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 경기 침체로 일감 줄어든 탓
최근 건설사들의 짬짜미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짬짜미 과정을 살펴보면 들러리 입찰에 중견건설사들이 빠지지 않는다. 이는 건설 수주물량 급감으로 한계상황에 직면한 중견사들의 어두운 단면이다.
일례로 사상 최대 4000억대 과징금을 받은 호남고속철도의 경우 삼성물산·현대건설·대림산업·대우건설·GS건설·SK건설·현대산업개발 등 21개사가 공구별로 낙찰 예정자를 정하고 이 밖의 입찰 참가자들은 들러리를 섰다. 들러리가 모자라자 포스코건설, 계룡건설, 고려개발, 극동건설, 두산중공업, 풍림산업, 한신공영 등 7개 회사가 참여햇다.
삼성물산과 SK건설은 서로 입찰가격을 정하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한 경남기업을 형식적으로 참여토록 요구했다. 현대건설은 동부건설에 들러리 입찰 참여를 제의했다. 쌍용건설은 GS건설, 현대산업개발과 입찰률과 입찰가격을 사전에 합의했다.
들러리를 선 중견사들은 수십억원에 달하는 설계비용 부담으로 턴키공사 입찰 자체가 어려워 대형건설사들이 공구를 나눠주겠다는 제안을 받거나 부실한 설계용역서를 대가로 설계비용 이상의 일정액을 보장받는 방식으로 짬짜미에 참여한다.
건설경기 침체로 일감이 줄면서 자금난으로 신규사업이 중단돼 유동성 위기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이 반복되는 중견건설사들의 현 상황에서 들러리입찰의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사는 수주를 통해 이익을 얻는 데 대형 건설사가 아니면 대형 턴키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라며 “일부 중견건설사를 제외하고는 현재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실정이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불법행위에 가담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이런 이유로 이들 중견사에 강력한 제재와 다시는 잘못된 결정을 반복하지 않도록 왜곡된 건설 업계구조를 바로잡을 대책 수립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중견건설사의 자립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정부가 직접 나서 중견사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도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택 위주 포트폴리오가 현재와 같은 재앙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정부는 현재 추진 중인 지원책 외에도 중견사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더욱 적극적으로 끌어줘야 한다”며 “해외 진출을 원하는 중견사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귀 기울여 이에 따른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동규 기자 sdk@
뉴스웨이 성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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