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최재원·구본상 등 가석방 요건 채워사회적 反재벌 정서 등 역풍 탓에 전전긍긍
기업인의 조기 출소를 통해 기업의 의사 결정 속도를 빠르게 하고 전반적인 회사의 분위기를 쇄신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이후 불거진 반(反)재벌 정서 등을 감안할 때 아직 이르다는 반론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형법 상 가석방 조치를 받을 수 있는 요건은 전체 형기에서 3분의 1을 채우면 된다. 현재 감옥에 수감 중인 주요 기업인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SK그룹 부회장 형제,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등이다.
이중에서 징역 4년형과 징역 3년 6개월형을 선고받은 최태원 회장-최재원 부회장 형제는 이미 형기의 3분의 1을 채웠다. 징역 4년형을 받은 구본상 부회장 역시 형기의 3분의 1을 감옥에서 보냈다.
병세 악화로 구속집행이 정지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대법원 판결이 끝나지 않아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았고 1심에서 징역 6년형을 선고받고 고법에서 2심 계류 중인 강덕수 전 회장은 가석방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가석방 요건을 채운 기업인의 소속 기업들은 내심 성탄절이나 설날에 각 기업 총수가 출소된다는 소식이 들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재벌 특혜’ 등 사회적 역풍을 우려해 이렇다 할 기대심을 공개적으로 내비치지 못하고 있다.
이들 기업에는 지난 2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석방된 이후 한화그룹의 경영이 탄력을 받고 있는 점이 부러움의 대상이다. 김 회장 석방 이후 한화는 답보상태를 보였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가 탄력을 받았고 대형 M&A까지 성사시키기도 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 형제의 가석방에 대해 긍정적인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수감 중 사회적 기업에 대한 전문서적을 집필했고 전반적인 수감 생활에서도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는 평 때문에 조기 출소가 유력해 보였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수감 이후 김창근 의장 중심의 비상경영조직인 수펙스추구협의회를 중심으로 최 회장의 부재를 메우고자 노력했지만 오너의 결정이 필요한 순간에서 한계에 봉착했다는 평을 들어왔다.
실제로 SK그룹은 최 회장 수감 이후 투자 규모가 줄어들었고 그룹의 미래 먹거리가 달린 대형 M&A 경쟁에서 철수하거나 밀리는 고전을 경험했다. 이 때문에 SK그룹 내부에서는 최 회장의 복귀가 시급하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사회적 역풍을 우려해 반응을 자제하고 있다.
LIG그룹 역시 “구 부회장이 성실하게 복역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가석방 논의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CJ그룹도 이재현 회장에 대한 가석방에 대해 “논의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펴고 있다. 아직 이 회장의 형이 정해지지 않았고 자칫 가석방 논란이 전반적인 기업 경영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 환경 상 오너는 장기 투자를 과감히 결정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며 “기업인이 충분히 죗값을 치렀다고 판단되면 경영 일선에 조기 복귀해 국가 경제 부흥에 도움을 줌으로써 나머지 죗값을 치르도록 하는 것도 효과적 방법”이라고 말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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