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드라마 게임’을 시작으로 이후 ‘드라마 스페셜’로 바뀐 KBS의 단막극은 MBC 베스트극장 대항마로 나서며 실험성과 작품성을 내세우며 단막극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이어 여타 프로그램들에 밀려 바람과 함께 사라진 뒤 지난 2010년 KBS는 드라마의 창의성과 신인 작가 및 배우 발굴을 위해 다시금 부활시켰다. 일선 PD들은 물론이고 언론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지를 보냈다.
심야 시간대를 감안해 시청률 면에서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기록, 단막극이 4부작, 8부작 등 연작 드라마로 확장하며 다양한 변주를 이었다. 그리고 한동안 휴지기를 갖던 드라마 스페셜이 하반기 부활, ‘원혼’ ‘간서치열전’ 등 독특한 소재와 시도로 화제를 불러 모았다.
‘간서치열전’의 경우 웹드라마로도 방영되면서 단막극의 또 다른 가능성과 방송국내에서 소구해야 할 또 다른 통로를 제시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하지만 KBS는 기존에 방영하던 드라마 스페셜을 폐지하고 내년 1월 금요일 심야 시간대로 편성방침을 내 놓았다. 일선 PD들은 반발했고 이례적으로 언론에서는 일제히 보도했다. KBS에 따르면 폐지가 아닌 더 좋은 시간대 편성을 위한 변동이라고 설명했지만 왠지 구차한 변명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왜 유독 단막극만이 이 같은 풍파를 겪어야 할까? 현재 KBS 내 평일 드라마들은 평균 시청률 5~6%대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 여름 ‘조선총잡이’가 10%를 가까스로 넘기면서 그나마 체면 유지를 했지만 이내 ‘트로트의 연인’ ‘내일도 칸타빌레’ ‘아이언맨’ ‘왕의 얼굴’까지 정상급 톱스타와 색다른 소재와 내용으로 안방극장을 두드렸지만 결과는 참혹하기 그지없다.
단순 수치로만 봐도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들이고 가장 좋은 시간대에 편성한 평일 야간 드라마의 시청률과 심야 시간대 드라마 스페셜의 시청률 차이가 3-4% 내외라며 어느 쪽이 잘못하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영방송을 내세운 KBS는 여전히 평일 드라마 홍보에 열을 열리면서 드라마 스페셜은 찬밥 취급하고 있다. ‘정도전’ 이재훈PD, ‘제빵왕 김탁구’ 이정섭PD, ‘비밀’의 유보라 작가 등은 KBS 드라마 스페셜이 배출한 스타PD며 작가다. 이들 외에 수많은 작가와 PD들이 단막극을 통해 숨은 재능을 발산해 지금의 KBS 드라마국을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덕분에 그나마 자존심은 챙기고 있다는 사실 모르는 것일까? 모르는 것 같다.
KBS 드라마 상황이 안좋은 것이 등 돌린 시청자나 좋은 기사를 써 주지 않는 기자들의 몫 인양 하지만 결국 드라마국 자체에 원인이 있음을 모르는 것이다. 탄탄한 기본 베이스가 없는 상태에서 이리저리 가져다 놓은 조합으로는 명품 드라마를 만들 수 없다.
농약과 각종 항생제로 빨리 자라기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조금 더디 가더라도 인재를 등용해 차근 차근 다시 밟아 올라갈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KBS 드라마 시청률은 더 바닥으로 내려 갈 것이며, 기사회생의 기회 조차도 잃어 버릴 것이다.
결국 드라마 스페셜은 내년 1월 금요일 시간대에 편성이 확정 됐다. 그나마 창의적이고 신선한 아이디어로 똘똘 뭉친 신인들의 등용문은 아직 열려있다. 이 문이 허상이 아님을 그리고 그 문으로 더 많은 인재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KBS는 더 관심을 갖고 고민해야 할 것이다.
홍미경 기자 mkhong@
뉴스웨이 홍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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