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감정 할퀴는 사건들 연이어 터져경제침체로 불만 커질때 세월호 충격집단우울증에 지갑도 닫아 경제 악화땅콩리턴 사건으로 반재벌 정서 확산
대한민국 시계가 2014년 4월16일 오전8시55분에 멈춘 이후 약 9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계속된 큰 사건들은 국민정서를 할퀴었다. 수십명의 대학생 목숨을 잃은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사고 여파가 채 가기도 전에 또다시 벌어진 세월호 참사는 ‘인재’라는 점에서 국민들은 분노와 충격이었다.
9개월이 지난 지금 많은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아직도 충격은 여전하다. 당시 ‘집단 우울증’을 호소할 정도로 국민 대다수가 구조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를 겪었다.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이후 씨랜드 화재 참사, 대구 지하철 참사 등 대형 참사가 발생하면서 국민의 집단의식이 강한 한국에서 두드러질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한국인들의 특성상 ‘집단 우울증’은 당연하게 겪을 수 있다는 견해다. 이제 집단우울증을 어떻게, 얼마나 빨리 해결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 등 정부와 정치인들이 다툼을 벌이는 모습에 국민들의 시선은 더욱 차가워졌다. 이런 심리는 경제에도 심각한 타격을 줬다. 경기회복세가 기대보다 부진했던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는 소비심리를 급격하게 위축시켰다.
◇닫힌 감정 그리고 닫아버린 지갑=세월호 참사 당시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된 심리는 “미안하다”였다. 정신과 의사들은 “공통된 의식을 가진 한국인들의 특성은 다른 사람을 표본으로 자신을 대조하는 경우가 많다”며 “불안감이나 우울감, 슬픔 등 유족들이 느끼는 감정과 유사한 반응을 보일 수 있으며 안타까움이 커지면서 자신만 잘먹고 잘 잘 수 있는것에 미안하다는 감정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5월 기획재정부의 경제동향을 살펴보면 백화점과 할인점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각각 0.1%, 3.7% 감소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직전인 4월 14~15일 카드 승인액 증가율은 25.0%로 였지만 사고 직후인 16∼20일에는 6.9%로 둔화했다. 4월 넷째주에는 1.8%까지 내려앉았다. 사고 전인 4월 첫주에는 백화점 매출은 4.5% 늘었지만 사고 이후 넷째주에는 0.2%로 떨어졌다.
이같이 떨어진 소비심리는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소비자들의 심리상태는 15개월만에 가장 나쁜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는 최근 소비심리가 상승하면서 ‘세월호 여파’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을 빗나가 또다시 하락세로 돌아섰고 1년3개월만에 최저치를 나타낸 것이다.
한국은행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동향조사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2로 11월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된 지난 5월(105)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소비자들의 전망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6%로, 통계가 집계된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기업인 일탈로 반기업정서 확산=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비행기를 돌린 일명 ‘땅콩 리턴’ 사건은 집단우울증과 다른 개념이지만 경제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을 부정적 만든 계기다. 다른 측면으로 해석하면 집단 분노에 가깝다. ‘슈퍼갑질’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고 재벌가 전체에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증폭시켰다. 국민들은 이 사건을 한 개인의 일탈로 보기보다는 재벌들만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특권의식’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2014년 기업 및 경제현안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를 벌인 결과 51%가 반기업정서의 원인으로 탈법과 편법 등을 문제로 꼽았다. 조 전 부사장처럼 오너가의 일탈과 불법적인 행동이 반기업정서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 조사는 ‘땅콩 회항’ 사건을 담지는 않았다. 따라서 반기업정서는 현재 더욱 높아졌을 것라는 게 기업들의 시각이다.
한 그룹 관계자는 “땅콩리턴 사건이 터진 이후 사람들은 마치 재벌들이 기업을 이끄는 수장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기업 주인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집단의식이 강한 한국인 특성상 재벌에 대한 미움은 한동안 계속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조 전 부사장의 사건을 토대로 한국인들의 ‘분노’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서울발 기사를 통해 “조현아 전 부사장의 행태에 한국 여론의 분노가 식지 않고 있으며 재벌가로 공격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또 “한국의 재벌에 대한 분노는 최근 경제적 불평등의 격차가 넓혀지면서 더욱 커지고 있다”며 “온라인에서는 대한항공 보이콧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고 적었다.
땅콩 회항 파문 이후 재계에서는 반기업정서 확산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총수와 승계를 앞드고 있는 대기업들은 숨죽이기 들어갈 정도로 위축되고 있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
뉴스웨이 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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