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 장보리’가 연민정 원맨쇼로 막을 내렸다.
막장드라마 논란 속에서 출발한 ‘왔다 장보리’가 국민드라마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전국기준 시청률 35.0%(닐슨코리아)로 막을 내렸다.
12일 오후 MBC 주말드라마 ‘왔다 장보리’(극본 김순옥, 연출 백호민)의 마지막회가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는 그동안 악행을 일삼던 연민정(이유리 분)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모습과, 쌍둥이 아이를 임신하고 행복한 엔딩을 맞는 이재화(김지훈 분)과 장보리(오연서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연민정이 자살을 시도하고 딸 민정을 구하기 위해 물속에 뛰어든 엄마 도혜옥(황영희 분)은 생사의 기로에서 살아남았다. 교도소에 수감된 연민정은 자신의 죄를 뉘우치고 3년간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했다.
출소 후 연민정은 엄마 도혜옥을 찾았지만, 도 씨는 기억을 잃고 자신의 딸을 알아보지 못했다. 연민정은 도 씨와 함께 국밥집을 운영하며 살아갔다.
장보리 역시 해피엔딩을 맞았다. 연민정이 옥에 갇힌 후, 비술채에 거주했으며 남편 이재화와 쌍둥이 아이를 임신하며 행복한 미래를 설계했다. 문지상(성혁 분)은 귀농을 선택, 자신의 딸 장비단(김지영 분)을 키우며 농사꾼으로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 막장 드라마 오명 벗고 국민 드라마로 거듭난 ‘왔다 장보리’
'왔다 장보리‘는 ‘장서희 신드롬’을 일으킨 대표 막장드라마 SBS ‘아내의 유혹’을 집필한 김순옥 작가와 백호민 PD가 의기투합한 드라마다.
‘아내의 유혹’에서 점 하나 찍고 민소희로 분한 장서희가 당시 제 2의 전성기를 맞으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번 작품에서 김 작가는 ‘암 유발녀’ 연민정 신드롬을 일으키며, 명불허전 막장 캐릭터 종결자로 등극했다.
지난 4월 첫 방송을 시작한 ‘왔다 장보리’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장보리, 오연서가 등장하며 출발을 알렸다.
당시 어색한 오연서의 연기는 비난의 화살을 맞았다. 이후 억울한 친딸인 장보리에 감정을 이입한 시청자는 장보리에 응원과 지지를 보냈지만, 말을 하지 못하는 착한 장보리에 시청자는 분통을 터뜨렸다. 또한 이재희(오창석 분) 역시 ‘호구남’ 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매번 연민정의 계략에 말려드는 답답한 모습으로 시청자의 원성을 샀다.
재미는 극의 중반부에서 나왔다. 전개가 진행될 수록 연민정의 독이 오르기 시작한 것. 예쁜 얼굴에서 뿜어나오는 독설은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런 민정의 독기에 시청자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민정에 문지상이 제동을 걸며 시청자의 카타르시스를 책임졌다.
◆ 개민정, 연소희, 연보리···시트콤이야?
하지만 이날 방송에서는 다소 난감한 전개를 보였다. 시청률 40%대를 목전에 두고 있어서일까? 전작인 ‘아내의 유혹’에서 민소희를 패러디 한 점찍고 등장한 연민정의 모습이 웃음을 줬고, 도 씨가 키우는 개 이름이 민정이라고 하는가 하면 장보리 머리를 한 연민정의 모습으로 삼단 콤보 웃음을 유발하며 시트콤인지 가족이 함께 즐기는 주말드라마인지 아리송하게 만든 것.
시청자의 반응은 엇갈렸다. 재밌고 신선해서 좋다는 반응과 수위 조절에 실패했다는 의견 등이다. 드라마 제목은 ‘왔다 장보리’인데 장보리는 쌍둥이를 임신했을 뿐, 어떤 언급도 없었다. 노골적으로 연민정에 포커스를 맞춘 스토리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의식한 듯 보였다.
이는 국내 드라마의 현실을 여실히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국내 드라마는 사전 제작 시스템이 정착되지 않은 열악한 환경이다. ‘생방송’ 촬영도 불사하는 국내 드라마 제작 환경에서 실시간으로 오는 시청자와 이를 반영한 언론의 피드백은 제작진들이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점이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 김순옥 작가는 시청자의 반응에 적극적으로 귀를 열고, 시청률에 편승하는 대표적인 작가다. 전작 ‘아내의 유혹’에서도 그랬고, 이번 ‘왔다 장보리’에서 ‘암유발녀’ 연민정에 분량을 몰아주며 그 성향을 드러냈다.
‘왔다 장보리’ 는 6개월 간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복잡하게 얽힌 출생의 비밀과 인물간의 관계는 ‘막장’ 이라는 평가를 지울 수 없다. 하지만 탄탄한 극본을 바탕으로 일부 배우들의 호연이 어우러 진 ‘왔다 장보리’는 연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며 국민드라마로 자리매김했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하지만 시청률이 능사는 아니다. 국내 드라마에는 장르의 다양성이 여전히 요구되고, 시청률을 책임지는 톱스타들의 섭외에 급급한 나머지 작품의 질에는 신경쓰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제작 현실을 명심하고, 제 2의 ‘왔다 장보리’를 쫓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한편 ‘왔다 장보리’ 후속으로 배우 이장우, 한선화 주연의 MBC 새 주말드라마 ‘장미빛 연인들’(극본 김사경, 연출 윤제문)이 방송될 예정이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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