지만 중국기업들이 공장을 늘리고 자급자족하는 체제를 갖춰가고 있는 모양새다.

지금 우리 기업들은 원가경쟁력을 최대한 높이며 기존 선점한 시장들의 입지를 지키는 한편 고도의 기술력으로 신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다.

하지만 이런 시점에 세월호 참사이후 강화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안전환경 기준들은 화학기업들의 빠른 추가 제스쳐에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강화된 안전환경 기준에 맞추기 위해 소모되는 시설비용과 유지비용, 불어난 행정업무는 기업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이는 곧 생산단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안그래도 중국기업들에게 치이는 판에 가격경쟁력이 더 낮아진다는 얘기다.

또 심화된 안전환경 구축에 들어가는 기회비용은 기업들의 R&D나 투자의 감소, 생산시설 신증설 연기나 취소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기업들과 격차를 벌리고 진입장벽을 세워야 할 고부가가치 기술력까지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기업들은 최근 잇따른 화학사고를 통해 안전환경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정부와 국회가 국민정서에 편승해 동시다발적으로 벌이는 규제폭탄을 우려하고 있다. 순차적, 점층적으로 이뤄지는 게 맞지만 일일이 다 따라가지도 못할 정도로 빠륵 조여오고 있는 게 문제라는 입장이다.

내년이면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법률(화평법),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배출권거래제, 저탄소협력금제 등의 규제가 일제히 쏟아진다.

설마했던 ‘환경오염피해 배상 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안(환구법)’까지 지난 4월 말 국회 환노위를 통과하면서 기업들의 불안과 불만은 더 커져간다.

환구법은 환경오염 사고가 발생하면 관련 기업의 과실 여부나 인과 관계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더라도 피해자에 대해 손해를 배상하도록 한 법안으로 재계가 강하게 반발해 왔다.

뿐만 아니다. 위험물안전관리법, 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 및 사업법 등의 신규 규제도 속속 발의되고 있다. 불확실성은 기업들의 투자를 망설이게 만든다. 규제타파를 외친 정부가 이렇게 다시 주저한다면 기업들은 누구를 믿어야 할까.

중국의 추격 속에 쫓기는 국내 화학업계, 나아가 제조업계는 투자냐, 관망이냐를 망설이며 초조해 하고 있다.

최원영 기자 lucas201@

뉴스웨이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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