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경제활동 빈도 늘면서 재계 女 목소리도 커져오너 내조는 물론 직접 경영 참여하는 경우도 증가장영신·현정은·최은영 등 ‘여걸’ 경영인 행보 주목
그러나 남성들이 지배하는 정글 같은 재계에서 막후 파워를 행사하는 무서운 존재도 있다. 바로 재계의 ‘히든 파워’인 여성들이다.
국내 재계에는 남성의 숫자만큼 활동하는 여성의 수도 많다. 1990년대 후반 이전까지만 해도 여성의 경제 활동이 배제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재계에서 활약하는 여성들의 숫자도 극히 드물었다.
그러나 2000년대로 들어서면서부터 여성의 권한이 신장되고 경제 활동의 폭도 넓어지면서 재계 안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도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 남성 오너의 부인과 어머니, 딸과 며느리는 물론 평사원 출신의 여성 임원까지 등장해 기업을 쥐락펴락하는 경우도 잦아졌다.
오늘날 재계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은 세 부류로 나뉜다. 철저히 오너의 뒤에서 내조에만 신경을 쓰는 ‘내조파’가 있고 오너와 동일선상에서 활동하면서도 기업 경영에도 적극 참여하는 ‘활동파’가 있다.
그리고 아예 오너가 돼 남성들과 함께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패기를 앞세워 자웅을 겨루는 ‘여걸파’도 있다.
‘내조파’는 전통적인 재계 여성들의 표상이었다. 하동 정씨 집안의 며느리와 딸이 된 범 현대 계열 기업의 여성들을 비롯해 재계 1·2세대에 포함되는 여성들이 이 부류에 해당된다.
고 아산 정주영 창업주의 부인 고 변중석 여사와 장남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부인 고 이정화 여사가 가장 뚜렷한 ‘내조파’에 속한다. 이들은 일절 기업 경영은 물론 외부 활동에도 되도록 나서지 않고 남편의 일을 뒷바라지 하는 것에 일생을 헌신했다.
전통적으로 현대 가문은 여성의 경제 활동 참여를 지양해 온 보수적 가풍을 가진 터라 현재까지도 국내 기업 중에서 오너 일가 여성들의 경영 참여도가 가장 적다. 정몽구 회장의 세 딸도 각 계열사에서 임원의 역할을 맡고 있지만 공격적으로 나서지는 않고 있다.
고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부인인 고 박두을 여사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여사도 ‘내조파’의 일부로 분류된다.
‘활동파’는 현재 활동 중인 재계 2·3세 중 딸들이 대부분 이에 해당된다. 또 일부 재계 2세의 부인도 기업 운영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 자매,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과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 자매, 임세령 대상 상무와 임상민 대상 부장 자매,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 등이 일선에서 활약하고 있는 대표적 활동파 여성에 속한다.
‘여걸파’는 본의 아니게 오너를 잃은 뒤 자신이 오너의 자리에 오른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최은영 한진해운홀딩스 회장이 속한다.
장 회장은 1970년 남편 고 채몽인 창업주를 잃은 뒤 1972년부터 애경그룹 경영을 맡았다. 해운업계 여걸 투톱으로 불리는 현 회장과 최 회장도 각각 고 정몽헌 전 회장과 고 조수호 전 회장의 부인으로 조용히 살아왔지만 남편의 타계 이후 기업 경영을 직접 책임지고 있다.
이들은 여성 특유의 ‘엄마 리더십’에 남성적인 대범함을 앞세워 재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급부상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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